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틀을 조금만 깨면 살기 편해지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결혼해야지.. 그래서 했다. 그냥 좋아서 법적으로 아무 하자 없이 같이 살고 싶어서 그렇게 결혼했다. 그러면 또 묻는다. 아이는 왜 안 낳냐고… 우리끼리 살면 안될까...하면서도 주위의 모든 입들에 굴복해 결국 낳는다. 그럼 또 묻는다. 둘째는 안낳냐?
하, 이런 식으로 살다 보면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틀에 들어가 살게 된다. 틀 안에 있어야 평범한 사람으로 인정하고 그렇지 않은 틀 밖의 사람들에겐 모두 이상한 시선이다.
'결혼 못하는 남자'에 결혼을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남자의 이야기다. 건축가 조재희(지진희), 반올림해서 마흔인 내과의 장문정(엄정화)가 있다.
그들의 생물학적 나이를 제외하면 그들이 혼자 사는데 특별히 문제는 없어 보인다. 먹고 살 걱정 안해도 될 직업도 있고, 그 직업이라는 것도 언제 쫓겨날 직업이 아닌 든든한 전문 직종아닌가. 굳이 결혼해서 아이낳고 복닥거리며 살지 않아도 그들은 충분히 자유를 즐기며 화려한 싱글로 살 수 있다. 흔히 말하는 골드미스, 골드미스터에 속하는 이들이다.
마흔이 다된 결혼 못했을 것 같은 조재희(지진희)와 인연을 못 만난 것 같은 장문영(엄정화), 그리고 같은 마흔이래도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쪽이라고 믿을 수 있을 것 같은 윤기란(양정아)도 있다. 또래지만 상황은 완전히 다른 그들의 이야기가 의외로 끌린다.
그들에겐 유치원을 어디에, 학교를 어디에, 선생님때문에, 어떤 학원에 언제 보낼까...하는 아이때문에 머리아프지 않아도 되고 마음 아프지 않아도 될 자유가 있다. 뿐인가, 그들에겐 언제나 원하는 곳을 갈 자유가 있고, 밤늦게까지 PC방에서 놀 자유도 있고, 언제 어느때나 심야영화를 볼 자유도 있다. 그들에겐 짝이 없고, 아이가 없는 대신에 자유가 있다. 그들의 직업으로 봤을 때 자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여유까지 있으니 외로움만 자체해결하면 화려한 싱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결혼생활도 권태기가 있는데 혼자 사는 것이 어떻게 맨날 좋을 수만 있겠나. 그들의 심심한 일상이나 결혼생활의 심심함이나 그닥 달라보이지는 않는데 그들은 유난히 심심해 보이고 궁상맞아 보인다. 그것도 제작진의 설정이라면 설정이겠지만, 그들만의 생활이 결혼 10년차 아줌마의 눈에 그닥 나빠보이지 않는다.
결혼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 관심없는 그래서 다른 사람한테 따를 당해도 전혀 게의치 않을 것 같은 남자 조재희는 나름 매력적이다. 맥주에 음악이 아닌, 우유에 음악을 곁들이는 그만의 독특한 취미생활과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유별날 만큼 깔끔한 집과 고집스러울 만큼 독특한 어법도 다른 사람에게 비호감으로 비칠지 모르겠으나 특별히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고 사는 것은 아니다. 문제라면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배려하지 않는 듯한 말뽐새와 융통성이 없다는 것인데 그 사람 자체로 인정하면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기에 난 그가 결혼 안했다는 걸 믿는다. 어설픈 듯한 비야냥 거리는 듯한, 그러면서도 회식안한다고 진심으로 삐지고, 고기집에서 혼자먹으면서도 주위 시선 전혀 의식하지 않고 맛나게 한점한점 즐길 줄 아는 진정한 싱글이다. 이 모든 것이 지진희의 연기가 바탕이 되었길래 조재희란 인물에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 지진희의 약간 어설픈 듯한 표정으로, 정말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듯한 난감한 표정은 조재희란 인물을 이해하게 만든다. 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닌 할 줄 몰라서 그러는 것을 어떻게 하냐는 듯한 그 어설픔을 지진희란 배우를 통해서 보고 있다.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결못남'은 매력적인데 거기에 반올림해서 마흔인 내과의 장문정(엄정화)도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이제 그 어떤 화장으로도 나이를 숨길 수 없는 인연을 만나지 못한 심심한 싱글인 그녀를 연기하기에 엄정화란 배우가 너무 비슷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딱이다. 저럴 수 있겠다 싶은 그런 공감대로 말이다.
쿨해 보이는 윤기란(양정아), 그 나이가 있었는가 싶은 20대의 젊은 커플 정유진(김소은), 박현규(유아인)도 있다. 20대와 이제 막 40대에 접어든 그들의 이야기가 잔잔하면서도 은근한 매력적이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하기엔 그들의 직업이 심하게 삐까뻔쩍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심심한 싱글이야기는 은근 공감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