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예고편보다 알찬 본편, '모범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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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필자의 학창시절은 튀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공부를 그닥 잘하지 않았으니 모범학생이라고는 할 수 없었고 그저 선생님들에게 걸리지 않고 조용조용 묻어 다니는 평범학생이었다.
그렇게 사회에 나온 필자는 어떤 시민일까. 평범한 시민을 넘어 모범시민에 속한다.
기한 내에 세금을 내는, 연체료를 물게 되면 큰일이나 날 것처럼 날짜 맞춰 세금을 내고 혹 딱지라도 떼면 - 물론, 빠른 시간내에 돈을 내면 20% 감면이 되는 것도 크게 작용하긴 하지만 -  절대 연체료를 내지 않는다. 지금까지 살면서 재산을 은닉해보지도 않았고(은닉할 재산도 없는 것이 맞다) 세금을 떼어 먹어 본 적도 없다. 이 정도면 법을 어기지 않고 다른 사람한테 피해주지 않는 모범 시민 아닌가.

모범시민 - 네이버

'모범시민'의 클라이드(제라드 버틀러)도 그렇다. 어느 날 저녁 딸은 엄마를 위해 목걸이를 만들고 아빠 클라이드는 뭔가를 열심히 작업하고, 엄마는 저녁을 준비하는 평화로운 저녁이었다. 하지만, 그 평화는 2인조 강도에 의해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 아내와 딸이 자신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참하게 죽고 그는 혼자가 되었다. 혼자 살아남아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야심만만한 검사때문이라고 콕 찝을 수는 없지만 어두운 현실의 단면을 보는 듯한 타협이 있는 그곳에서 클라이드의 정의는 없었다. 그렇게 힘없는 모범시민 클라이드는 잊혀지고 10년의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그의 화려하면서도 치밀한 복수가 시작된다는 이야기다.

제이미 폭스, 검사역 - 네이버

모범시민 클라이드와 제이미검사 - 네이버

제라드 버틀러 , 클라이드역 - 네이버

나영이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 거기다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 같은 이야기가 그렇게 내키진 않았는데 영화는 의외로 흥미롭다. 예고편이 다인 영화들이 숱하게 많은 걸 생각하면 예고편을 그렇게 많이 봤음에도 보는 예고편이 다가 아닌, 내용이 알찬 영화중의 하나다. 대리만족의 강도가 아주 강하다. 그의 복수는 힘없는 시민의 반란이라고 하기엔 아주 힘이 좋을 뿐 아니라 그의 두뇌회전은 혀를 내두를 만큼 기발하고 치밀하다.
그의 치밀한 두뇌회전에 다음이 어떻게 될까 기대될 정도였다. 전혀 표정을 들어내지 않는 그와 현실에 타협한 검사 제이미(닉 라이스)와의 묘한 심리 전쟁도 볼만하다.
자신의 아내와 딸을 해친 강도를 스스로 처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의 복수는 점점 커지고 그의 복수가 커지면 커질 수록 이제는 그만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딱 그 시점에 알아서 정리가 된다. 현실에 타협했던 검사 제이미는 끝까지 자신의 잘못은 시인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똑똑함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심하게 속수무책으로 클라이드에게 당하다 너무 쉽게 한방에 해결한다. 이제 그만~~~했어야 할 때 그만둔 센스는 괜찮았지만 끝이 너무 허무해 좀 허탈하긴 했다.

그럼에도 영화는 크고 깊다. 스케일이 단순히 '크다'라는 개념과 다르게 저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그릇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그들의 그릇에 비해 우리나라 영화는 너무 오밀조밀한 것이 아닌가 싶어 살짝 우리나라 영화의 미래가 걱정도 되더라는….장단점이 있겠지만 어찌되었건 '모범시민'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평범한 우리같은 시민에겐 대리 만족밖에는 되지 못하는 말 그대로 영화기에 가능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