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식스 센스'의 반전만큼 놀라웠던 스릴러를 못봤다.
보고 나니깐 어설펐다? 라고 한다면 '시크릿'에 대한 비겁한 평인지도 모르겠다. 러닝타임 내내 그렇게 긴장감이 심하지도 않았지만 생각보다 강도 약한 반전은 피식하는 웃음을 유발했다. 그럼에도 반전을 위해 마구 늘어 놓은 설정과 그 설정을 줏어 담기 위해 다급해진 결말은 뭐랄까. 에이~눈치챘는데 싶은 기대에 못 미치는 반전이었다. 누명을 썼는지 어쩐지 모를 아내는 그 어떤 말도 없고 '내가 죽였다고 생각해?'라는 알쏭달쏭한 질문을 던지고 그런 아내 때문에 더더욱 표나게 수사를 방해하는 차승원은 많이 빠져 보이기도 했지만 뭐랄까. 아무리 고생스럽게 아내를 보호하려고 해도 이미 늦은 것 같은, 멀리 타이거 우즈가 부적절한 관계의 여자들이 하나 둘 나타나는 바람에 곤란에 빠진 시점과 묘하게 맛물려 부적절한 관계를 갖은 데다 교통사고로 아이까지 잃은 남자에겐 쌤통이다 싶은 마음에 그의 편을 들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우울증이 확실해 보이는 속을 알 수 없는 지연(송윤아)도 그렇게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 스릴러물 인물이 이해되긴 어렵겠지만 뭐랄까. 그래도 개연성이 그닥 있어 보이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시크릿'은 괜찮다. 차승원의 장난기 어린 표정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쉽긴 했지만 어두운 듯 하면서도 아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코믹하지 않은 차승원도 괜찮았음이다. 넉나간 듯한 삶을 지탱하는 의미를 잃어 버린 것 같은 아이 잃은 엄마로 속을 알 수 없으면서도 강단있는 그러면서도 약한듯한 아내 지연으로 송윤아의 연기도 좋았다.
이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지만 가장 임팩트가 강했던 인물은 역시 류승용이다. 그에게 그런 야비한 표정이 숨어 있을 줄 예전에 미쳐 몰랐다. 그가 분한 재칼이란 뒷 세계의 형님은 스릴러와 상관없는 인물이지만 재칼을 보는 것 만으로 그의 카리스마에 섬찟하고 존재감에 벅찰 정도였다. 지금까지 류승용이 연기를 못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재칼로 분한 류승용은 좋다라는 표현보다 완전했다는 표현을 써야할 듯 하다. 야비한 듯 하면서도 날카로운 표정 연기에 '시크릿'의 긴장감이 더해가고 그의 존재감으로 '시크릿'이 더 비밀스러울 수 있었다.
뿐인가 경호역의 오정세는 같은 인물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다. 조연이지만 주연만큼의 존재감으로 영화가 끝나고 재칼 다음으로 여운이 남는 인물이다.
기대만큼의 반전이 아니었어도 그들의 연기때문에 더 빛났던 '시크릿'이다. 배우들의 연기가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고나 할까.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 만으로도 기대에 못 미치는 반전이라고 하더라고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름 효과있는 반전도 볼만 하다. 영화가 끝났다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자막이 올라갈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시크릿'를 다 봤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