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여탕, 온탕안에 몸 담그고 계란 까먹는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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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밖이 추워서 그런지 목욕탕엔 사람이 많았다. 아이들도 방학을 맞아 엄마를 쫓아왔고 연세가 좀 드신 분들은 찜질을 하기 위해 연실 찬물에서 뜨거운 찔질방을 왕복했다. 탕에도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다리 펴고 앉기는 힘들었다. 버스안에 사람이 만원일때 콩나물 시루같다고 하는데 탕안에 사람이 많은 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다리를 오무리고 탕안에 겨우 자리잡고 앉았다.
냉탕엔 수경을 쓰고 수영하는 아이도 있고, 냉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온탕도 아닌 중간 온도의 탕엔 엄마와 함께 온 아이들이 떼지어 몰려있었다. 화요일임에도 복닥복닥한 목욕탕이었다.

목욕탕도 찜질방처럼은 아니지만 먹을꺼리가 꽤 많다. 구운 계랸, 식혜, 커피, 에이드, 녹차까지 다양한 음료가 있는데 그 음료는 1l는 족히 되어 보이는 커다란 통에 얼음을 그 옛날 머슴밥 뜨는 것처럼 그렇게 넣고 뚜겅도 닿지 못할 정도다. 그 음료는 각 탕마다 있는 앉을 수 있는 턱에 올려져있다. 누구 것인지 아무도 모르지만 주인은 용캐 알고 찜질하고 나와서 쭉 들이킨다. 위치가 수도꼭지가 달려있는 곳이라 굳이 앉는데 방해가 되는 것도 아니고 거의 목욕탕의 풍경처럼 되어 버렸다. 이곳 저곳에 녹색, 커피색, 이상한 노랑색을 띄는 액체까지 얼음그득 담겨 있는 통들이 주인만 알고 있는 위치에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찜질방에서처럼 그렇게 계란을 즐기는 사람은 그닥 없다. 특히나 목욕탕 안에서 찜질복도 입지 않은 태초의 모습으로 계란을 까먹는다는 것은 결코 아름다운 풍경은 아니지 않나.

근데, 오늘 아주 괴이한 여성을 만났다.
그닥 나이가 많아 보이지 않는 아무리 써도 20대 초반이나 됐을까 싶은 젊은 여성이었다. 온탕에 몸을 담그고 있던 그 여성은 갑자기 목욕탕 밖으로 나갔다. 그러더니 구운 계란이 담긴 쟁반을 들고 오는 것이 아닌가. 저녁을 못 먹었나 싶었는데 그 여성은 쟁반을 들고 그대로 탕안으로 들어왔다.
어, 탕안에서 계란을 까먹겠다는 것은 설마 아니겠지….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여성은 아무렇지 않게 계란을 까고 있었다. 그때를 맞춰 매점 아주머니가 음료를 들고 들어왔다. 그러더니 그 여성에게 주의를 준다거나 하지도 않고 그냥 음료만 건네고 나가는 것이 아닌가.
그 여성은 아주 예쁘게 계란 껍데기를 까더니 소금까지 찍어 먹고 목이 메일 때마다 음료까지 쪽쪽 빨며 맛나게 먹었다.
아무리 개념이 없어도 저렇게 없을  수 있을까 싶은 여성이었다.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탕안에서 계란은 까먹다니! 아무리 흘리지 않고 먹는다고 조심해도 계란 껍데기가 탕안에 빠질 수도 있고 계란 노른자를 흘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계란 잔해들이 탕속을 헤엄치고 다닌다고 생각해보라!

그것도 아름답지 못한 광경이었는데 이번엔 소금방에서 나온 아주머니가 그냥 탕안으로 들어 왔다. 소금방에서 땀을 흥건하게 빼신 모양으로 이곳저곳에 땀이 흐르는데 물 한번 끼얹지 않고 그냥 그대로 탕안으로 입수하는 것이다.

결국 탕 안에 더 있지 못하고 나오고 말았다.
보지 않았으면 모르겠지만 일단, 보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찝찝함이다.

제발 공중도덕을 지킵시다!!! 라고 말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