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딸아이가 방학을 했다. 방학동안 부족한 영어를 보충하고자 학원에서 하는 영어 특강을 시작했다. 피아노도 끊었고, 다니는 다른 학원도 없고 영어만 올인하면 그닥 힘들지 않겠다 싶긴 했다.
문제는 매일매일 하루 3시간씩 영어학원에 가는 것도 큰 일이지만 학원에 다녀오면 산더미처럼 쌓인 숙제를 아이가 해내야 하는 고행인지라 딸아이와 많이 고민했다.
할 것이냐, 말 것이냐…
딸아이가 다니는 걸 보면서 엄마인 내가 멀미가 날 것 같고, 딸아이도 영어에 멀미 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망설이고 또 망설였지만 우리 모녀는 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정이 영어 특강 3일째인 오늘부터 벌써 멀미가 난다. 아침 8시에 기상해 준비하고 밥먹고 학원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서는 시간이 8시 50분이다. 그 시간에 버스를 타고 9시 30분부터 시작해 12시 30분에 끝난다. 그렇게 3시간을 알토랑같이 듣고 집에 오면 1시가 좀 넘은 시간이다. 그 시간부터 아이와 전쟁이다. 영어 숙제는 해야 하는데 4권의 영어책을 번갈아가며 어떤 것은 번역하고, 어떤 것은 영작하고, 어떤 것은 듣고 구멍을 메꾸는 것도 있고, 단어를 3번씩 쓰는 것도 있다. 숙제를 마치는데 거의 3~4시간을 잡아 먹는 것이다. 물론, 아이가 영어를 잘한다면, 그 숙제를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실력이라면 상관이 없겠는데 일일이 전자사전 찾아가며, CD로 들으며, 노트에 써내려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 한번에 끝나는 숙제가 없는 것이다. 영작을 하고 싶어도 마음에 드는 단어를 검색하고 또 검색하고, 문장을 만드느라 끙끙대고, 듣고 구멍을 메꾸라는 숙제는 듣고 또 듣고를 반복한다.
"엄마, 이 아줌마 왜 이렇게 말이 빨라? 도대체 무슨 말이야"
한번 듣고 짠~하고 써내려 가면 숙제는 금방 끝낼 수 있을텐데 그렇지 못하다. 거기다 아직 요령이 생기지 못한 딸은 숙제도 제대로 감을 잡지 못한터라 숙제를 바르게 하고 있는지 중간중간 체크까지 한다.
이러다 보니 학원에 다녀오고 오후 시간 몽땅 숙제에 매달려 있어야 한다. 그것도 모잘라 저녁 먹고도 쭉 숙제는 계속된다. 거기다 이번주까지는 방학 특강은 특강대로, 원래 듣던 화목반은 화목반 대로 듣느라 오전에, 오후에 학원에 갔다. 그러다 보니 12시가 넘도록 숙제를 했고, 단어 시험준비를 하느라 1시가 다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그러니 방학 때 이틀에 한 권씩 읽고자 했던 책도, 학습지도 3일째 밀렸다.
문제는 3시간 수업 듣는 것은 재밌다는데 갔다와서 아이가 숙제를 하려면 너무 많이 낑낑 거리는데 있다. 물론, 이것도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척척 숙제도 바로 바로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아니, 그러길 진심으로 바란다. 아이가 숙제에 낑낑거리며 하루 종일 매달려 있는 것을 보는 것이 내가 하는 것보다 더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나의 믿음과 다르게 일주일이 지나도 이렇게 숙제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이건 분명 잘못된 선택 아닌가.
그래도 다행인건 오히려 딸아이는 해야만 하는 중대 과업인양 늦은 시간에도 단어시험 준비까지 하는데 엄마인 나는 10살 밖에 안된 딸아이가 이렇게 힘들게 방학을 보내는 것이 안스럽고 안타깝고 그렇다.
'놀이터여, 안녕'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다고는 하지만 이제 겨우 3학년인데 딸아이는 놀이터는 커녕 숙제에 치여 방학을 보내고 있다.
돈은 돈대로 허리가 휠 금액을 투자하고 시작한 방학특강이 독이 될지 실이 될지는 방학이 끝나면 알 수 있겠지만, 일단 지금 이 시간은 방학을 한 것 같지도 않은 하루하루의 연속이라 더 지친다. 영어가 뭔지 뛰어 놀지는 않더라도 방학동안이라도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길 바랬는데 이건 아니다 싶기도 하고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