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조의 여왕' 유치하면서도 가볍게 웃을 수 있는 드라마라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게 웃기지도 않으면 게운치 않은 뒷맛까지 더해진 그냥 그런 이야기였다.
8년 만에 브라운관 복귀, 에덴의 동쪽이 끝나기 전부터 계속해서 예고편을 질리도록 내보내면서 홍보한 덕일가 1회가 낯설지 않았다.
미모는 띄어나나 공부는 되지 않는 천지애(김남주)는 15등급의 성적임에도 불구하고 1등급의 신랑 온달수(오지호)를 만나 화려하게 결혼에 골인했다. 여기까지가 곤욕이었다. 고등학생인 그녀에게 몰입할 수 없었다.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고, 아무리 나이를 속여도 고등학생 역할을 한다는 것은 아무리 짧은 시간이었지만, 심하게 부자연스러웠다.
어찌되었건 미모 하나만으로 1등급, 서울대 출신의 남자와 결혼했지만, 그녀의 결혼생활은 절대 1등급과는 거리가 먼 경제생활을 하고 있다.
여기까지도 김남주란 여배우의 힘이라면 힘일까. 얼굴은 부자연스러운지 몰라도 몸매는 여전히 슬림해 어떤 옷을 입어도 제대로 간지 사는 그녀를 보는 맛으로 그냥 볼만했다. 좀더 현실적으로 들어가면 남편이 7년동안 벌어 온 돈이 1000만원도 안된다는데 그녀가 입고 있는 옷차림새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매치되지 않는 부분이긴 했지만, 그녀가 그렇다고 허름하게 입고 나왔어도 불편했을 듯 싶다.
영원한 것은 없다. 사랑도, 미모도….
여자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것이 은근하게 들어 맞는 듯 천지애는 음지가 됐고, 양봉순은 남편 잘 만나 양지가 됐다.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되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사람이 사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아 잘나가던 천지애와 양봉순의 처지가 뒤바뀌었지만, 마냥 양봉순의 편은 아닌 듯 하다.
어찌되었건 김남주의 천지애로의 변신은 꽤 괜찮았다. 아이를 낳고, 연륜을 쌓으며 그녀의 오버스러운 연기는 딸아이한테 "아빠가 1등급, 엄마가 15등급, 그러니깐 너는 최소한 7등급은 될 거야" 라고 말할 수 있는 천진한 엄마의 모습은 적잖이 만족스럽기까지 했다.
어찌되었건 그렇게 잘나가던 그녀가 남편의 취직은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까지야 어찌 볼 수 있다지만, 00이사님의 부인들의 행태는 현실에 존재하는 이야기라고 해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사 부인 오영숙(나영희)의 '김치할 때 됐는데….'라는 말에 모든 부하직원들의 아내들은 달박달박하게 집안을 누비벼 김치를 담근다. 그것도 모잘라 그녀의 생일엔 부담스런 생일 선물과 음식까지 준비하는 정성을 보인다. 모든 이들이 김일성 생일에 참석한 것처럼 오버스런 립서비스를 하고, 그녀를 위해 노래를 바친다. 물론, 천지애(김남주)도 동참했음이다.
'내조의 여왕'이 보여주고 싶은 진정한 의미는 뭘까 궁금해지는 찰라다.
여자는 남편만 잘 만나면 아직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뵈주고 싶은 것일까. 아님, 스펙이 아무리 뛰어나도 착하고 무능하면 소용없다는 것일까. 착하지 않아도 능력 있는 남자를 선택하라는 것일까.
모든 것을 뛰어 넘어 여자하기 나름이라고 하고 싶은 것일까.
권력의 핵심 이사 부인의 하루는 아주 근사하다. '살찐 사람들은 미련해보이더라~'란 말로 뚱뚱한 여자를 탓하는 그녀는 자신의 몸관리에 최선을 다한다. 최선을 다해 관리한 몸에 예쁜 옷을 걸치기 위해 우아하게 쇼핑하고, 그에 맞는 신상구두까지도 챙긴다. 마무리도 네일 서비스까지 받는 그녀의 삶은 기세 등등하다. 권력자의 눈에 나지 않기 위해 다른 직원의 아내들은 모두 고개를 조아리지만, 완전 적응한 모습이다.
근데, 보면서 유쾌하지는 않다. 분명 해학적으로 상황을 연출 했을텐데 가장은 돈 벌어오는 존재로, 아내는 내조를 핑계로 점점 힘세지는 아내의 반란 같은 것이다.
곰 같은 아내보다는 여우 같은 아내가 낫다고... 여자들의 직급 사회에서도 분명 립서비스 서툰, 전혀 못하는 곧은 이들도 있다. 남들이 하니깐 나도 해야한다는 마음 가짐을 되어 있지만,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핀트 잘 못 맞힌다. 그 사람 자체로는 문제가 없지만, 그렇게 해서는 내조가 어려워 뵌다. 분명 떨어지지 않음에도 현실 부적응자로 낙인 찍혀 아내들의 힘겨르기에서 그녀의 입지는 점점 없어질 것이고, 여우같고, 립서비스에 능한 그녀들만 살아 남는 그들만의 생존경쟁이 무섭기까지 하다.
어찌되었건, '내조의 여왕'은 부자연스럽지 않은 출발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착 달라붙는 출발도 아니었다. 이제 학창시절 그렇게 무시했던 양봉순(이혜영)에게 청탁을 넣어야 하는 천지애의 활약을 즐기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