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내조의 여왕' 우울함을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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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내조의 여왕'을 보고 있노라면 많이 우울하다. 현실을 직시하고 물에 젖은 휴지처럼 납작 엎드리라는 지애(김남주)나 사회성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엎드려보려는 온달수(오지호)를 보는 것이 마냥 웃기지만 않다.
아니, 웃음이 안나온다.

'내조의 여왕'의 배울점이라고 해야할까. 다른 사람 가슴에 상처 입히면 언젠가는 그 못이 내게로 돌아온다는 것, 언제나 양지는 없다는 것, 곧은 성품은 필요 없고, 손금이 없어질 만큼 비비고 또 비벼야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다는 것 정도다.

천지애(김남주)는 자신의 미모를 무기로 학창시절, 누릴 만큼 잘 누렸고, 최선을 다해 고른 남자와 결혼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그녀 인생의 황금기였고, 그 후 그녀는 시들어갔고, 그녀의 살림살이 만큼이나 사는 것도 팍팍해졌다.
하나밖에 없는 딸아이 유치원에도 보낼 수 없을 정도로, 생활비 대주는 시어머니 앞에서는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그저 '네,네'만 하는 며느리로 그렇게 남편한테만 목소리 드높이는 여자로, 품위유지비 없어 친구들 사이에서도 한도 초과된 카드로 비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아주 많이 강하다. 단순한 것이 장점이 된다는 듯 그렇다. 아줌마 캔디다. 물에 젖은 휴지처럼 납작 엎드리는 것이 결혼 후 그녀의 삶이었던 것처럼 그렇게 그녀는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다른 사람 같으면 절대 못할 일도 그녀는 서슴지 않는다. 구부러지지 않고 부러지는 대쪽 같은 그녀가 아니라, 그녀는 심하게 구부러져 활 같다. 오죽하면 남편을 취직시키기 위해, 남편을 잘 봐달라는 이유만으로도 그녀에게 복종했던 양봉순(이혜영)에게도 아무렇지 않게 '사모님'을 붙이며 최선을 다해 그녀의 비위를 맞춘다. 양봉순의 천지애에 대한 불편함 마음은 절대 쉽게 가라앉지 않은 듯 하다. 아니, 내가 '양봉순'이라고 해도 미모 하나로 모든 남자들, 친구들을 쥐락 펴락했던 그녀의 오만불손한 태도를 추억하면 조금이라도 우위에 있는 그녀로서는 어떻게든 갚아 주고 싶은 것이 당연해 보인다.

울트라 사회성 천지애(김남주)-IMBC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에서 천지애는 그래도 단순 무식함을 무기로 열심히 잘 버티고 있다. 그 덕분에 사장의 마음까지 얻어 다시 오달수가 복직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물론, 그녀를 위한 드라마이니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결혼반지를 다시 찾아다 주는 백마탄 왕자님은 현실에 없다. 돈 많으면 많은대로 고민이 많으려나...사장 부부의 행태는 현실을 직시한 드라마에 또 다른 씁쓸함이다. 사장은 천지애한테, 사장 사모는 온달수한테..이상한 짝대기를 날리고 그들의 권력을 행사하려고 한다. 오히려 사장쪽이 더 순수하다고 해야하나...

백마탄 왕자님(?) 사장 - IMBC

현실은 결혼반지 판 돈으로 월세 내고, 그리고 그녀는 더더욱 찌든다가 맞다. 그렇지만, 백마탄 왕자님이 결혼반지 찾아주고, 나름 그녀는 제일 튼튼한 동아줄을 쥐게 된 셈이다. 연거퍼 엎어지는 처절함 속에 저런 왕자님이 현실에도 있었음 하는 것이 희망사항이다.

사장 사모님 - IMBC

어찌되었건 '내조의 여왕'을 보고 있노라면 웬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양육강식이 확실한 사모님들의 세계도 생각하고 보기는 안스럽다. '사모님'을 혀 짧은 소리로 되내이며 그녀의 종이고자 하는 많은 부하 직원의 아내들, 그 아내들은 거느리고 군립하는(?) 이사님 사모 오영숙(나영희)은 그녀들의 노동력을 쉽게 얻을 뿐 아니라, 남편인 이사한테도 내조 9단의 '사모님'이다.


그녀는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의 권력을 갖고 있다. 그녀가 부러우면서도 씁쓸한 것은 뭘까.

내가 '사모님'이면 즐길 수 있는 드라마일까. '내조의 여왕'은 현실을 직시하고 웃음으로 승화시키려는 전략인 듯 싶지만, 웃음은 안 나오고 현실 직시만 된다.

그래도 보는 재미가 있다. 그렇게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완벽한 코디로 눈을 즐겁게 하는 그녀는 플랫슈즈와 트랜치코트, 그리고 비비드칼라의 가디건과 스커트까지 넘나들며 40이 가까운 아줌마가 입을 수 있는 최선의 코디를 선보이고 있다. 동년배 아줌마는 드라마의 내용보다도 그녀가 입은 바지, 트랜치코트, 가방, 그리고 액세서리, 다른 사람이 하면 소화 못할 것 같은 그녀의 단발머리가 더 관심이 간다.


현실을 직시해 아프지만, 피해간다고 피해지는 것이 현실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정하고 즐겨야 할까...어찌되었던 '내조의 여왕'은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