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즘 좋아하는 남자 '결혼 못하는 남자'가 끝났다. 이 땅에 저런 사람도 있구나 싶은 신기함에 저렇게 혼자서도 잘 놀고 잘하는 못하는 것 없는 아는 것 많은 독신을 자처하는 조재희를 보는 것 만으로도 결혼 10년차 아줌마한테는 아주 신선했다. 나이 마흔에 남아 있는 싱글남이라면 민머리이거나 장남이거나 아주 많이 단신이거나 아님 돌싱이거나 하는 조건도 만족하지 않은 아주 준수한 싱글남이었는데 그 남자마저 장문정이란 여자를 만나 사랑에 눈뜨고 결혼해 버렸다. 이제 괜찮은 남자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가 되버린 것 같이 아쉽다.
강마에처럼 독설이 넘치는 강한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현실에 공존하지 않을 것 같은 그를 매주 만나는 것만으로 많이 만족스러웠고 신선했다. 혼자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잘 노는 남자지만 그래서 같이 놀고 싶은 , 웬지 그가 갖은 걸 나누면 많이 재밌고 맛난 것도 많이 먹고 심심하지 않을 것 같은 남자 조재희의 치명적인 매력에 푹 빠졌더랬다. 타 방송사의 선덕여왕에 밀리면서도 조용한 시청률은 '결못남'의 깔끔하면서도 독특한 인물 하나하나의 심리 묘사에 아주 세심해 더 공감할 수 있었다.
처음엔 조재희의 변화가 싫었다. 모든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테두리안에 들어가지 않고도 잘 사는 사람도 한 사람쯤 있다는 것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이었다. 그가 그대로 혼자만의 즐거움을 쭉 유지하며 살기를 바랬지만 그런 그에게도 사랑은 찾아왔고 그 사랑을 사랑으로 받아들이는데 많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책임감이 아닌 배려를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자기 시간을 공간을 나누는 것이 그에게 얼마나 깨기 힘든 틀이었는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그의 변화를 지켜봤다. 아무래도 그 힘은 지진희란 배우에게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그가 있었기에 조재희란 인물에 좀 더 몰입할 수 있었다. 마른 체구에 꾸부정한 태도로 할듯말듯한 표정을 얼굴에 담고 허리까지 바지를 올려 입으면서도 그는 반듯했고 그러면서도 절대 촌스럽지 않은 감각을 가지고 있는 아주 괜찮은 남자다. 칭찬에 약하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매끄럽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한테 피해주지 않는 조재희란 인물의 늘보보다 더 느린 변화를 감당할 수 있었다. 처음엔 그의 변화가 조재희 만큼이나 싫었다. 왜 혼자서도 잘 노는 사람한테 굳이 저렇게 들이대는 걸까 싶어 장문정이 밉기까지 했다. 그냥 저대로 살게 냅두지 싶은 마음에 조재희와 같이 반항했다. 나는 내 공간, 내 시간,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절대 방해 받고 싶지 않은 조재희와 한편이 되어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렇지만 음양의 조화라고 해야 할까. 자신의 것이 소중했던 조재희도 아주 아주 조금씩 변화되기 시작했고 그의 변화를 받아들이게 됐다. 조재희란 인물이 확 변했다면 그의 변화가 공감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너무 힘들게 변했다는 것을 충분히 알기에 그의 변화를 이해하게 됐다는 것이다.
'결못남'이 그래서 좋았다. 아쉬운 것은 시청률이 한자리수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인데 한 사람의 캐릭터에 집중된 그러면서도 특별히 자극적이지 않은 잔잔한 강물같은 그의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는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시청자를 잡기엔 역부족이었나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