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엄마들 이간질 시키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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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딸아이가 다니는 3학년중의 한 선생님 이야기다.
그 선생님은 교장, 교감 다음의 권력자(?)라고 넘버3라고 호칭하기도 한다. 언제나 포커페이스로 아이들 하교를 함께하시는데 같은 반이 아니어도 인사를 드리면 가볍게 묵례를 하시거나 포커페이스 그대로 가버리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찌되었건 아이들한테만 잘해주신다면야 엄마 인사를 안받는 것 쯤이야 별 것 아니다.

근데, 넘버3 선생님반의 상담기간이 끝나자 엄마들이 저마다 말이 많아졌다.
A군 엄마의 상담 내용을 간단하게 간추리면 이렇다.
"A 어떤가요? 선생님"
"A요? 잘해요. 우리 반 애들이 똑똑합니다. 수학 시험도 우리반만 반 수 이상이 100점 맞고요. 잘해요."
어떤 문제점을 지적받지 않는다는 것은 상담이 즐거울 수 있지만, 그냥 포괄적으로 '잘해요'는 엄마입장에서 보면 선생님이 아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 살짝 의심이 갈 뿐 아니라 정말 우리 아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걱정도 된다. 교우 관계는 어떤지, 학습을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지...그런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서 세세하게 알려주셨음 했는데 뭉뚱그려 말씀하시니 그런가부다 할 수 밖에….남자 선생님이라 그러신가 어쩐가 했는데 이어지는 말씀은 좀 아니란 생각이 들더란다.
"우리반에 급식을 잘 안먹는 애들이 3명 있어요. B, C, D가 그런데요. 애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애들이 밥을 먹을 때 국 한번 떠먹고 밥 한 숟가락 먹고, 반찬을 먹으면 되는데 밥 제대로 안 먹는 애들 특징이 밥만 먼저 먹어요. 밥만 먹고 그리고 반찬이랑 국이랑 먹으려고 하니 반찬이랑 국을 어떻게 먹겠습니까. 제가 그래서 그것까지 지도 합니다. 그래서 점심시간에 제대로 식사를 못해 애들 하교할 때 배가 고파요"
"어머, 선생님 수고가 많으세요."
A군의 엄마는 어쩔 수 없이 선생님이 말씀에 맞장구를 쳤지만, A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다른 아이들 급식 안 먹는 것에 대해 말씀하시는 선생님이 의아했음은 물론이다.

MS Power Point ClipArt


P양의 엄마도 상담 내용이 비슷하다.
"P 잘해요."
"네...교우관계는 어떤가요?"
"좋습니다. 다 잘해요. 우리 반 애들이 다 잘해요. 우리 반 R이란 애가 아주 장난이 심해요. 그 R군 엄마는 몰라요. 잘하는 줄 알죠. R은 아주 조용하면서도 제일 말썽을 많이 부립니다. 저기 학급문고 있는데 보이시죠? 그 문고를 밟고 올라갔다 내려왔다 자리로 뛰는 것까지 합니다."
"네…."

그런가 하면 칭찬도 당사자인 엄마한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엄마한테 하신다.
E양의 엄마가 상담하러 갔을 때다.
"E 잘해요. 우리 반에 P란 애가 있는데 글씨도 잘쓰고, 똑똒하고, 책도 많이 읽고, 얌전합니다."
"네? 네…."

이런 식이다. A군 엄마한테는 B, C, D 들이 밥을 제대로 먹지 않는다고 하고, P양 엄마한테는 R이 장난이 심하다고 하고, E양 엄마한테는 P가 세세하게 칭찬을 한다.
이런 식으로 내 아이 상담은 '좋아요' '잘합니다'로 일색이고 다른 아이들이 잘못한 것이라든가, 잘하고 있는 것을 말씀하시는 식이라는 것이다.
오죽하면 그 반 엄마들이 자신의 아이에 대해 알고 싶으면 엄마들을 모아 놓고 우리 아이에 대해 들은 것을 토해내라고 해야겠다고 우스개 소리로 말할 정도다.

엄마들이 무서워서 그러실리는 없을 것 같고 도대체 왜 그런 식의 상담으로 엄마들을 이간질 아닌 이간질을 시키는 것인지 난감하고 황당하다고 넘버3 선생님반 엄마들은 불만이다.
상담시간 내내 아이에 대해서 지적에 지적을 거듭하는 선생님도 싫지만, 상담시간 내내 아이에 대해선 '잘해요' 한마디로 끝내고 다른 아이들에 대해서만 상담시간을 할애하시는 선생님의 진심은 무엇인지 너무 어렵다 했다.

어찌되었건 1년에 한번 있는 상담은 다른 아이들에 대한 칭찬과 문제점을 들으며 우리 아이가 어떻게 하면 칭찬받고 어떻게 하면 지적받지 않는가 대한 우회적 표현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그런 걸 참고로 엄마가 지도하라는 것인지 애매해 가운데 끝났다.

선생님과의 상담시간은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매일 집에서 보는 아이에 대한 엄마라도 몰랐던 새로운 점을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아이의 잘못된 점을 선생님의 객관적인 눈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 시간을 다른 아이들의 지적에 칭찬으로 보냈다면 분명 부모입장에선 바람직한 시간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이의 학교 생활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을 좀 더 헤아릴 줄 아는 넘버3 선생님의 배려가 부족했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