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놓치고 비디오로 봤을 때 아까운 영화가 있다. 극장에서 봤었더라면 더 재밌었을텐데 싶은 영화 말이다. 반면 딱 비디오용이네 싶은 영화도 있고 예고편이 다인 영화도 있다. 하지만, 3500원의 거금을 투자하고 보게 된 '그림자 살인'은 극장에서 봤어야 할 영화였다.
황정민이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어딜가나 존재감 하나는 확실한 배우이니 더 이상의 검증이 필요없을 것 같은 영화였는데 왜 극장에선 선택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그렇게 놓친 영화 '그림자 살인'은 꽤 재미났다.
시나리오가 꽤 탄탄할 뿐 아니라 반전도 있다. 엄지원, 황정민 류덕환 그리고 오달수의 존재감에 얼마전까지 NSS실장으로 분했던 윤재문의 연기 변신도 꽤 흥미로웠다. '그림자 살인'을 먼저 봤더라면 윤재문이란 배우에 대해 잘 모르고 저런 배우도 있나 싶었을 것이다. 눈에 익지 않은 배우가 특히나 주연이 아닌 배우가 눈에 익기까진 아무래도 시간이 좀 필요하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스릴러는 시대를 감안하면 충분히 있을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에서 출발하고 그들의 추리를 쫓아, 그들의 동선을 따르면 꽤 흥미로운 사건에 동참할 수 있을 뿐더러 그러면서도 그냥 스릴러가 아닌 뭔가 생각을 좀 하게 만드는 힘까지 느껴진다.
CSI가 주는 그런 정교함과 놀라운 과학의 힘은 아닐지라도 조금은 부족하고 조금은 어설퍼 보이는 그들의 나름 과학적인 수사를 따라가는 것도 꽤 흥미롭고 너무 정확하고 자로 잰 듯한 과학수사에서 느끼는 정확함과는 다른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셜록홈즈의 두뇌와 어설프지만 나름의 과학이 조합된 그들의 추리 능력과 수사 능력이 재밌다. 그들과 함께 동선을 같이 하며 같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냥 가벼운 이야기임에는 아니란 걸 우리는 발견한다.
그 이야기가 지금의 현실과 맞물려 아프기도 하고 지금이나 과거에나 권력의 힘에 많은 사람들이 힘없이 무너지는 것 또한 알고 싶지 않아도 다시 알게 될 뿐더러 우리 스스로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절대로 우리는 그 테두리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려준다.
그런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황정민이나 엄지원은 그 당시로서는 생각하기 힘든 일탈을 꿈꾸고 사대부 여자이기에 많은 것을 참고 살아야 하는 것에서 자유롭고자 하고 정의감과 전혀 상관없던 남 뒷일이나 캐주며 살기를 바랬던 위험이랑은 상관없이 살기를 바랬던 한 남자에게 바르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 다시 일깨워 준다고나 할까.
그냥 가볍게 그들의 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면 본의 아니게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그림자 살인'이다. 연휴에 한번쯤 꼭 봐도 좋을 영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