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에 중간중간 웃음을 섞은 묘한 비빔밥같은 영화 '차우'는 에일리언같은 공포로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상태를 유지하지는 않는다. 이게 뭔가 싶을 정도로, '마파도'의 할머니들이 생각나는 약간의 섬찟함과 평범함과 괴리감이 느껴지는 삼매리 사람들과 식인 멧돼지는 아주 절묘한 조합이다. 그 절묘합 조합 가운데 은근히 긴장되는 무서움이 있기도 하다.
치과 신경치료처럼 언제 어느 때 고통이 올지 모르기 때문에 내내 온몸에 긴장을 하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에일리언'은 죽자고 공포스러움을 버텨내느라 움찔 움찍했던 것으로 기억하하며 '차우'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지만 죽자고 무섭지도 않고 그렇다고 죽자고 웃기지도 않는다. 좀 싱거운 재미다.
식인상어도 아니고, 이상한 괴물체도 아니고, 악어 비슷하지도 않은 멧돼지라니…9시 뉴스에서나 볼 법한 멧돼지가 이제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으로 모잘라 무덤을 헤치고 사람을 잡아 먹는다는 기묘한 발상이 만들어낸 '차우'다.
죽자고 무섭기만 했으면, 끝까지 지켜보기가 조금은 지루하지 않았을까 싶다.
치매걸린 어머니에 임신한 아내, 음주 단속하다 취객한데 뺨도 맞는 민중의 힘없는 지팡이 김순경(엄태웅)은 희망 근무지 2지망에 '아무데나'라고 쓴 덕분에 삼매리로 부임한다. 삼매리로 부임하면 경운기나 단속하고 낚시사 즐기는 한가로운 시골 생활이 될 줄 알았던 그에게 취객한테 뺨 맞는 것보다 더한 스릴이 기다리고 있다. 가끔은 그 어떤 공포보다 가장 무서운 족속이 사람일 때가 있다. '차우'에서도 멧돼지보다 사람이 더욱 깜짝 놀래킬 때가 더 많다. 오히려 멧돼지는 자신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가장(?)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것이라 포장할 수도 있을 정도다. 그 정도로 멧돼지는 자신의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가장의 모습으로 오히려 최후엔 식인 멧돼지의 죽음이 안스럽기까지 했다. 자식을 안스럽게 생각하는 가장의 모습은 멧돼지나 사람이나 같다고 해야 할까.
사람마다 하나씩 갖고 있는 아킬레스건이 이 영화에도 등장한다. '마더'의 윤도준(원빈)은 '바보'라는 단어만 들으면 이성을 잃는다. '바보'란 단어에 불끈하고 결국 살인까지 저지른다. 그렇게 누구에게나 하나씩 은 건딜지 말아야 할 아킬레스건이 있는데 '차우'에선 '엄마'가 그에 속한다. '엄마'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한 정신 나간 아줌마의 등장이 그냥 예사롭지 않다. 그저 예사롭게 넘기기엔 멧돼지의 부성애나, 그 정신나간 아줌마의 모성애는 다르긴 해도 품고자 하는 어미, 애비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싶다.
그렇게 정신 나간 아줌마도, 인간이 아닌 짐승도 자식에 대한 애틋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을까. 나의 주관적인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식 때문에 함정인줄 알고도 들어가는 식인 멧돼지나, 자식을 잃은 충격 때문인지 정신 나간 아줌마는 머리에 꽃대신 아이쉐도를 진하게 칠하고 '엄마'로 불리기를 바란다. '아줌마' 호칭을 가장 싫어하고 '아줌마'에 광분한다. 끝까지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 정신 나간 아줌마 때문에 식인 멧돼지의 공포도 잠깐 잊을 수 있었다. 식인 멧돼지와 가족의 상관관계까지는 따질 수 없겠지만, 인간의 잘못으로 만들어진 재앙이라는데는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낸 식인 멧돼지와 그 식인 멧돼지를 잡기 위한 5인방의 노력이 아주 막 스릴 넘치며 긴장되고 무섭지는 않았지만, 나름 공포도 있고 큭큭하는 웃음도 있는 '차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