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엔 아직 선덕여왕은 없다. 미실이란 색공한 후궁이 실세로 나오면서 팜므파탈의 매력을 선보일 것이라는 예고와는 달리 고현정표 미실은 전혀 팜므파탈하지 않다.
팜므파탈과는 상관없이 그저 눈을 껌뻑이며 입을 앙다무는 지금까지 고현정이 뵈줬던 표정 그대로 미실을 연기하고 있다. 그녀의 연기력엔 특별히 의심하지 않고 지금껏 봤는데 선덕여왕이 아닌 미실을 택한 그녀의 선택에 연기로 승부하려는 그녀의 배우 근성을 보게 되나 싶었는데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고현정표 미실은 섹시하지 않고 오히려 미저리같다. 남편과 정부를 거느린 왕를 셋이나 모신 대단한 매력의 소유자라는 미실은 책속의 그녀와도 아주 많이 다르다.
전혀 색공에 능하지 않은 여인네 같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신녀 냄새가 나는 야망 가득한 여인네에 불과해 보인다. 얼굴엔 미소를 띄고, 전혀 화나지 않은 척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칼로 사람을 여럿 베기도 한다. 전혀 화를 내지 않는 듯 하지만, 그녀의 행동은 주위 사람들을 싸하게 하는 기운까지 느껴진다. 그녀는 진흥왕, 진지왕, 진편왕등에게 색공한 후궁이다. 그 후궁은 불로초를 먹은 것처럼 주름하나 늘지 않는다. 진편왕은 천명공주, 덕만공주를 낳고 15년동안 세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데 반해 미실은 팽팽하다 못해 새치하나가 없다. 도대체 어떻게 몰입해 봐야하는 것인지, 미실의 팽팽함도 그녀의 예쁜 척 눈깜박이는 것도 입술 앙다무는 것도 미실이란 인물에 몰입을 방해한다.
어찌되었건 팜프파탈과 전혀 상관없는 미실을 보면서 '자명고'의 왕자실(이미숙)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색공한 후궁도 아니고 두번째 부인이지만 낙랑국의 실질적 왕후다. 자신의 딸 라희를 살리기 위해 자묵에게 농염한 표정으로 마우스 투 마우스로 술을 옮겨주는 장면은 이미숙이란 배우가 '뽕'을 찍었던 왕년의 에로배우였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해줄 정도의 팜므파탈이었다. '에덴의 동쪽'에서 그녀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곧은 동철어머니와 잘 어울리지 않았다. 오히려 '자명고'의 왕자실로 그녀는 아직 그녀의 미모가 전혀 죽지 않았다는 것, 그 나이에도 충분히 농염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이라인만 눈꼬리위로 치켜 그린다고 팜프파탈이 되지는 않는다. 팜크파탈로 가장 실패한 배우라면 대표적인 인물이 손예진이다. '무방비도시'에서 그녀는 백장미역으로 그녀가 처음으로 팜프파탈에 도전한다고 했으나 실지로 뚜껑을 열었을 때 그녀는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아이라인 삐죽이 빼고 붉은 립스틱만 바른다고 팜프파탈이라고는 할 수 없지 않나. 농염하지도 그렇다고 섹시하지도 않았다. 덜 영글은 과일처럼 그렇게 풋냄새 풍기며 영화내내 백장미란 인물과 손예진은 합체되지 않았다.
모든 배우가 팜므파탈은 연기할 수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분명 농염하고 섹시한 생김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목소리 톤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팜므파탈을 연기하기엔 고현정의 이미지가 너무 반듯해 보이는 것도 문제다. 색공한 후궁이 섹시한 매력보다는 미저리같은 매력이 더 많다면 이건 분명 아니다.
'선덕여왕'은 이제 4회를 방송했다. 고현정표 미실이 아직 섣부른 미스캐스팅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녀에겐 '선덕여왕'이 더 몸에 맞는 옷이지 싶다.
고현정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거나 입술을 앙다무는 표정은 이제 좀 식상하다. 귀엽고 똑똑한척 하는 지금까지의 이미지와는 좀 차별화된 연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미실에 대한 연구보다는 그녀의 배우로서의 욕심이 앞선것은 아닌가 싶다.
진평왕은 15년만에 백발이 다 된 중년의 할아버지가 됐는데 진편왕이 즉위했을 때 이미 십 몇년 연상이었던 미실은 진편왕이 그렇게 나이를 먹는 동안에도 전혀 나이를 먹지 않았다. 아무리 보톡스를 맞았다고 해도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이것도 판타지로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로 몰입이 쉽지 않은 '선덕여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