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마지막 주에 딸 아이반은 짝꿍을 바꾼다. 짝꿍을 바꾸는 방법이 2학년 때까지 했던 방법과 달리 선생님이 일률적으로 정해주는 것도, 키 순서대로 앉는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짝꿍을 선택하는 것이다.
한 달은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주워지고 한 달은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를 선택해서 앉을 수 있다. 단, 한번 앉았던 짝꿍이랑은 다시 짝꿍이 될 수 없다.
3월 달은 새학기라 담임선생님께서 일률적으로 짝꿍을 정해주셨고 4월 달부터 짝 정하기는 시작됐다.
4월은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를 먼저 선택하는데 짝꿍을 정하기 한 달 전부터 선생님은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라는 말이 있다고 쭈삣 쭈삣하지 말고 앉고 싶은 짝꿍을 빨리 선택하지 않으면 쓰레기를 처리하게 된다고 말씀하셨단다.
딸아이는 짝꿍을 정하는 날 최선을 다해 빨리,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남자아이를 선택해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을 맡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면 그 짝꿍에 대해서 편지를 쓰고, 일기도 쓴다. 그렇게 반 아이들과 돌아가면서 앉아보고 선택하는 재미도 있겠거니 하고 별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어디까지나 딸아이한테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줄 몰랐을 때다.
3월 한달 탐색달을 거친 딸아이는 본래의 성향대로 남자아이들과 치고 받고 싸우며 놀기도 하고, 축구도 하고, 다른 여자아이들이 맞으면 대신 응징해주기까지 하면서 최대한 와일드하게 보낸 모양이다. 그러더니 짝꿍을 바꾸기 며칠 전부터 걱정을 했다.
"엄마, 남자애들이 나 선택 안하면 어쩌지?"
"그러게 적당히 얌전하게 다니지. 남자애들이 좋아하겠어?"
불길한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5월은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를 선택하는 달이었다. 짝꿍을 정한 날 표정이 구겨진 딸아이가 겸연쩍게 말했다.
"엄마, 나 쓰레기 됐어."
"엉? 아무도 널 선택 안했단 말야?"
결국은 아무도 선택하지 못한 남자아이랑 짝꿍이 된 모양인데 그 상처가 꽤 큰 모양이었다. 5월의 마지막주인 이번 주 딸아이는 남자아이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그 남자아이가 자기를 거부하면 어쩌나 걱정 하고 있다.
남자아이들도 참 그런 것이 같이 축구하고 과격하게 뛰어놀 때는 좋아라 하면서 정작 짝꿍을 정할 땐 얌전하고 참한 아이를 선택한다. 어른이나 아이나 그런면에선 똑같은 것인지 어쩐지...암튼, 와일드한 딸아이는 이번 주 내내 걱정이 많다.
이것이 우리반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다른 반에서도 짝꿍을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를,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를 선택하도록 하는 모양인데 B양이 남자아이를 선택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사이 모든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을 선택했고 A군이 쓰레기로 남은 모양이다. 결국 쓰레기끼리 짝꿍을 해야 됐는데 B양이 A군이랑은 절대로 짝꿍을 안한다고 울면서 사건이 커진 모양이다. 결국은 같이 앉기는 한 모양인데 자신이랑 같이 앉지 않겠다고 우는 B양을 보면 A군은 많이 상처 받았음이다.
그걸 들은 A군의 엄마는 많이 속상해 했다.
선택하지 않고 남은 아이들에 대한 호칭도 그렇다. 도대체 '쓰레기'가 뭔가. 이성한테 인기가 없으면 쓰레기라고 취급받아야 한단 말인가.
A군의 엄마뿐만 아니라 짝꿍을 정하는데 있어서 나도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다. 딸아이가 전전긍긍하고 다니는 것도 보기 불편할 뿐 아니라 '엄마, 나 쓰레기됐어.'라는데 그 어감의 강도가 어찌나 강하던지 한동안 내 딸이 쓰레기라고?? 계속 되묻게 됐다.그렇다고 와일드한 딸의 성향을 짝꿍때문에 뜯어 고칠 수는 없지 않나..
이번 주 딸아이 뿐만 아니라 엄마인 나도 스트레스다. 짝꿍을 왜 꼭 그런 방법으로 정해서 아이들한테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는지 모르겠다. 그저 딸아이한테 선택 받은 남자아이가 제발 거부하지 않았음 싶다. 선택할 짝꿍한테 미리 뇌물(?)이라도 갖다 주며 로비를 하고 싶을 정도로 신경이 쓰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