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며느리가 보내는 추석은 10년째 똑같다
노무현 대통령 배너

수다가 좋다

결혼하고 10번째 추석을 보냈다. 며느리가 보내는 추석은 10년째 똑같다.

시댁이 동두천이다. 막히면 2시간 안막히면 1시간 30분이면 닿는 거리다. 멀지 않은 거리라 1달에 한번은 시댁을 가고 그렇지 않아도 시제, 추석, 설날,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 생신에 모든 시댁의 행사를 겸하면 1년에 12번은 넘게 가게 된다.

그렇다고 아주 가까운 거리는 아니기 때문에 보통 1년에 5번은 넘게 1박 2일을 하게 된다. 여행가는 것처럼 모든 준비를 마치고 가는 것이 절대 편하지 않다. 아이가 어릴 땐 아이짐 챙기고 아이 챙기느라 많이  힘들고 고댔다. 이제는 아이가 커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시댁을 찾는 일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절대 편하지 않다.

학교 엄마들과 추석 연휴를 맞아 안부 문자를 보냈다.
'메리 추석~ 연휴 잘 보내고 다음 주에 봅시다!' 라는 문자를 보냈는데 답문도 각각이다.
'남자들한테나 메리나 해피가 해당되는 것 아닌가? 열심히 봉사하고 담주에 보자구요.'
'전부치기 싫다. 기름냄새 싫다…잘 다녀와요'

뭐, 대충 이런 식이다. 며느리들에게 추석은 결코 즐길 수 없는 명절의 하나이기에 특별히 이상하다 할 수도 없다. 그래도 남편의 고향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다.
시댁에 얼마나 오래 봉사(?)하느냐를 가지고 이야기하는데 남편의 고향이 멀면 멀수록 시댁에 머무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해남이 고향인 남편을 둔 B는 설날, 추석때 시댁을 찾는데 보통 연휴 내내 시댁에 있다가 꽉꽉 발로 밟듯 채우고 귀향한단다. 자주 찾아 뵙지 않는 대신에 한번 가면 오래 진득하게 있는다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서울이 시댁인 지인들은 거의 추석 전날 일하러 갔다 오고 추석날 다시 시댁을 찾아 편하긴 하겠지만 서울이 시댁이면 시도 때도 없이 시댁의 행사에 불려 다녀야 하고 심하면 일주일에 한번씩 시댁을 찾기도 한다.

MS PowerPoint ClipArt

어떤 것이 낫다고 할 수 있을까. 가까워서 자주자주 자주자주 짧게 시댁을 가는 것이나 어쩌나 시댁을 가고 1년치 몰아서 있다 오는 것이나 거기서 거기같다.

결혼하고 명절이 싫어진 것은 필자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일단, 명절을 명절답게 즐길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며느리도 즐길 수 있는 명절이라면 명절 스트레스, 명절 멀미같은 단어가 필요 없을 텐데 아무리 매스컴에서 '며느리들에게 스트레스 주지 말자', '아들도 시키자' 교육아닌 교육을 하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아들은 여전히 TV 앞에 있거나 낮잠 자거나 친구들과 한잔하거나 아주 잠깐 어머니의 운전기사를 할 뿐이다. 그렇지만 며느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기름냄새로 샤워를 하고 더 이상 나올 수 없을 만큼 무릎 나온 츄리닝 바지에 이곳 저곳에 틘 기름으로 얼룩이 진 상태로 명절을 보낸다. 모든 음식 준비가 끝나도 추석 당일 날은 차리고 치우고 e뒷정리하고를 반복하며 어서 빨리 집에 가서 누웠음 좋겠다고 주문을 외우는데 어떻게 명절을 즐길 수 있겠나.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마인드 컨트롤이 적용되지 않는 명절이다. 온 몸이 뻐근하지만, 그래도 추석은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