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해서 마흔이란 나이가 되고 보니 내 맘대로 호프집도 골라 들어갈 수 없게 되버렸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옷이나, 신발, 가방 같은 것에는 자주 질려하면서도 사람이나, 자주 가는 가게는 바꾸지 않는 편이다. 지인들과 자주 가는 호프집은 신촌에 위치했고 거의 10년 단골이다. 그 집 사장님도 우리가 단골이라고 많이 챙겨주시고, 우리도 그렇다. 만나면 의례히 그 집으로 향하다보니 그 집의 안주 종류를 꾀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주인장 사장님이 언제쯤 서비스 안주를 주실지도 안다. 편하고, 새로운 곳에 적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나이들면서 소심증이 심각해지는 것도 한 몫해 그 집만 갔다.
근데, 어느 날부터 그 집의 맥주가 바뀌었다. 맥주를 다른 회사 제품으로 바꾸었다는데 맥주 맛이 마실 수 없을 정도로 수돗물 냄새도 강한 것이 맥주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병맥주를 마시자니 안주를 많이 먹는 우리에겐 큰 부담이라 어쩔 수 없이 다른 호프집을 물색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우물안 개구리라고 우리가 호프집을 드나들 때 우리의 나이가 그렇게 크게 제한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아니, 우리가 그 호프집에 앉아 있음으로 해서 그 호프집의 물을 흐리게 할 줄을 몰랐다.
10년이 넘도록 만나는 장소를 변경하지도, 그렇다고 가는 호프집도 변경하지 않고 다닐 수 있었던 것은 그 곳이 우리에게 편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나이가 전혀 제한이 되지 않았고, 그 장소에 우리가 있어도 크게 물을 흐린다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가 찾는 호프집엔 30~40대의 댕기머리 아저씨부터, 아이 데리고 오는 아줌마, 그리고 대학생 신입생 파티까지 몽땅 소화하는 곳이다.
그나마 나이 제한에 걸리지 않고 마음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었다고나 할까.
지인들과 함께 맥주 일잔하고 있을 때였다.
언제나 가는 곳만 가는 우리는 앉는 자리도 거의 지정석처럼 들어오자 마자 등을 지고 앉을 수 있는 자리에 매번 앉는다. 그러다 보니 들어오는 사람들을 거의 체크하다시피 볼 수 있는데 20대 초반의 애띤 젊은이들이 들어오다 우리를 보더니 "야, 가자" 하는 것이다.
이런,,우리 때문에 저들이 간 것이다. 반올림해서 40대 아줌마들이랑 같은 공간에서 일잔하기 싫었던걸까.
단골 호프집의 맥주 맛이 바뀌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다른 호프집을 물색했다. 하지만, 들어가지도 못하고 입구에서 발길을 돌리기를 여러 번 했다. 너무 젊은 분위기와 앉아 있는 영한 젊은이들을 보고 있자니 들어가서 우리가 물을 흐릴 수 없다는 판단에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다 결국은 다시 우리의 단골 호프집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조금 더 비싼 돈 주고 병맥주를 먹더라도 나이 제한에 걸려 눈치보며 일잔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안함을 선택했다.
캬바레 대신 클럽에 가고 싶고, 동네 치킨집 대신에 호프집에 가고 싶은데 우리의 마음과는 다르게 마음 편하게 아무 곳이나 들어갈 수 없는 애매한 나이가 되버렸다는 사실에 의기소침해진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여러 가지로 좋은 것보다는 나쁜 점이 더 많다는 것을 이런데서까지 느껴야 하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30~40대도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그런 장소가 우리에겐 미사리밖에 없단 말인가...
나이 먹었다는 것이 죄는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민폐일 수 있는 현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