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딸아이는 '소풍'이 아닌 '현장학습'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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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우리 때 쓰던 '소풍'이란 단어 대신에 '현장학습'이란 단어를 쓰는 것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했다. 굳이 '현장학습'이란 단어를 써서 야외로 갔다 와야 하나 싶기도 했었다.

3학년이 된 이제는 잘 알 것 같다.
올해 딸아이는 3학년이다. 그리고 현장학습을 다녀왔다. 작년에만 해도 말 그대로 현장학습이란 타이틀로 가서 도시락 먹고 오는 것이 전부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근데, 올해는 많이 다르다.
아이가 3학년이 되어서일까 현장학습 전날 핸드북이란 걸 가져왔다.
"그게 뭐야"
"선생님이 읽어 오래. 중요한 건 밑줄도 치래"


아이가 내민 프린트된 핸드북은 작은 역사책(?) 이었다. 현장학습 장소인 남산한옥마을, 그리고 서대문 형무소에 관한 역사부터, 무엇이 있는지 어떻게 꾸며져있는지 우리나라 많은 애국지사들이 어떻게 순국했는지부터 자세하다 못해 어렵게 기록되어 있었다.
문제는 아이가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을 만큼 어려웠다는 것이다. 순국이라든가, 고문같은 단어를 이해하지 못했고, 타임캡슐까지...하나하나 설명하며 엄마인 나도 남산한옥마을이 어떻게 꾸며졌는지, 서대문 형무소를 다녀왔어도 놓쳤던 여러가지 역사적 사실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됐음이다.


우리 때 소풍은 이렇지 않았다. 도시락이랑 과자만 준비하면 되는 말 그대로 소풍이었다. 소풍전날 기대되고 괜히 잠도 오지 않고 그랬었다. 소풍장소는 거의 00능이었는데, 무덤 앞에서 도시락먹고 무덤에서 뒹구르고, 무덤앞에 모여 장기자랑하며 소풍이 끝나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소풍은 하루 신나게 먹고 노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내 아이의 소풍은 소풍이 아닌 현장학습이다. 그렇게 역사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위해 김밥과 과자, 핸드북과 필기도구를 챙겨 아이는 갔다.


남산한옥마을에서 이 집은 누구 집이었고, 저 집은 누구집이었으며, 타임캡슐을 우리 후손들을 위해…..이런 설명을 놓치지 않고 들어야 나중에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는 협박(?)까지 받은 후라 열심히 적으며 들었다. 그렇게 아이는 현장학습을 다녀왔다.

요즘 아이들은 그렇지 않아도 바쁘다.
딸아이가 다니는 학원은 영어, 피아노다. 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많이 다니는 것도 아닌데, 일주일에 3번 피아노, 2번 영어를 다녀오면 어느새 저녁 먹을 시간이고 그러면 학교 숙제하고 학습지 풀다 보면 훌쩍 10시가 다 된다. 컴퓨터게임을 할 시간도 티비를 볼 시간도 당연히 없다. 어른처럼 빨리빨리 시간을 절약해서 숙제하고, 학습지하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숙제도 30분이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이한테는 의외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줄수도 없는 일 아닌가. 거기다 영어학원에 다녀오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숙제를 해야하고 그 숙제를 다 하면 영어학원 시험을 위해 단어, 문자을 외우고 짧은 영어 동화책도 외워야 한다. 숙제있는 학원을 영어 딱 하나만 다니는데도 이렇게 바쁜데 고학년때 수학학원까지 다니면 학원숙제에 치여 어쩌나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딸아이가 안스럽고 엄마가 3학년때는 안그랬는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책도 제대로 읽을 시간이 없는데, 그런 딸아이가 소풍이라고 가는데 그것도 학습을 꼭 염두에 두고 가야한다는 것이 그냥 시간을 허비하고 노는 것보다, 우리 때처럼 무덤앞에서 도시락 먹고 장기자랑하고 오는 것보다야 훨씬 바람직하다고는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안타깝고 안스러운 이 마음은 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