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유산'엔 착한 남자, 착한 여자가 있다.
돈을 포기 못하는 엄마, 그 남자여야 하는 딸. 전혀 닮지 않은 듯한 모녀였다. 분명 그랬는데 점점 시간이 갈수록 뭔가에 꽂히면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는 공통점 외에도 은근히 많이 닮은 모녀다.
그저 밖으로 표출이 되느냐 안되느냐의 차이라고나 할까. 딸을 부양할 의무가 있는 엄마이기에 남자를 이용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남자를 믿지 못하고 오직 돈만 믿겠다는 무서운 아줌마 백성희(김미숙), 자신의 것이라 확신하지 못했지만 8년을 한결같이 환의 곁을 지킨 승미의 당연한 집착은 비슷하다.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집착이고 자신의 것을 뺏기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인정한다고 해도, 모든 것이 은성이만 환의 할머니와 얽히지 않았다면 환이와 잘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은 승미의 생각은 착각이다.
캔디 은성(한효주)가 환의 마음을 흔들지 않았다면 승미는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차분하면서도 단아한 모습을 유지하며 살 수 있었을까. 그렇게 환이와 결혼까지 할 수 있었을까.
승미에겐 매력이 없다. 그저 단아하고, 착하고 모범생 이미지 말고 그녀는 투명해 보이지도 않고, 그런가하면 자신의 속내도 쉽게 들어내지 않는다. 자신의 남자한테 잘할려고만 하지 투정을 부리는 것도 안한다. 그저 남자한테 성질도 제대로 부리지 못하고 속앓이 하는 아주 착한 여자다. 다른 사람한테는 몰라도 최소한 환이 한테만은 최선을 다해 착하고자 했던 그녀에게 경고등이 울렸고 그녀는 어느 때보다 많이 날카롭고 예민하다. 하지만, 그녀의 예민함이나 날카로움이 얼마나 환이를 잡을 수 있을까. 꼭 은성이 때문이 아니라 은성이가 아니었어도 환이의 마음을 흔들 여자는 승미가 아닌 다른 여자였을 게다.
착한 여자는 아니지만, 환이에게 만은 착한 승미는 이제 완벽하게 날카로워졌다. 은성이를 위하는 환의 행동에 상처받고 열을 받다 받다 쓰러지고 말았다. 오히려 소리라도 지르고 화라도 내면 낫지 않았을까. 그녀는 그냥 픽 쓰러지는 것으로 대신했다. 실제로 이승기보다 한 살 많으면서 답답한 목소리로 '오빠' 할 때도, 코디가 안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녀의 센스 없는 옷차림마저 한 몫해 승미란 캐릭터가 참 별로였는데, 승미가 완전 미운 걸 보면 문채원이란 배우가 제대로 연기를 하고 있는 듯 하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그렇게 떼쓴다고 되는 것이 아닌데 안타깝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그녀의 행동이 이해되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그러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런가 하면 모든 사람에게 두루두루 착한 키다리 아저씨같은 준세는 착한 남자다.
배려심 많은 데다 착실하고, 거기다 반듯한 생각을 가진 남자지만, 잘해주는 것만으로는 '사랑'을 채우기엔 많이 부족한 듯 싶다. 은성이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여자도 그렇게 잘해주고 챙겨주는 남자가 싫을 수는 없다. 하지만, 준세에게도 2% 부족한 뭔가가 있다. 연예에 밀고 땅기기가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준세에게 부족한 것을 환이가 갖고 있다. 모든 사람한테 안하무인처럼 해도 그 만의 방법으로 은성을 아끼는 행동이다. 모든 사람에게 두루두루 잘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 못됐고 아무한테나 잘하지 않는 사람인데 유독 자신의 여자한테만 잘하는 남자. 나쁜 남자도 아닌 것이 더 매력적이다.
화분으로 해를 가려주고, 벤치를 끌어다 다리를 편안하게 해주고, 그녀의 자전거를 많은 계단을 올라올라 가져다 주는, 모든 사람한테 두루두루 착하고 잘하는 배려심 많은 준세가 아닌 환이가 자신을 위해 자신만을 위해 하는 행동이기에 더 많은 감동과 더불어 설렘이 있는 것이다.
너무 착해서 매력이 반감된 승미와 준세, 그리고 못됬지만 자신의 여자한테만은 특별한 환, 캔디 은성의 묘한 관계가 점점 흥미진진하다.
거기다 환의 할머니까지 쓰러져 점점 백성희(김미숙)가 바라는 대로 되지 않을까 싶은 긴장감이 더욱 더 '찬란한 유산'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