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약국집 아들들' 밝고 맑은 이미지를 떨치고 신파로 전향했나…
사람 사는 인생사가 결코 만만하지 않아서 웃을 일이 많지 않다. 사는 세월이 더 해갈수록 점점 웃는 횟수보다 찡그리는 횟수가 많아지는 걸 보면 맞는 말인 듯 싶기도 하다.
특히나 어릴 때는 상가집 가는 일보다 결혼식에 돌잔치에 불려가는 일이 더 많았는데 이제 옷장속에 계절별로 검정색 옷은 한가지씩 준비해 둬야 언제 어느때라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나설 수 있게 됐다. 이러다 보니 드라마도 정극, 죽자고 멜로야, 신파야 하는 내용보다는 아닌 척 하면서 멜로인 것, 아닌 척 하며서 신파인게 좋다. 결혼 반대하는 남자 혹은 여자 어머니가 돈봉투 내밀며 악독하게 구는 그런 멜로의 끝 신파가 아닌 이야기가 좋다. 분명 헤집어 보면 이야기의 맥락은 같으나 그렇게 심각하게 보지 않아도 알아서 등장인물이 해결하고 밝고 맑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모든 시청자의 바램이 아닐까.
심각하게 같이 울고 부딪치는 것이 아니라 웃음으로 건덩건덩 가볍게 넘어가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 만은 가족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의 인기비결이다.
근데, '솔약국집 아들들'이 한 템포 쉬어가기로 한 것일까. 웃기지도 않으면서 밝지도 않으면서 그냥 답답하다. 진풍이와 마리고모의 눈물없이는 못 볼 이별 이야기에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게 된 가정선생님도 안타깝다.
사람 좋은 것 같지만 절대 며느리한테 좋을 것 같지 않은 진풍어머니, 그리고 대단한 가문같지도 않은데 갑자기 '가문의 영광'을 재연하는 것도 아니고 택시로 집안 어른을 모실 수 없다고 약사가 약국도 지키지 않고 일일기사로 움직이는 말도 안되는 억지 설정이 그렇게 예뻐 보이지는 않는다. 장유유서가 모든 일을 다 팽개치고…가 포함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싶어 그닥 현실성 있어 뵈진 않는다.
그런 집에서 자란 진풍이 장남도 모잘라 갑자기 종손이라는 대단한 감투까지 쓰고 어른들의 말씀에 자신의 결혼임에도 불구하고 아무 여자나 괜찮다고 하는 자신의 마음하고는 상관없이 어른들의 말씀에 따라 움직이겠다는 진풍이나, 진풍이 어머니 때문에 이별을 결심한 마리고모도 심히 마땅치 못하다. 지끔까지 '아저씨, 아저씨'하면서 생각없이 밝고 맑게 나오던 여인네가 갑자기 이별의 주인공이 되서 조카들에게 끔찍한 고모역할로,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어 눈물 흘리는데 그동안 그녀가 보여줬던 이미지와 많이 상반되지라 많이 어색하고 보는 시청자도 어색하다.
보고 있는 드라마가 '솔약국집 아들들'이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할 것 같다.
대풍이만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캐릭터대로다. 잠깐 신파를 찍는가 싶더니 밉상이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진풍이로 돌아갔다. 대풍이는 김간한테 무지막지하게 들이대며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려 하고 있다. 조금만 더 들이대면 상처받은 마음을 추스리고 김간도 대풍이한테 마음을 열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지금까지 김간한데 대풍이가 한 행태를 생각하면 쉽게 김간이 마음을 허물긴 억욱해 보인다. 김간 아버지 원장선생님은 또 다른 다크호스다. 진풍이와 마리고모가 신파를 찍는 탓에 늘어진 드라마에 활력을 준다고나 할까. 까칠한 듯 하면서도 상당히 재밌다. 솔약국집에 꼭 있어야 할 캐릭터로 딸에 대한 유별난 애정과 그러면서도 대풍이에 대한 무작정 미움도 아닌 묘한 설정에 스테이크 2인분 먹으며 스테미나의 원천이라고 고기사랑에 대해 역설하고 김간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도 져버리지 않은 꽤 괜찮은 캐릭터다.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라고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균일한 재미를 보여줄 수는 없다. 분명 그렇지만, 시청률이 높다고 연장 방송을 하고 그러면서 흐름이 느려지고 지금까지의 분위기와는 다른 분위기가 된다면 분명 그 드라마에 독이 되는 것이다. 조금은 느슨해진, 지금까지의 분위기와 다른 정색을 한 신파가 어색한 '솔약국집 아들들'이다. 밝고 맑은 가족드라마로 흐름을 되찾는 것이 지금까지 자리를 지켜준 시청자들의 배려가 되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