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영의 애절한 '잊지 말아요'가 흘러 나오고 김태희와 이병헌은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은 채 서로의 처지를 어쩌지 못하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어떻게 더 마음이 짠할 수 있을까.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깊어 보이지 않았는데 상황이 그들을 더 안타깝게 할 뿐 아니라 이루지 못함으로 인해 더더욱 애절하기까지 하다.
"보안코드 말하지마. 그러면 넌 죽어."
수신호를 보내는 현준을 바라보는 최승희의 애절한 눈빛이라니...사랑이라는 것이 언제나 달달할 수는 없다. 달달한 사랑을 본다는 것은 그저 헤벌쭉은 가능하나 뭐랄까. 인생의 깊이는 느껴지지 않는 그런 것이 있다. 저렇게 얼마나 갈까 싶은 그런 것 말이다. 서로 아플만큼 아파봐야 그 만큼 사랑도 깊어진다고 믿는 필자에겐 특히 그렇다.
그들의 사랑이 그렇게 애잔한데 왜 현준을 괴물로 만들 수 밖에 없었나 싶은 NSS 부국장의 카리스마는 날로 강해지고 비밀스러워지기까지 한다. 현준을 위기에서 구하고 목소리로 먼저 등장했던 김갑수는 아주 어이없게 죽었다. 아이리스에 대항에 지금까지 만들었다는 그의 조직은 이렇게 단 몇 분만에 허물어질 정도로 맥없었다는 것도 황당했는데 부국장은 김현준을 살려두는 것이라고 비밀스럽게 한마디 거들고 아이리스가 뭐길래 인질로 잡혀간 최승희를 전화 한 통으로 살려내는 것인지 궁금증을 더해간다.
어찌되었건 빠른 전개에 맞추어 그들의 비밀스런 행보까지 더해지니 이보다 더 흥미진진할 수 없다. 하지만, 현준이가 복수를 위해서 북한측 테러리스트가 됐다는 것이나 명령에 의해 친구를 죽이는 것까지는 했으나 그 어떤 개연성도 없이 진사우는 아이리스의 조직으로 흡수된 상황은 좀 이해 불가다.
11회부터 7kg을 빼고 근육을 좀 키우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는 진사우(정준호)는 여전히 눈에 힘들어간 것만 빼면 두리뭉실로 보일 뿐 아니라 그닥 배역자체도 매력적이지 못하다. 그저 볼때마다 진사우역에 왜 하필이면 정준호였을까 싶은 미스캐스팅이라는 생각을 져버릴 수 없다. 근육이라곤 실종된 몸으로 두리 뭉실한 턱선까지 더해져 도대체 저런 사람이 어떻게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NSS에 들어갔는지 아무리 봐도 낙하산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뿐더러 현준이에 대한 그의 적개심 또한 이해할 수 없다. 최승희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개연성이 많이 상실된 인물이다. 그 인물에 몰입할 수 없는 것은 아무래도 정준호란 배우에게도 책임이 있지 않을까. 충분히 그도 매력적인 역할이다. 짝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자신의 친구를 죽이는데 여기까지도 그는 충분히 매력적인데 그 인물에 대한 그 어떤 것도 느낄 수 없다.나쁜 사람이라고는 딱히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착한 사람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애매모호한 진사우란 인물을 좀 더 매력적으로 표현도 가능했을텐데 싶기도 하다.
그에 비해 아주 잠깐잠깐 보이는 김승우는 '미친 존재감'이란 감잡히는 표현으로 북측 요원 박철영을 분하는데 어색함은 커녕 얼마 안되는 분량에도 카리스마가 넘칠 뿐 아니라 무게감까지 있다. 미친 존재감이란 표현이 전혀 과하지 않는 존재감으로 그는 북측 엘리트요원으로 분하고 있음이다. 김승우란 배우가 이렇게 작은 배역일까 싶은 의심마저 들었지만 이젠 아주 잠깐이라도 그의 등장은 예사롭지 않다. 뿐인가 북측 요원 김선화는 예쁘길 포기했다. 커트머리에 오히려 샤프한 느낌의 그녀는 여자다움이랑 상관없는 북측 요원 김선화지만 그 어느 작품에서보다 그녀는 예쁠 뿐 아니라 현준을 향한 그녀의 눈을 보고 있노라면 애잔하기까지 하다. 역할이랑 상관없이 그 역을 120% 소화하는 것, 그것이 배우가 할 일이고 그렇게 했을 때 아무리 작은 역이라고 하더라도 그 존재감은 주인공과 같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일게다. 그런 면에서 김승우나 김소연의 선택은 아주 훌륭했다.
잠깐이었지만 김갑수는 목소리만으로도 그의 존재감은 확실했고 병상에 누운 모습이었어도 그는 인상적이었다. 이야기의 전개가 빠르고 볼거리가 많은 것이 아이리스의 가장 큰 장점이라지만 배우들이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한다면 절대 탄력받지 못한다. 이야기, 볼거리, 그리고 배우까지 3박자가 제대로 맞아 아이리스가 시청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