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의 존재감이 이렇게 큰 몫을 할 수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증명한 영화가 바로 '킹콩을 들다'가 아닐까. 제목만 듣기엔 유치하다고 생각했을 뿐 아니라 역도에 관한 이야기라니 더더욱 보고 싶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만든 신화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이 영화가 개봉한지 꽤 되었는데도 아직까지 예매 순위를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감동이었다드니 그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였다느니 하면서 이제는 봐야 하지 않을까 싶을 시점이 됐다. 그래서 봤다.
시작은 이런 류의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많이 봤던 부상으로 꿈을 접은 역도선수가 학생들을 맡기까지는 그렇게까지 인간적이지도 그저 그런 선생님의 한 사람일 뿐이었다. 아무 희망이 없는 역도밖에 할 것이 없어 보이는 역도부 선수들도 그랬다. 그저 그렇고 그런 아이들과 선생님이 만나 역도 희망을 만들어 보는 그저 빤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눈물까지 찔끔하며 아니 찔끔 정도가 아니라 찔찔 짜면서 완전 몰입상태로 보게될 줄이야... 같이 힘주고 역기를 들어 올리고 그들의 아픔에 같이 울었다.
이 범수란 배우가 존재감이 크다고, 어떤 역을 맡아도 그 나름의 캐릭터가 완성될 뿐 아니라 그 만의 독창적인 인물로 더 이상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완성된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이미 그가 지금까지 해온 영화나 드라마에서 여실히 보여주고도 남았다. '온에어'에서도 배우를 아끼고 인간적인 매니저로 분했던 그였는데 '킹콩을 들다'의 그는 버럭 범수는 버럭 범수인데 세련된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인간미 넘치고, 지도자가 되기 위해 부상을 입었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그러다보니 배까지 나온 넉넉한 시골 중학교 역도 선생님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의 진실된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것일까. 그가 배우를 아끼는 것 만큼, 그렇게 선수들을 아끼는 모습은 지도자로서의 그의 모습을 엿보는 듯 하다. 그 모습이 남의 옷을 빌려 입은 듯 하지 않고 자신의 옷을 아주 잘 맞게 걸쳐 입은 듯 그렇게 '킹콩을 들다'의 이지봉으로 그는 거듭났다. 그의 아픔에 같이 울고, 그의 행복에 같이 미소지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하는데 이 지봉의 힘이 컸다.
물론, 여기에 조안이란 낯설은 배우도 크게 한 몫 했다. 그녀의 가정 형편을 대변하듯 버짐 핀 얼굴에 촌스런 더벅버리 중학생으로 순박한 듯 하면서도 성실한 박영자에 절묘하게 맞았다. 그녀뿐 아니라 역도부 선수들 모두가 아닌 듯 하면서도 잘 어울려 감동의 도가니탕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그들의 이야기가 감동이라기 보다는 순간순간 그들이 선생님을 믿고, 선생님이 제자를 믿고 사랑하는 마음 씀씀이가 보는 관객들에게 120% 이상 전달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 만큼 시나리오도 훌륭했겠지만 그들의 연기도 아주 많이 훌륭했다.
비인기 종목이라는 설움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어딘가에서도 땀흘리고 열심히 노력할 많은 선수들에게 희망이 될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생순'도 영화가 나오고 잠깐 핸드볼에 대한 관심을 끌었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사람들은 올림픽의 감동을 잊고 여전히 야구에, 농구에, 축구에 열광한다. '킹콩을 들다'를 보고 역도에 대한 관심을 잠깐 받았을지 모르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찬가지가 되지 않을까 싶긴 하다. 그래도 선생님이, 제자가 제자리를 찾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가 그 어떤 관심보다 더한 감동이었다. 필자가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땐 학교에서 단체로 영화도 보러 가고 했었는데 '킹콩을 들다'같은 영화가 단체관람으로 자라는 우리 새싹들에게도 감동받길 바란다. 아닌 듯 했는데 이렇게 많이 울고, 가슴 짠해져 영화관을 나올 줄을 미처 몰랐다. 제목만으로 영화를, 배우만으로 영화를 판단하는 것은 아닌 듯 싶다.
그 어떤 영화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감동과 짠함으로 본전 생각 절대 안나는 '킹콩을 들다'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