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밥 차려 먹을 때 엄마 생각났다'는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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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지인 C는 고3 아들과 고1 딸을 두고 있는 전업 주부다. C가 여행을 다녀왔다. 초등학교 엄마들 모임에서 1박 2일로 짧은 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고3과 고1짜리 아이들을 두고 어떻게 여행을, 그것도 학기 초에 다녀올 생각을 했냐는 나의 질문에 C는 그랬다.
"금요일날 갔다 토요일날 오는거고, 아이들 아침에 학교 보내고 그리고 출발할꺼야. 야자하고 오면 다들 늦을 꺼고 그 다음부터는 형부가 하루 못 봐주겠니? 조금만 지나면 중간고사 준비해야 하고 그럼 꼼짝 못해"

초등학생을 둔 엄마랑 고등학생을 둔 엄마의 마음이 이렇게 다를 줄 몰랐다. 초등 3년생을 둔 나는 새학기 3월달은 담임선생님께 적응하느라, 준비물 챙기느라 여러모로 정신 없는데...역시 연륜이다.

1박 2일 짧은 여행을 가면서도 밑반찬, 청소, 필요한 모든 준비를 다 갖추느라 며칠 전부터 C는 엄청나게 바빴다. 그렇게 바쁘게 모든 준비를 갖춰 놓고 여행을 갔으면서도 형부와 아이들이 먹는 것은 잘 챙겨먹는지, 학원은 제 시간에 갔는지 여러 가지 걱정에 마음 편하지 못했음이다.

MS Power Point ClipArt


그렇게 여행을 다녀왔다.
고3인 아들이 새벽 2시 독서실에서 오자 물어 봤단다.
"아들, 엄마 보고 싶지 않았어?"
"밥 먹을 때 생각나더라구"

보고 싶지 않았냐는 질문에 밥 먹을 때, 끼니 때 엄마가 생각이 났다는 아들의 말에 살짝 서운했다는 C는 같이 여행을 다녀온 P의 말에 위안을 받았다. P집 고1 아들도 별반 다르지 않아 밥 먹을 때 엄마가 생각나더라고 했단다. 짜고 대답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밥 먹을 때 엄마 생각이 났다는… 엄마는 밥주는 사람이고, 그 밥주는 사람이 없어 아쉬웠다는 것 아닌가.

MS Power Point ClipArt


일하던 엄마들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어쩔 수 없이 그만 두는 경우가 왕왕있다. 아이를 챙기는 것도 버겁고, 아이 학교에 자주 나타나줘야 하는 것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아이를 챙기는데 엄마의 손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 엄마의 손은 아주 많이 덜 필요하고 아이는 알아서 모든 걸 한다. 공부 계획도 알아서 짜고, 학원도 알아서 다니고, 준비물도 알아서 준비한다.
그러니 엄마가 해주는 역할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식순이 수준이다.
아침 일찍 깨워 따뜻한 밥 해주고, 학교에 다녀오면 교복 빨아 다려주고, 간식 챙겨 주는 것 말고는 엄마가 해줄 일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엄마는 늘 집을 지키고 있는 줄 안다.

아침 6시 30분이면 학교에 가버리는 아이들은 학원에 가는 날에야 4~5시쯤 와서 이른 저녁을 먹고 그리고 학원으로 간다. 학원에 가지 않는 날은 밤 11시까지 야자를 하고 오니 더더욱 엄마를 만나 이야기할 시간이 적다. 하지만, 아이들이 언제 어느 때 집에 오건 상관없이 따뜻한 밥을 줄 수 있는 엄마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상대적으로 일하는 엄마들이 많을 수록 전업 주부인 엄마들이 느끼는 공허감은 더 커보인다.

보고 싶지는 않았고, 밥 먹을 때 생각났다는 아이들의 답변에 나도 머지 않은 미래에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딸아이가 커가는 것이 안타깝게도 생각된다.

품안의 자식이라는 것이 꼭 결혼하고 출가를 해야 쓸 수 있는 말은 아닌 듯 싶다. 요즘 아이들처럼 바쁜 아이들은 더 빨리 엄마들의 품에서 벗어나는 듯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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