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추노' 딸아이와 보긴 민망하지만 재밌다
노무현 대통령 배너

수다가 좋다

배우는 연기만 잘하면 되는데 노래도, 예능도 완벽하게 잘 해내길 내심 기대했던 듯 장혁에 대한가 그랬다. '패밀리가 떳다'에 출연한 장혁은 재밌는 사람, 유머가 넘치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내성적이면서 그러면서도 조심스러운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추노'에서 대길이 역을 그렇게 해내는 걸 보면서 역시 배우다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추노'를 볼때마다 감탄에 또 감탄을 한다. 저렇게 몸을 만들기 위해 흘렸을 땀도 땀이지만 구성진 그의 말투와 또렷한 발음이 더더욱 대길이한테 몰입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젊고 이쁜 여자를 보아도 가리거나 하지 않고 되는 대로 말을 뱉어 버리는데 어찌나 찰진지 추노꾼 대길에 빙의된 듯 하다. '고맙습니다'의 까칠한 외과의사 민기서는 더 이상 없다. 까칠하기는 커녕 야생버라이어티를 찍어도 될 정도로 아무데서나 잘먹고 잘치대고 잘 엉길것 같은 그다. 대의고 뭐고 그저 언년이를 찾겠다는 것 말고 높으신 양반과도 떨림없는 배팅으로 목숨을 담보고 거금을 움켜지고도 같은 패거리에게는 1/10의 금액밖에 말하지 않는 그의 속내가 궁금한 보이는게 다가 아닌 인물이다. 대길이가 너무 잘해서 다른 패거기들이 묻어 가는 것도 있지만 최장군의 음성은 듣는 것 만으로도 설렘을 주긴 한다. 큰 주모와 작은 주모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좋다 싫다 특별한 반응이 없는 그는 대길이와 왕손이 패거리에 없어서는 안될 인물이다. '언니'를 외치며 가벼운 듯한 왕손이는 진실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다 대길이가 총에 맞아 죽을 뻔 했는데 한다는 말이 이제까지 모은 돈을 내놓으라는 의리상실 인물이기도 하지만 밉상은 아니다. 쿵짝이 잘 맞는 대길이 패거리와 쪽수는 많은 천지호(성동일)은 같은 추노꾼임에도 상의를 탈의하지 않고 나오는 것부터 여러모로 딸려보이지만 잠깐의 등장으로도 존재감은 확실하다.

추노 - TVdaily

300의 제랄드버들러의 탄탄한 복근은 이미 과거가 되었던데 하루도 쉴 수 없는 운동의 힘이 그들의 복근을 지탱하는 걸 보면 촬영장이 피트니스센터가 된다는 말이 엄살은 아닌 듯 싶다. 그들이 넝마주이같은 그들의 허름한 조끼도 그들의 복근과 어울려 눈에 완전 익었다. 2회까지도 왜 추노꾼은 저렇게 입어야할까 싶었는데 그들의 복근이 옷처럼 눈에 익었고 그들이 보여주겠다고 저렇게 노력하는데 봐줘야 하지 않겠나. 그 뿐만 아니라 최장군(한정수), 왕손이(김지석)의 복근도 보는 것 만으로도 그저 흐믓하다. 그런 그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데 예쁘게 화장하고 예쁘게 옷입고 나온 꽃미남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2PM이 짐승돌이란 칭호를 받으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성정체성이 모호한 이 시점에 더 이상 남자다울 수 없는 모양으로 거기다 한 여자를 일편단심하는 마음까지 더해져 짠하기까지한 짐승남 대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추노'는 딸아이와 함께 보기엔 민망하다. 13살 노비를 환갑이 넘은 양반이 어찌하려는 장면이나 김혜원(이다해)의 겁탈 당할뻔 했던 장면을 콕 찝어 선정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길고 노출도 심했다. 거기다 밤마다 여자를 찾아 다니는 왕손이도 한몫한다. 물론, 자극적이고 선정적이기만 하다면 '추노'에 30%대의 시청률을 불가능 할 것이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것 말고도 추노엔 알찬 이야기에 살뜰한 재미까지 곁들였다.

대의를 품고 도망다니게 된 송태하, 결혼 첫날 밤 집을 떠난 김혜원 그들의 만남은 조금 작의적이었지만 그래도 그들이 같이 다니는 계기를 만들기엔 아주 충분했다. 노비일때도 그랬지만 도망다니면서도 피부관리를 어찌나 잘하는지 물항아리를 지고 있어도 허르한 옷차림에 어울리지 않는 뽀샤시한 모습이더니 도망다닐 때도 흐트러지지 않는 이다해다. 정치적 음모, 노비들의 반란, 속내를 알 수 없는 추노꾼, 대의를 품은 관노, 그리고 결혼 첫난 밤 야밤도주한 여인...그들의 이야기는 강약 조절이 훌륭할 뿐 아니라 적재 적소에 웃음까지 베어나와 더더욱 흥미롭고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