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교 길에 있었던 일이다.
담임 선생님은 반 친구들을 번갈아 가며 양쪽에 한 명씩 손잡고 동행한다.
오늘 순번이 딸아이였는지 담임 선생님 손을 딸아이가 잡고 하교 했다.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딸아이와 돌아서는데 뭔가 좀 이상한 느낌이었다.
"오늘 학교에서 어땠니?"
"응, 괜찮았어."
"선생님한테 칭찬 많이 받았어?"
"응~ 근데, 엄마! 내가 선생님께 다 말했다."
"뭘?"
"반 오리엔테이션 때 아이가 혼자인 어머니 손들라고 할 때 우리 엄마는 안 들었다고."
"어머,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하, 그래서 선생님의 표정이 알 수 없는 웃음을 띄고 계셨구나...
반 오리엔테이션 때는 1년동안 어떻게 아이들을 이끌어 갈지, 어떻게 준비물을 준비해주면 되는지 하는 구체적이면서도 기본적인 사항을 선생님께 전달 받는 시간이다. 그렇게 곧은 자세로 선생님의 말씀을 2시간이 넘게 듣고 선생님은 반 대표 할 어머니를 자원하라고 했다. 하지만, 모든 어머니들이 선생님의 눈길을 피하고 책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별로 할일 없는데...그럼, 아이가 혼자인 어머니 손 드세요. 아무래도 시간이 많으실 것 아니에요."
분명 아이가 혼자인 집이 꽤 있을 텐데,,,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마지못해 손을 든 엄마가 둘이었다. 키 큰 딸 덕분에 맨 뒤에 앉은 나는 책상 위로 검지 손가락만을 간신히 들었다. 앞에 앉은 엄마등 에 가려 그나마도 내가 손을 들었는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덕분에 나는 지목 받지 않았고, 다른 엄마가 반 대표가 됐다. 근데, 오늘 딸아이가 선생님께 엄마의 비겁한 행동을 다 고지 곧대로 이른 것이다.
이것 참, 난감할 때가 있나…
이제 3학년이고, 할말 안 할말 가려 할 줄 알았는데…이 딸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도대체 어떻게 딸을 말려야 할까?? 나의 하소연을 들은 지인 A는 그랬다. A의 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일이었다.
학생회장 선거에 나가려는 아들을 말렸다.
1학기 때 회장을 하면 2학기 회장보다 환경미화부터 여러가지로 연락할 일도 많고, 엄마가 도와줘야 할 일이 많다는 걸 아는 A는 2학기 회장을 하라고 아들을 설득했다. 그럼에도 안되자 과격한 표현으로 제지했다.
"너, 1학기 때 회장하면 집에서 쫓겨날 줄 알어!!"
그 말이 먹혔는지 어쨌는지 A의 아들은 1학기 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그렇게 조용히 넘어가는 듯 했는데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시간에 담임 선생님의 말씀은 A를 많이 부끄럽게 했다.
"어머니"
"우리 아이 잘 하고 있나요?"
"네, 잘하고 있어요. 근데, 재밌는 말을 했어요."
"무슨?"
"이번에 회장 나가면 집에서 쫓겨날 줄 알라고 엄마가 그랬다면서 출마하지 않더라구요."
"어머, 걘 무슨 그런 말을…."
뭐, 내 아이만 할말, 안 할말 가려 하지 못하지 않는 것이 적잖히 위로가 되긴 했지만, 그래도 앞으로 담임선생님 뵐 생각을 하면 많이 부끄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