'카인과 아벨' 은 제목부터가 범상치가 않다.
아담과 이브의 아들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기억해내야 이 드라마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선과 악의 구조라는 것이 특별히 없을 것 같다는 것도 알 수 있는 의미심장한 제목이다.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알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보인다.
대장장이 카인의 수확물보다 목동 아벨의 제물을 좋아한 하느님 때문에 아벨을 질투한 카인이 아벨을 살해했다. 그는 최초의 살인자가 되었다. 이에 하느님은 카인에게 영원한 유랑 생활에 몰아 넣고 목숨만은 살려주면서 '카인의 표식'을 주었다. 살인자의 표식이 아니라 아담화 하와의 다른 자식(또는 후손)이 카인을 해치지 못하게끔 하느님이 보호해주고 있다는 보호자의 표식이다.(네이버 사전참조)
카인과 아벨이 의미하는 것처럼 이 드라마에 선과 악의 구조가 있지만, 특별히 나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출생의 비밀이라고까지 할 것은 없지만, 조금은 식상한... 교통사고로 인해 부모를 잃은 초인, 불쌍한 초인을 외면하지 않은 동업자(이종민)는 초인을 아들처럼 키울 뿐 아니라, 그 아들에게 병원의 모든 걸 물려주려고 한다. 이종민 원장의 아들 선우 입장에서 생존의 위협이고, 초인을 질투할 수 밖에 없다. 이종민 원장 부부에게 아들이 없다면 상관없겠지만 똑똑하고 잘난 신경외과 의사 선우가 있다. 선우입장에선 대단한 배신이다. 이종민 원장이 하느님처럼 카인-선우를 보호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아픈 강도의 차이는 있다던가...선우 아빠(이종민원장)가 제일 나쁜 사람이다.
뺏기지 않으려는 자에는 선우의 엄마, 그리고 선우가 있다.
선우는 건강하지 못하다. 머리 속에 종양 재발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다. 그는 충분히 위로 받아야 하고 치료 받아야 하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엄마 부원장은 병원을 뺏기지 않는 것에만 집중하느라 아들의 건강까지는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고, 그가 사랑했던 여인 김서연(채정안)도 마찬가지다.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엔, 과거엔 선우와 얼마나 깊은 애정을 갖고 있었는지에 대해선 까맣게 잊어 버리고 오직 초인이만 찾고 있다. 아직도 사랑의 감정이 남아 있는 선우만 아프다.
아무리 봐도 선우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태양의 여자'의 신도영(김지수)과 다르지 않다. 그들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 상황이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 누구라도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문다고 하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그들이 갖고 있는 것들에 대한 위협을 느낀다면 누구나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부모든, 그것이 돈이든...누구라도 그들처럼 그렇게 나쁘게, 매정하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선우가 안스럽고, 안타깝다. 그는 그럴 수 밖에 없는데, 그의 아빠도, 그의 엄마도 도대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다. 분명 자식은 부모로부터 사랑 받을 자격이 있고, 충분히 인정받아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집 아이(초인)가 더 사랑받고, 병원까지 넘기려고 한다. 그러니 선우의 매정함은 어쩔 수 없는, 이해받을 수 밖에 없다.
부드러우면서도 매정한 듯 하면서도 속내를 알 수 없는 것 같은 선우(신현준)는 신현준의 빼어난 연기력 덕분에 더 실감나고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다.
모든 걸 다 갖게 될 것도 모른 채 정의롭고, 착하고, 친절하고, 좋은 남자 초인도 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그는 '다이하드'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총을 맞고도 멀쩡히 살아 있고, 거기다 풍부한 인덕 덕분에 사막에서 생명의 은인을 만날 뿐 아니라, 그 은인은 동생으로 여겨주며 친동생 못지않게 마음을 써주기까지 한다. 그는 어딜 가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호감을 받는 말 그대로 전형적인 선악 구조의 선(善)쪽이다. 그래서 그는 미워할 수 없는, 객관적으로 봐도 아주 좋은 사람임에 분명하다. 거기다 총을 맞고 지금은 기억 상실증에 걸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진부한 설정까지 보태져 더 안스러운 상황이다.
문제의 원점에 이종민 원장이 있다. 그들이 선우와 초인이 잘 지낼 수 있도록, 그의 아내 나혜주 부원장까지 행복할 수 있도록 충분히 사랑을 골고루 나눠야 했다. 그래서 '카인과 아벨'은 선과 악의 구조가 분명하지 않다. 나쁜 사람들이 나쁘게 보이지 않는 선과 악의 구조라고나 할까. 출생의 비밀, 병원을 사이에 둔 암투, 거기다 불치의 병까지 있을 자극적인 소재는 다 있는 '카인과 아벨'은 거기다 연기력까지 뒷 받침되고 있다.
물론, 껄끄러운 부분도 있다. 의학드라마인 듯 냄새를 풍겼다가 다시 병원을 둘러싼 암투로, 그것도 모잘라 중국을 무대로 사막으로, 거기가 탈북자까지 다루며 아주 많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총을 맞고 살아나는, 그것도 확인 사살까지 받고도 살아 남는 '다이하드' 속편을 보는 듯한 장면도 없지 않아 있고, 소지섭을 좀 더 멋지게, 좀 더 근사하게 보이고자 장면도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그것을 문제 삼기 보다는 뺏기지 않으려는 자의 몸부림과 아무것도 모른 채(?) 당하는 자의 문제만 봐도 흥미롭다.
하느님은 카인에게 보호자의 표식을 줬는데, 선우에겐 누가,어떤 표식으로 그를 보호해 주게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