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조의 여왕'은 월화 부동의 1위라는 명예에 맞춰 4부를 늘렸다. 그래서일까. 지금까지 팡팡 튀던 이야기의 흐름이 많이 느슨해진 느낌이다.
느슨해진데다 내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포커스가 맞춰진 것이 아니라 살짝 태봉과 지애의 알콩달콩함이 길게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지켜보는 아줌마는 그저 흐믓하고 행복하다. 아무리 예쁘고 잘 나갔던 여자라고 하더라도 결혼하고 아이낳고 살다보면 특히나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단순하게 집에서 밥하고 아이나 키우는 전업주부로 아줌마로 살다 보면 아무리 예쁘게 꾸며도 아무리 날씬하게 몸을 가꿔도 자기 만족이지 백마탄 왕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 백마탄 왕자는 학교앞에, 학원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아이의 동선에 맞춰 사는 아줌마의 하루를 생각하면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태봉씨다.
결혼반지를 팔아야 할 만큼 간절할 때 그 반지를 다시 찾아다 주고, 우울할 때 노래 불러주고, 돈 꿔주고, 무이자의 혜택과 더불어 고물차도 완벽하게 손봐주는 능력 많은 그런 태봉씨가 내게도 있었음 하고 바라보니 그저 흐믓하고 좋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아줌마랑 있으면 좋아요' 여기까지는 안갔으면 좋았을 것을...했다.
플라토닉 사랑과 부적절한 사랑의 경계란 것이 아주 묘한 것이어서 달수는 부적절한 관계까지 가지 않았더라도 마음을 주었다는 것 만으로도 부적절하게 취급 받고 있는 걸 생각하면 쌍바람은 그만 했음 싶다. 실제로도 한순간의 바람이랑 마음을 준 바람과는 질적으로 다르단다.
A 부부는 결혼 10년차가 넘었는데도 남편이 팔베게를 해주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닭살 부부다. 그런 닭살 부부에게 아주 큰일이 있었다.
그냥 바람이 아닌 마음까지 준 바람이 그 남편에게 찾아온 것이다. 아내가 그걸 알기까지 몇 개월이란 시간이 걸렸는데…그 배신감은 하룻밤의 바람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단다.
그러고도 지금 그들은 겉으로는 멀쩡하게 여전히 닭살 애정을 과시하며 잘 산다. 천지애의 말처럼 돈 없어 이혼도 못하겠고, 돈 없어 남편 좋아한 여자가 사준 구두도 못 버리겠고, 돈 없어 집도 못얻겠고….라고 하소연하는 장면은 그냥 철커덕 와닿는 느낌이다. 지금 남편이 바람핀다고 이혼할 수 있는 부부가 얼마나 될까.
돈 때문에 이혼 못하고 사는 부부도, 그냥 덮고 사는 부부도 내 주위에도 몇 쌍이 있다. 그런 걸 생각하면 '내조의 여왕'의 박지은 작가의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결혼 6년차인 아줌마이기에 더더욱 와닿지 않는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가 아줌마의 로망도 알고, 아줌마의 현실도 정확하게 찝어 내는 기술이 뛰어나다.
그런가 하면 어제 방송에선 봉순이의 내조가 뭉클하게 짠했다.
자신의 잔머리로 곤경에 처한 준호를 위해 '모든 일은 자신이 저질렀고, 그 일은 남편인 당신은 몰랐다고 해라. 김이사네랑 살어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어라.' 라고 비장함까지 곁들여 말하는 것도 모잘라 그녀는 뇌혈관이 늘어나 수술 받으러 가면서도 남편에게 알리지 않는다.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의 이순신도 아닌데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감사고 뭐고 달려와준 준호의 마음에 왈칵 눈물을 찔끔했다. 지애의 말처럼 '왜 눈물이 나오고 지랄이야'하는 말이 딱인 것처럼 그렇게 말이다.
'내조의 여왕'은 너무나 럭셔리한 천지애와 그녀가 처한 현실이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 듯도 하고, 봉순이도 꼭 처량맞게 혼자 수술받으러 가야했을까 하는 따지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지만..이런 거 저런 거 따지면 드라마가 아니지 않나. 그럼 다큐다. 드라마는 드라마다워야 한다. '내조의 여왕'은 드라마적인 요소는 요소대로 갖추고, 그렇지만 심하게 허왕되지 않게 아줌마들의 로망과 어두운 현실을 적절히 버무려 최고의 맛을 내고 있음이다. 그래서 재밌다.봉순이의 뭉클한 내조도, 지애의 우정도 그래서 더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완전한 성공이다. 작가의 내공에 충분히 감탄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본격적인 내조의 전쟁으로 들어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태봉의 사랑은 거기까지!! 백마탄 왕자는 백마를 타고 있을 때만 멋지지 않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