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건강하고 명랑한 드라마를 만나니 반갑기까지 하다. '솔약국집 아들들'이 그것이다.
솔약국 집 네 아들들의 이야기로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는 것을 보여주듯 그렇게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목욕탕집 사람들', '엄마가 뿔났다'처럼 웃음도 있고, 감동도 있는, 젊은이들의 달달한 사랑도 있는 부담없이 보기 좋은 12세 관람가 드라마라고 해도 문제없는 가족드라마다.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네 아들을 낳아 기른 어쩔 수 없이 드세지고 강해진 며느리이며 엄마 백옥희(윤미라), 그 엄마를 잘 다독일 줄 아는 넉넉한 아빠 송광호(백일섭), 그리고 결혼하지 않은(?) 네 아들들의 어정쩡한 것 같으면서도 쉽게 사랑을 찾지 못하는 그들의 이야기다. 드라마이 가장 큰 강점이라면 나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첫사랑이 시한부 선고받고 아주 짧은 시간 파리한 모습으로 나오고 너무 빨리 죽고, 잠깐 출생의 비밀 냄새를 풍기며 은지 생모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비비 꼰다거나 우연의 우연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에 있을 수 있는 것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살다보면 내가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할 일도 많고, 보고 싶지 않아도 보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도 많다. '솔약국집 아들들'에서도 보고 싶지 않은 사람 이모의 딸 조미란(하재숙)같은 인물도 있긴 하다. 억지스러운 그들의 떼씀이 조금은 멀미가 나긴 하지만 그런대로 견딜만은 하다. 거기다 은지 생모의 안하무인같은 태도가 눈에 거슬렸는데, 별탈없이 융화되고 더 이상 은지 생모가 아이를 버리고 간 나쁜 엄마도, 인정머리 없는 사람도 아니게 되버렸다.
그런 매력이 있는 드라마가 '솔약국집 아들들'이다.
아들 셋키운 엄마는 천당간다는 말이 있을 만큼 힘들다고 하지 않나. 백옥희여사(윤미라)의 억셈이 그래서 이해되고 동감된다. 40이 넘은 아들도 패고, 30이 넘은 아들도 팬다. 나이를 막론하고 잘못하면 맞는다. 우리네 정서와 그래서 더 잘 맞는지 모르겠다. 요즘 아이들이 맞지 않고 커서 버릇이 없다고 한다면 좀 심하다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맞고 큰 세대다. 형제가 적어도 3~4은 되는 집이 거의 다 였으니 그 아이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엄마는 매를 들 수 밖에 없었고 매가 없으면 손바닥으로라도 휘둘룰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정이 돈독하게 쌓였다고 하면 과장일지 모르겠지만, 맞고 큰 세대라서일까. 백옥희 여사의 무지막지한 매가 좀 과장이다 싶으면서도 아직도 아들들을 통제할 수 있는 엄마의 힘과 맞아주는 착한 아들들이 만든 '솔약국집 아들들'이 좋다.
뉴스가 그 어떤 막장 드라마보다 더 끔찍할 때가 많은 현실아닌가.
아들이 어머니를 죽이고, 며느리가 치매걸린 시어머니를 죽이고, 내연의 여인을 살해했다는...그런 뉴스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접하는 사건사고다. 그런 현실에 있을 법한 나쁜 사람도 없고, 부적절한 관계도 없다. 아무래도 뉴스에선 착한 사람보다는 나쁜 사람이 더 많이 나오기 마련이니깐 우리가 밝은 면보다 어두운 면을 더 보는지도 모르겠다. 그 어두운 면에 등불이 될 만큼 '솔약국집 아들들'은 건강하고 맑다. 착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사심없는 이야기다.
물론, 드라마적 캐릭터도 있긴 하다. 가장 이해안되는 인물이 김복실(유선)이다. 배경따지고, 학벌에 직업까지 따지는 미혼여성들에게 일침을 놓겠다는 것일까. 저렇게 순진하고 맹한 듯 하면서도 순종적인 여인이 지구상에 존재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일까. 아니, 현실엔 없지만 드라마에서라도 만들어 이런 여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일까.
간호사 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며느리도 아닌 여자가 원장님댁에서 집안일까지 몽땅 다하고 간호사일까지 다 한다. 그 어떤 며느리도 저렇게 하지 못할 맹한 착함이다.
그런 억지스런 캐릭터도 드라마니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적잖이 너그러운 마음씨가 되고 즐길 수 있다.
시한부로 짧은 생을 마감한 첫사랑땜에 마음 아파하던 첫 아들 진풍(손현주)은 첫사랑의 올케(박선영)과 커플이 될 모양이다. 재미는 없지만 그래도 사람 따뜻한 진풍이다. 재미는 없지만, 그래도 진솔한 큰아들이다. '아저씨'라고 호칭하는 여자와 아저씨 진풍의 그들도 모르게 싹트는 사랑을 지켜보는 것도 셋째 선풍(한상진)의 우매한 듯 하면서도 바른 사나이의 심하게 맑은 은지와의 사랑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떤 것이 이득이 되는지 그닥 따지고 살지 않는 인물들 때문에 가끔은 답답하긴 하다. 친구의 딸 하나를 데려와 맡아달라고 그 집에 두고 키우는 것이나, 하나 엄마는 애 찾으러 왔다가 그 집에 눌러 살게 되는 것이나, 막무가내 이모 딸의 얄미울 때도 있다. 착한 사람들을 저런 사람들이 이용해 먹는 것은 아닌가 싶은 은근 정의를 불태우고 싶을 때도 불끈불끈있지만, 저렇게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착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든 환경이 부럽기도 하다.
그들의 평범한 일상을 지켜보는 재미에 주말 저녁이 맑게 정화되는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