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집이야 싶을 만큼 으리뻔쩍하다 빤짝빤짝한 궁궐에 살고 있는 아가씨의 수행집사가 된 서동찬은 한 달내 아가씨의 마음을 얻어 빚을 갚고자 동분서주한다.
윤상현(서동찬 역)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한다. 애처러울 만큼 그의 원맨쇼다. 한 달내 사채업자에게 빌린 돈을 상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아가씨의 마음을 얻으려는 서동찬만 혼자서 무지 바쁘다. 선보려고 했던 남자 이태윤에게 흔들리는 아가씨를 방해하려는 그의 귀여운 노력에 멋져 보이기 위해 늦은 밤 피아노를 연주하며 팝송을 불러대지만 철없는 아가씨는 '소원을 말해봐 쳐봐' '그럼, 노바디 쳐봐' 한다. 하, 완전한 세대차이다. 전직 제비였던 서동찬의 굴욕이다. '소원을 말해봐'하는데 '소원이요?' 하면서 한박자씩 엇나가는데 아가씨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려나 걱정이다. 피아노치며 팝송 읖조려 주면 보통 40대 아주머니들은 뿅 갔는데 20대의 생기발랄하다 못해 제멋대로인 아가씨 혜나는 소녀시대를 좋아하고 원더걸스를 좋아하니 핀트가 어긋나도 심하게 어긋났다.
20대의 아가씨에게는 먹히지 않는 30대 전직 제비의 미스테이크다. 뿐인가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에어컨을 고쳐주겠다고 따러 나서 앞가슴 풀어헤치고 상상의 나래를 폈지만 그에게 남은 건 굴욕뿐이다. 어떤 굴욕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사채업자들까지 동원해 아가씨를 곤경에 빠뜨리고 짜잔하고 멋진 모습 보여주겠다던 서동찬의 계획은 어긋나고 신나게 얻어 맞는데 뿅하고 나타난 백마탄 왕자는 따로 있었다. 이태윤(정일우 역)의 돌려차기는 일지매부터 했던 것이라 그런지 아주 자연스럽고 꺅~스럽기까지 하다.
30대 아저씨가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직업이 전문적인 것도 아니고 생계형 집사인 그가 아가씨의 마음에 어떻게 들어갈 수 있을까. 보는 시청자도 일지매 이후 더 성숙하고 남자다운 멋을 풍기는 정일우(이태윤 역)한테 눈길이 가는 것을! 재벌집 차남이면서도 인권변호사로 반듯한 정신 상태를 유지하고 돈없고 힘없는 자의 힘이 되고자 하는 그가 어찌 멋져 보이지 않을 수 있을까. 잘생겼지, 기럭지 길지, 거기다 어리지, 변호사지, 집에서 버린 자식이라고는 하지만 재벌집 아들임에도 분명한 사실인데 어떤 여자가 그런 남자를 싫어하겠는가. 그냥 봐도 생계형 집사 서동찬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직 제비였던 서동찬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아가씨의 마음을 얻고자 노력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그가 있어 그나마 '아가씨를 부탁해'를 보며 웃을 수 있는데 안타깝긴 하다.
어찌되었건 윤은혜의 연기 논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말이 많을 수 밖에 없겠다. 도대체 저런 이상한 망나니같은 캐릭터로 만들었는가에 대한 논의 보다는 그것이 그녀에게 맞는 옷이면 괜찮겠는데 건덩건덩 걷는 것에다 하이톤의 내뱉는 말투, 어설픈 표정은 아직도 불안불안하다.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데 그녀의 복장이나 헤어스타일은 더 난감하다. 단아하고 단정한 것을 싫어하는 것이 아가씨의 컨셉이라도 헝클어진 빗질 안된 것 같은 헤어스타일과 예쁘다고 할 수 없는 패션은 2NE1의 무대 복장보다 더 난감하기 그지 없다. 하긴, 2NE1의 찢어진 레깅스도 그들의 노래처럼 I don't care가 되던데….아가씨 윤은혜의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옷차림도 회가 거듭되면 될수록 그녀의 저렴한 연기와 더불어 눈에 익으려나 모르겠다. 하지만, 절대 예쁘지 않은 범상치 않은 패션임에는 분명하다.
정일우는 오히려 '거침없이 하이킥' 때가 더 귀엽고 어울리는 옷을 입은 듯 하다. 인권변호사를 하기엔 너무 새파랗게 젊은 듯 하여 보기만 멋지지 그의 캐릭터에 동감하기엔 정일우 그가 너무 어리다. 아직 젖살이 남아 있는 듯한 뽀얀 도자기 피부에 그라데이션 드리운 웃음을 짓는지 그저 보고만 있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깍아 놓은 밤처럼 잘생기지 않아 더더욱 친근한 매력이 있긴 하지만, 이태윤이란 캐릭터와 그의 사이엔 많은 갭이 있어 뵌다. 멋있는 건 혼자 다 하는데 쉽게 공감하긴 어렵다.
'아가씨를 부탁해'의 강혜나, 서동찬, 이태윤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하지만 서동찬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그저 눈요기만 될 뿐 그닥 맞는 옷을 입은 듯 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맡은 캐릭터와 조금씩 아주 조금씩 어우러지기 시작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섣부른 판단으로 '아가씨를 부탁해'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