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김씨표류기' 희망도 웃음도 없는 PR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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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정재영이란 배우만 믿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예고편은 분명 재미가 있을 듯 싶었고, 정재영의 인터뷰를 보고도 그랬다. 특히나 이런 역이 왜 나한테 왔을까. 이건 송강호선배한테 가야되지 않았을까 하는 멘트에선 솔깃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봤다. '김씨표류기'
남자 김씨는 신용불량자에 더 이상의 희망이 없어 한강에 투신했지만 무인도 아닌 무인도 밤섬에 정착하게됐고, 그 남자를 우연하게 지켜보게된 은둔족 세상과의 소통은 싸이질로만 가능한 여자 김씨가 웃음과 희망을 찾는 이야기래서 그런 줄 알았다.
희망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남자 김씨와 우울한 여자 김씨가 우연히 만나 그들의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나 싶은 그러면서 웃을 수 있는 그런 영화일 줄 알았다.

김씨표류기 - 네이버


영화는 많이 느리다.
무인도 아닌 무인도 밤섬에 떨어진 남자 김씨가 생활하기엔 원시시대와 다를 것 없으니 넘쳐나는 시간때문인지 아주 많이 느리다. 아무리 슬로우푸드가 좋다고는 하지만,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입맛처럼 그렇게 패스트무비에 길들여졌다고 하면 과장될까.
특별한 이야기 없이 아주 많이 느리다. 짜파게티를 대놓고 PR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짜파게티 스프를 먹기 위해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남자 김씨의 옥수수 기르기, 반죽하기, 김씨표 자장면을 만들어 먹기까지….짜파게티 홍보 심하게 대놓고 했다.

여자김씨 정려원 - 네이버


여자 김씨의 카메라(소니)도 열심히 대놓고 보여줬음이다. 아, 또 있다. 자이언츠 콘 통조림도 탑을 쌓아놓고 보여주고 또 보여줬다. 여자 김씨의 방을 보여줄 때마다 봐야 했다.

돈이 많이 들었을 것 같지고 않고 죽자고 웃기지도 않고 제대로된 희망을 찾은 것도 아니고 신데렐라식 결말은 좀 황당하다. 신데렐라와 왕자가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았는지 어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시집살이를 했는지, 왕자가 바람을 폈는지, 신데렐라가 불임이었는지...세상을 살다보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진실을 외면하고 신데렐라는 그렇게 끝났다. '김씨표류기'도 표류만 끝냈을 뿐 상황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남자김씨 정재영 - 네이버


도대체 감독은 뭘 말하고 싶었을까. 죽자고 웃기자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로빈슨크루소같이 맨땅에 헤딩하는 과정의 어떤 감동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도 아니면 죽은 조류를, 어패류를 먹어도 설사만 할 뿐 딱히 몸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나.  무인도라고 할 수 없는 밤섬에 남자 김씨한테 필요한 쓰레기만 종류별로 다 떠밀려 와주는데 나도 저정도는 꾸리고 살수 있을 것 같은데...도대체 무슨 웃음과 희망을 찾는 여행이 된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좀 우스운건 남자 김씨와 여자 김씨와의 소통은 영어로 진행된다. 왜 영어일까? 우리 나라 사람이 외국에서 심하게 다쳐도 'How are you?'라고 물으면 'Fine thank you'라고 한다는 우스개 말이 있는 것처럼 딱 그 수준의 영어만 이용한다.
HELLO
HOW ARE YOU?
FINE THANK YOU
WHO ARE YOU?
FUCK YOU

아주 간단하지만, 그래도 국어보다는 짧게 표현할 수 있는 장점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안녕하세요 보다는 HELLO가 어때요? 보다는 HOW ARE YOU가 더 간단하지 않은가.

전설의 고향 컨셉의 여자김씨 - 네이버


결국은 3년 은둔한 여자 김씨와 밤섬에서 쫓겨난 남자 김씨가 만났다. 그들에게 무슨 미래가 있을까.
오히려 만나기 전보다 더 우울해졌다. 신용불량자 남자 김씨와 은둔족 여자 김씨에게 무슨 희망이 있을까. 그렇게 그들이 만나고 영화는 끝났다. 어쩌라구? 열린 결말도 아니고 해피엔딩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

'주유소습격사건'도 주유소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나지 않고 러닝타임 내내 이야기를 만들었지만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재미었다. 독특한 소재, 독특한 이야기, 다 좋다. 밤섬이라는 공간에 정재영이란 배우를 떨궜으면 참신한 소재에 맞춰 좀 더 기발한 웃음과 이야기가 있어야 했다. '김씨표류기'는 소재만 신선했을 뿐 배우도, 이야기도 없다.


 난 '김씨표류기'에서 그 어떤 희망도 보지 못했다. 그저 짜파게티를 꼭 먹어야겠다, 자이언츠 콘 통조림이 175Kcal이나 되는구나, 소니 카메라가 성능이 좋네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