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내조의 여왕' 아줌마가 100% 공감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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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아이의 유치원비를 내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결혼반지를 팔아서 월세를 내려는 아주 절박한 상황에서도 천지애(김남주)는 많이 밝다.
현실에서 그 지경이면 그렇게 밝을 수도 없을 뿐더러 그녀가 입고 다니는 것처럼 그렇게 예쁘게 차려 입는 것도 아주 많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내조의 여왕'은 드라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절대로 다큐가 아니기에 그녀는 아주 많이 럭셔리하다. 말로는 궁핍한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들고 다니는 가방은 몇백만원까지 하는 가방이고 그녀가 입는 옷도 그녀가 신는 플랫슈즈도 그 어느 것도 소홀하지 않은 옷차림이다. 그렇다고 옷도 트랜드에만 따라가느라 어울리지 않게 아주 짧은 미니원피스를 입는다거나 하지도 않는다. 그녀의 패션에 대한 센스는 보통 고급스럽지 않다. 그녀가 등장하고 백화점 마네킹들이 많이 옷을 갈아 입었다. 더블자켓에 슬림한 9부 길이의 바지가 많이 보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많은 코너에 그녀가 입었던 네이비나 그레이색의 길지도 짧지도 않은 자켓이 많이 눈에 띈다. 그녀는 패션 아이콘으로만 '내조의 여왕'을 지키고 있는 것은 아니다.

김남주는 둘째까지 낳은 배우이기 이전에 명실상부한 아줌마다. 같은 또래라고 해도 아이가 없거나 돌싱이라면 그렇게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그녀의 입을 통하면 공감정도가 아니라 절감이다. 누구나 내뱉고 싶지만 쉽게 내뱉을 수 없는 말들도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그녀가 속물임에도 밉지 않은 이유가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속물이기에 가능하다. 그녀가 속내를 알 수 없는 음흉한 스타일이라면 남편을 위해 납작 엎드리는 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고, 더더군다나 사장 태봉의 관심도 끌지 못했을테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줌마보다 더 솔직하고 더 속물적인 그녀지만 그래서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그녀다.

천지애의 패션, 패션 - 매일경제



거기다 그녀는 은근하게 남편기를 살린다. 구박하는 듯, 남편을 잡는 것 같은 모양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남편을 위해 위장취업도 불사하고, 남편을 위해 바람핀 사실을 명품가방 사달라고 조른 철없는 아내로 바꿔 말할 줄도 안다. 아닌 척하지만 속내는 남편을 사랑하고 남편을 위해 자존심같은 건 신경도 쓰지 않는 그녀다. 그런 그녀이기에 남편 달수도 그녀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녀의 진심을 알기에 그녀에게 더 미안해 할 수 밖에 없다.

거기다 아주 완벽하지 않다. 속물스러우면서 여우같은 완벽함을 추구하는 천지애라면 그렇게 호감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한글자씩 틀리는 오류를 범하면서도 매력적이다. 바람핀 남편한텐 '내가 지금 토사구땡'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기도 하는 없어 보이는 아줌마이기도 하다.
물론,  한글자씩 틀리는 것은 '꽃남'의 구준표도 그랬고, '태희혜교지현이'의 최은경이 자주 하는 무식이라 이젠 그렇게 특별하지도 신선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천지애표 무식이라 웃을 수 있다.
그녀의 속물스러운 딸과의 대화도 빠질 수 없다.
나중에 어떤 남자랑 결혼하고 싶냐는 질문에 딸아이가 아빠같은 사람, 키크고 머리 좋고, 잘생기고, 엄마만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하자 그녀는 그랬다. 사랑은 변한다고. 우유가 한 순간 맛이 가는 것처럼 그렇게 사랑도 맛이 간다고 잘라 말한다. 덧붙여 어떤 남자를 골라야 하는지 까지 알려준다.
"자기 이름으로 된 아파트가 있어야 되고, 빠방한 월급을 받아야 하고, 시댁은 수도권이면 안돼, 지방이어야 해. 아니다. 해외가 좋겠다. 그래,해외. 직항으로도 안되고 3~4번 갈아타야 하는 곳이면 더 좋겠다."

결혼한 아줌마라면 120% 공감할 이야기들을 천지애는 낯가리지 않고 말한다. 말하고 싶지만 너무 속물스러워 내뱉지 못하는 조심스런 말을 그녀는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보고 있는 아줌마의 가려운 속을 시원하게 긁어준다고나 할까.
궁핍하지만 절대 궁핍하지 않은, 궁핍하면서도 저렇게 명품가방에 시도 때도 없이 갈아 입을 수 있는 옷에 그것뿐인가. 그녀는 머리핀이며 머리띠같은 소소한 소품 하나도 소홀함 없이 그녀는 아주 럭셔리한 아줌마다. 그런 그녀가 다큐같지 않아서 좋고, 그녀의 천연덕스런 들어낸 속물근성도 좋다.

속물스러움을 숨김없이 들어내는 그녀의 솔직함이, 그녀의 패션 감각이, 아줌마다운 과하지 않은 억척스러움이 동시대를 살고 있는 아줌마지만 조심스러워 못하고 사는 소심한 아줌마를 대변해주는 듯해 더더욱 호감하고 정감가는지 모르겠다.

아이 둘 낳으며 아줌마로서의 내공을 확실하게 쌓은 김남주이기에 더더욱 찰진 천지애가 나오는 것일 게다.  그녀가 아닌 다른 천지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동창끼리의 은근한 질투와 시기, 남편 직급에 다른 아줌마들의 서열도 과장됐지만 전혀 이해할 수 없지는 않은  과장됨으로 동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