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라는 것은 만들면 되고, 만들어 백성들이 믿게만 하면 쌍생으로 숨겼던 공주를 다시 세상밖으로 끄집어 낼 수도 있고, 숨어 살던 공주가 공주로 인정받고 살 수도 있다. 얼마나 허황되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가. 근데, 만들어낸 이 이야기에 흥분하고 긴장하고 한눈 팔지 않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42%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선덕여왕'이야기다. 덕만이 공주로 인정받고 선덕여왕이 되기 위해 일단 궁으로 들어와 살아야 하는데 그 과정이 태어나 궁밖으로 피신나갈 때만큼 긴장감이 흐른다.
일식이라는 걸 저렇게 이용해 먹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들은 일식에 말 그대로 목숨을 건다. 일식이 있다, 없다를 두고 덕만공주와 미실의 피말리는 두뇌싸움이 시작된다. 여전히 인정할 수 없는 미실의 해맑은 듯 하면서도 속을 알 수 없는 얼굴 표정이지만, 그래도 미실을 최선을 다해 머리를 굴린다. 일식이 없다, 있다를 두고 그녀는 여러가지 무리수를 두고 헛패인가, 진패인가를 가늠하는데 그녀는 덕만이 놓은 덫에 재대로 걸려 들었다. 그녀가 비담을 화형하려는 그 순간에 일식이 일어나다니! 얼마나 우연이면서도 기막힌 반전인가!
지금까지는 찌질하다 못해 덤벙거리고 거기다 훌쩍거리기까지했던 그닥 뛰어난 리더쉽도, 뛰어난 머리회전도 없어 보였던 덕만이 제대로 재치를 발휘했다. 협조하지 않는 월천대사를 첨성대로, 비담이나 유신랑에게까지 일식이 없다고 단언하고 자신의 계략을 아무한테도 들어내지 않고 실행에 옮겼다. 그런 비책이 갑자기 어디서 뿅하고 나타난 것인지에 대한 것을 특별히 따지지 않으려 한다면 덕만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솔직한 그녀의 리더쉽이 그녀를 따르는 이들에게 신뢰감을 준다.
솔직하면서도 그녀의 잇속만 차리려고 하지 않은, 그녀의 자리 보존에만 힘쓰지 않는 그녀의 모양새가 다른 이들에게 그녀를 공주로 인정하고 따르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미실의 리더쉽과는 차별화된다. 미실은 색공을 했던 여인답게 아름다운 미모로 남자들을 사로잡는다면 덕만의 리더쉽은 진실로 사람을 대한다. 진심으로 배려할 줄 아는 어머니다운 푸근함이 있다. 분명 미실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그녀의 사람됨은 사람을 이용하려는 마음보다 어우르려는 마음가짐이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이용하려는 리더쉽을 가진 미실은 가차없이 자신의 사람도 죽일 수 있는 잔혹한 면까지 있다. 그러면서도 사람을 꼼짝 못하게 하는 무서움과 누구도 무섭지 않은 절대 권력으로 향한 그녀의 야망에 자식도, 남편도 그닥 큰 의미가 되지 못한다. 미실 주위엔 그저 그 권력에 빌붙어 힘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만이 넘친다면 덕만공주의 주변엔 진실된 자들이 넘친다. 어떤 리더쉽을 가졌냐에 따라 따르는 사람도 다른 모양새다.
실제 역사의 미실이 그랬건 안그랬건 상관없다. 역사는 어땠는데...라는 것보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만들어진 미실과 선덕여왕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흥미롭고 재밌다는 것이 중요하다. 미실과 덕만공주의 팽팽한 갈등이 점점 고조되면 될수록 시청률 고공행진은 쭉 계속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