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하게 천명을 죽이고 어떻게 뒷수습을 하려나 했더니 울보 덕만이 이제야 정신 차렸다. 덕만이 눈에 힘주고 몸에 힘주니 화랑들도 중심을 잡는듯 싶고 힘없이 이리저리 휘둘리는 왕도 왕후도 기운을 차렸다.
미실 궁주의 힘이라는 것이 색공으로 저렇게까지 대단하게 권세를 누릴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극중의 미실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의 두뇌 회전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쥐락펴락하면서 주위 사람들을 리더하는 모습이 여느 남자들의 모습보다 더한 카리스마가 있다. 물론, 아직도 고현정의 미저리같은 냄새는 여전함이다. 여전히 웃으면서 칼을 날리는 그녀의 표정이 전혀 변함이 없다. 입술을 앙다무는 그녀의 모양새나 웃으면서 분노를 억누르는 것, 하지만 그녀의 고음처리는 많이 불안하다. 신경질을 내긴 내야겠는데 그 화가 내공이 그닥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소리만 버럭 질러되는 김미숙의 내공이 조금 더해진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어찌되었건 이제 하늘의 뜻이 그녀를 버리고 그녀의 기운이 덕만에게 옮기려는 중요한 시점이 되었고 한쪽에 무게가 실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힘없는 상태가 아닌 서로 팽팽하게 견재할 수 있는 상황으로 치닫는 것이 긴장감 고조되고 있다.
천명의 죽음에 넋을 놓고 울던 쌍생 동생 덕만은 너는 여자로 살라고 유신랑과 떠나라는 천명의 유언을 물속에 던져버렸다.이제 눈에 독기를 품었다. 유신랑의 해바라기 같은 사랑에 이제 신라를 갖겠다는 덕만은 흔들리지 않기위해 신라의 왕이 되겠다 하면서 이제 더 이상 내 머리를 쓰다듬을 수 없고, 내 몸을 만질 수 없다고 차갑게 말한다. 그걸 받아들이는 유신랑의 가슴 저린 사랑의 절절함이 느껴지는 듯 마음이 아팠다. 꼭 눈물이 나오고 꼭 찡그려야 그 사람의 감정이 느껴지는 것은 아닌 듯 하다. 그의 애절한 눈빛만 봐도 그의 심정이 지금 어떨까 싶은 것이 갈갈이 찢어지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사실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이고 허구를 떠나서 실존 인물 미실과 덕만, 그들의 만들어진 갈등 구조가 제대로 탄력 받았다. 더 이상 찌질한 덕만은 없다는 것이 포인트다. 선머슴처럼 이리저리 뛰어 다니고 훌쩍거리기나 했던 덕만이 미실의 독주에 제대로 태클을 걸게 될 것이고 미실은 점점 소리지를 일 많아지게 될 것이다. 아무리 허구라고 해도 몰입할 수 없는 것은 왕이나 왕후, 그리고 덕만이 성장할 만큼 시간이 흘렀는데 미실은 불로초라도 먹을 것처럼 혼자 팽팽한 것에 대해선 이해하기 힘들다. 주름하나 없이 여전히 고고하다. 그 시대에 보톡스가 있었을리는 없는데 심하게 팽팽한 그녀가 이제는 주위 사람들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뭐, 드라마니깐 그냥 넘기고 봐줘야 한다면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주위 사람들과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긴 하다. 왕후가 미실보다 어렸는데 지금은 미실보다 훨씬 들어보인다...이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미실의 팽팽함을 접어두면 재밌다. 좀 더 힘을 다지려는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힘을 가지려는 사람들의 갈등구조뿐 아니라 덕만의 홀로서기도, 덕만을 해바라기 하는 유신랑도 재미의 축이다. 이제 덕만이 여자이길 포기하고 신라를 갖는 왕이 되겠다는 험란한 길로 들어섰으니 앞으로 점점 그의 애절함은 절정에 달할 예정이다.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그의 안타까움은 가슴아프겠지만 미실의 독주는 이제 휘청함으로 흥미진진해질 '선덕여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