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에게 있어서 변신은 무죄다. 아닌 같은 사람을 다른 작품에서 만나면 조금이라도 달라 보여야 보는 관객도 덜 지루하다.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헤어스타일로 똑같은 컨셉의 옷을 입고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그것도 겹치기 출연까지는 아니더라도 너무 심하게 자주 볼 수 있으니 지루할 수 밖에 없다.
요즘 엄정화가 그렇다.
그 나이에 수영복과 별반 상관없이 훌러덩 벗은 차림으로 열심히 춤추며 노래 부르는 비슷한 연배로 그녀가 나이 들어서도 춤출 수 있고 섹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이 반이라면 저 나이에 저러고 발악하는 듯한 그녀가 안스럽기도 하고 그랬다. 의술의 힘을 얼마나 빌려서인지 그녀의 얼굴은 점점 빵빵해지고 있고 그녀의 입술을 보기 거북할 정도로 봉긋하다 못해 붕해졌다. 물론, 그런 얼굴도 자주 보면 익숙해지고 드라마가, 영화가 끝나갈 즈음이면 그녀의 얼굴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웠는지 까먹는다. 그만큼 익숙해지고 적응했다고나 할까.
어찌되었건 엄정화가 요즘 상한가인가. 보는 영화마다, 보는 드라마마다 그녀를 볼 수 있다. 같은 컨셉, 같은 헤어스타일, 비슷한 캐릭터로 말이다.
오감도에서 그녀는 바람피우다 죽은 남편, 그리고 그의 애인과 함께 기상한 동거를 하는 판타지가 섞인 듯한 그녀의 이야기에서 그녀는 특별히 잘하는 것도 아니고 쳐지는 것도 아닌 이정하역으로 그럭저럭 어울렸다. 오랜만에 그녀를 영화로 만날 수 있기에 뭐 괜찮았다.
그리고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 에선 내과전문의 장문정으로 출연중이다. 영화는 상영시간 보는 것에 비해 드라마는 16부작이 넘는 시간 동안 매주 2번씩 봐야 한다. 오감도에서와 다르지 않은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특별할 것이 없다. 그런데 똑똑한 내과 전문의래고, 외로움 많이 타는 싱글에 골드미스인 그녀라는데...큰 호감을 느낄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
그리고 해운대에서 그녀를 볼 수 있다. 여지없이 똑같은 헤어스타일, 똑똑한 커리어를 그녀는 뵈주고 있다.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까. 어떤 캐릭터를 이해하고 분하는데 그렇게 비슷비슷하게 거의 변화없이 그것도 비슷한 시기에 겹치기 출연하는 것처럼 그렇게 개봉되고 방영되는데 보는 시청자, 관객이 식상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물론, 중년의 배우들은 K방송국에서는 엄마고, M방송국에서는 옆집 아줌마로 분하기도 한다. 정의감 넘치는 CEO였는데, 저쪽에선 뒷방 할머니다. 저렇게 엄마할 사람이, 할머니 할 사람이 없을까, 엄마 뿐이겠나. 아빠도 마찬가지다. 이쪽에서 아빠가 저쪽에선 사장님이고, 다른 쪽에선 친구 아빠이기도 하다. 아빠는 똑같은데 젊은 연기자들만 다르다고 해야 할까.
그 많은 탤런트 중에서도 TV에 나오는 사람만 나오지만, 그래도 보는 시청자를 조금만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음 좋겠다. 엄정화가 3개의 작품, 영화는 특히나 오래 전에 촬영이 끝났고 어쩌다 보니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하게 되어 맞물렸다고 하면 할 수 없겠지만, 비슷비슷한 캐릭터에 비슷한 컨셉으로 출연한 그녀를 이해하며 보고 싶지는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