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가 넘치는 패션잡지 차장 박기자만을 위한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스타일'에선 김혜수만 보인다. 그녀의 도도한 자존심과 빈틈없는 일처리, 콕콕 찝어 핵심을 찍어줄 줄 아는 센스까지 있는 그녀다. 그런 그녀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메릴 스트립과는 또 다른 분위기지만 그녀만큼 커리어는 넘쳐 보인다. 그녀의 직급 또한 매력적이다. 완전한 꼭대기는 아니라는 것. 아직 올라가야 할 꼭대기가 있고 그녀이기엔 좀 더 위험한 배팅도 있을 수 있고 그걸 보는 시청자는 흥미진진할 수 밖에 없다. 모든 일의 실수투성이 이(이지아)의 어설픔이 제대로 어우러지면 좋겠지만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그냥 착함으로 웃음으로 대충 묻어가려는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성질 더러워도 다른 사람한테 피해 안주고 일 잘하는 박기자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다. 흐리멍텅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서 그러면서 공사 구분하지 못하는 이서정이 더더욱 안습이다. 팻을 자청하려는 김민준을 대하는 그녀의 고고함도 좋다. 젊은 김민준에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엎어지지 않는 그녀의 모습도 좋고, 속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색하지 않고 백조 품위를 유지하는 그녀가 좋다. 저 나이에 커리어에 맞는 자존심도 있어야 사는 삶이 조금은 각을 유지할 수 있지 않겠나 싶다. 그것도 모두 자신감에서 나오는 행동의 하나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상처받기 쉬운 그녀가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껍데기를 지키는 것일게다.
남자의 입을 막기 위해 먼저 키스를 하거나 얼음물 세례를 받으면서도 전혀 흐트러지지 않은 모양새를 유지한다거나, 편집장을 넘어서기 위해 위험한 배팅에 그녀만의 방법으로 리더쉽을 발휘 하는 그녀다. 그녀가 성질만 더럽고 일은 못한다면 직원들이 그녀의 말에 100% 따를 수 있을까. 그녀의 능력이 그녀의 리더쉽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만드는데 엄청나게 많은 돈이 든다는 걸 알고는 알지 않았을 때가 더 좋았다.
'스타일'에서 김혜수가 입고 쓰고 끼고 신는 것들이 엄청나다. 600만원짜리 청바지를 입고 400만원짜리 원피스에 130만원짜리 구두라니! 그 구두를 나눠가질 수 없다고 이지아에게 내팽개치고 갔는데….김혜수 (극중 박기자)를 쫓아다니면 버리는 명품을 줏을 수 있으려나…
그냥 모르고 볼 때가 오히려 더 나았다. 빈부차가 심해도 너무 심하지 않나. 경제가 어렵다고 다들 허리띠를 졸라메는 이 시점이 아니더라도 시청자중에는 잘사는 사람보다는 못사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600만원짜리 청바지를 입고, 400만원짜리 원피스를 입으면 어디 마음데로 앉을 수나 있을까. 아무리 그래도 그녀는 잡지사의 차장이고 그러면 월급쟁인데 도대체 얼마나 고가의 월급을 받길래 저렇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명품으로 꾸미고 다닐 수 있을까 씁쓸하다.
다이어트를 위해 '저녁을 끊었다'고 생수 한 병 홀짝이는 그녀는 '엣지'를 입에 달고 사는 엣지녀다. 엣지녀라고 떠들고 다니면서 그녀 스스로는 엣지스럽지 않다면 그녀가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그런 그녀이기에 자신을 치장하는데 명품으로 도배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1억2천씩이나 드는 비용을 이해해야 한다면 좀 씁쓸하다. 움직이는 화보집을 보는 듯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김혜수를 꾸미는 모든 것들이 흉내나 내볼 수 있기나 하겠나. 청바지 맘에 든다고 600만원짜리 청바지를 사기 위해 적금 들 수는 없지 않나. 36개월 할부로 살 수도 없는 일이고 말이다. 그저 빈부의 차를 너무 심하게 느껴 예쁘다고 감히 찝쩍될 수 없는 럭셔리함에 조금은 기가 죽는다.
이제부터 '스타일'을 볼 때면 저건 얼마일까... 엣지스러운데 심하게 돈이 많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