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유산'은 그저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될 줄 알았다. 식상한 이야기 소재에 진부한 그들의 사랑놀음에 나까지 꼭 시청해야 할까 싶을 정도로 그랬다. 하지만, '찬란한 유산'은 말 그대로 찬란해지고 있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 캔디, 안하무인 부잣집 손자, 그리고 철없는 엄마, 철없는 딸, 팥쥐 엄마까지 이제껏 우리가 드라마에서 한번쯤을 봤음직한 캐릭터들이 몽땅 등장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엔 불륜도 없고, 그렇다고 패륜도 없다. 막장드라마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신선한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에 새로울 것 없는 등장인물이다.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새롭다. 캔디와 못되 먹은 부잣집 손자의 알콩달콩을 보는 재미도, 거짓말의 달인 김미숙표 팥쥐엄마의 거짓말이 안타까우면서도 놀라운 그녀의 연기변신을 지켜보는 재미도, 캔디를 지켜주는 키다리 아저씨에 대한 로망까지 더해져 바람직한, 건강한 드라마에 재미까지 더했다.
엄친아 이승기가 탄력을 제대로 받아 100% 버릇없고 되먹지 못한 부잣집 손자역에 전혀 손색이 없다. 자꾸만 예능의 승기가 떠올라 뭔가 어색하고 자꾸 예능의 이미지가 오버랩되서 집중하기 어렵더니 회를 거듭할수록 이젠 집중하려 노력 않해도 못된 송아지같은 모습의 승기다. 눈빛에서 우러나는 짜증이 완전하다. 안하무인에 맞게 직원들과 같이 식사 안하며 하루 용돈 만원으로 차비에 점심값에 커피값까지 해결하려는 그의 노력이 눈물겹다. 6000원짜리 돈까스를 먹고 커피도 선택의 여지 없이 '오늘의 커피'를 먹어야 하는 신세지만 '폼생폼사'만은 지키려는 그의 노력이 귀여우면서도 밉지 않다.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물론 그가 옷을 잘 입는다고, 코디가 누굴까 싶은 생각도 했었는데 부잣집 도련님으로서의 코디도 보는 것 만으로도 흐믓할 정도다.
선우환(이승기)와 알콩달콩 사랑을 쌓아가는 캔디 고은성(한효주)가 있다. 길들여지지 않는 선우환에 전혀 밀리지 않는 그녀의 캔디스러움이 어디서 많이 본듯함에 멀미가 살짝 나려고 했으나 한효주표 캔디를 제대로 만들어 가고 있다. 억지스럽지 않은 캔디가 보기에 부담없고 그런 그녀가 선우환과 만들어가는 사랑이야기가 좋다. 드라마속 캔디의 특징이 있다. 그닥 어려운 사람이 없고 근명성실하며 책임감이 강하다는 것이다. 거기다 만화속의 캔디처럼 주근깨 투성이의 못난 얼굴이 아니다. 조금만 화장을 해도, 조금만 옷을 달리 입어도 그대로 간지가 사는 명랑쾌활에 근명성실에 예쁘기까지 하니 등장인물 모두가 그녀를 좋아하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거기가 운명처럼 만난 할머니 장숙자 여사님은 건강이 안좋다. 심각하게 안좋은 것 같은데 냄새만 풍길 뿐 콕 집어 밝히진 않고 있다. 아직 병명을 정하지 못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여장부스러운 그러면서도 인간적인 기업인의 모습에 반했다. 나도 저런 사장님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이면 좋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그곳에 가서 나도 설렁탕 한그릇 사먹고 싶은 충동까지 생긴다. 모두다 그런 생각으로 기업을 운영하진 않겠지만, 반찬은 재활용하는 식당까지 있고, 음식에 먹을 수 없는 것까지 첨가하는 나쁜 사람들이 많은 현실에 손님을 생각할 줄 아는 돈벌이에 급급한 기업인의 모습이 아닌, 참된 기업인의 모습을 보는 듯 해 아주 바람직하고 좋다. 그런 바람직한 기업인으로 성공했으나 집안단속은 성공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 보려고 노력중이시지만, 철없는 며느리와 손녀딸을 길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철없으면서도 눈에 보이는 잔머리 굴리는 며느리와 손녀딸을 보고 있으면 인생 참 편하게 사는 사람도 있다 싶으면서도 그들이 그렇게 억지스럽지 않아 재밌다.
등장인물 모두가 착한데 유달리 나쁜 팥쥐 엄마 백성희(김미숙)이 있다. 재혼으로 은성과 은우의 새엄마가 되었지만 남편의 죽음과 동시에 둘을 내치는 매몰참과 은우를 멀리 버리고 온 비정함까지 겸비했다. 그녀의 악행은 이제 은성의 아빠가 살아 돌아옴으로서 바로 탄로가 날 듯 하지만, 그녀의 임기응변이라면 어리숙하고 착한 은성의 아빠가 사실을 아는데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기도 하다. 나쁜 사람들의 자기 변명은 백성희 아줌마한테도 적용된다. 은성가 은우를 내치고, 은우를 버리기까지 했으면서도 그녀는 모든 잘못이 은성의 아빠때문이라고 원망한다. 모든 나쁜 사람들의 특징이다. '아내의 유혹'에 애리도 끝까지 '00때문에' 라고 자기를 합리화 시켰다. 백성희도 똑같은 부류의 나쁜 아줌마다. 김미숙표 팥쥐엄마가 은근 잘 어울린다.
과장되지 않은 그들의 연기와 설정이 '찬란한 유산'을 탄력받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건강한 드라마면서 재미까지 더불어 줄 수 있는 드라마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