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면 겨울방학이 끝난다. 삼시새끼를 챙겨야 한다는 부담만 빼면 엄마에게도 방학은 늦잠을 살포시 잘 수도 있고 나름 퍼질 수 있는 그런 시간이다. 그런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아쉽기도 하고 어서 빨리 학교에 보내 자유시간을 만끽하고 싶기도 하고... 여러가지 마음이다.
거기다 이번 겨울 방학은 너무 많이 추워 제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했다. 체험학습 해보기라고 되어 있는 방학숙제도 제대로 체험하지 못하고 이렇게 개학을 맞이해도 되나 살짝 불안하기도 하고 아이한테 추억꺼리를 너무 안 만들어줬나 싶어 조금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다.
이미 지나온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이제 개학 준비를 해야 한다. 실내화도 깨끗하게 빨아야 하고 숙제도 정리해야 한다.
이번 겨울 방학 숙제는 그렇게 많지 않다. 아니, 필자가 국민학교 다닐 땐 탐구생활, 그리고 그림, 일기도 써갔던 것 같은데 딸아이 숙제는 아주 간단하다. 일기외에 사회 관찰카드 만들기가 전부다. 일기는 딸아이 몫이니 신경쓰지 않아도 될 일인데 문제는 사회 관찰카드다. 중요한 건 이 숙제는 엄마 숙제다. 우리 고장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그 밑에 느낌이랄까. 좋은 점, 나쁜 점을 쓰는 것이다. 어떻게 만들어야 될까 싶어 미루고 미루다 이번주가 되서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마음에 전과를 펴봤고 포맷을 확인했다. 전과를 펴보는데 거의 한달이 걸린셈이다.
생각보다 우리 고장의 모습은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보다는 개선해야 될 문제가 많았다. 딸아이와 함께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데 지저분하게 아무데나 널려있는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파리나 초파리 같은 것이 날아다니고 있었을 뿐 아니라 냄새도 심했다. 겨울이 아니라 여름이라고 생각하면 그 악취와 해충의 피해는 더 심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거리를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모습보다는 아름답지 못한 모습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버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검정색 비닐봉지에 담아 그대로 쓰레기를 배출하는 가정도 꽤 많았다.
우리 고장의 예쁜 모습과 나쁜 모습을 교차해서 관찰카드를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 문제는 쓰레기를 깨끗하게 버려진 곳을 아파트가 아닌 주택가에서 재활용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가 제대로 버려진 곳을 찾기란 힘들었다. 바람직한 모습으로 결국은 아파트안에 있는 음식물 수거함을 사진에 담을 수 밖에 없었다.
뿐인가 우리 고장의 거리도 사람이 걸어다니기 많이 불편했다. 깨지고 고르지 못한 보도블록도 문제였지만 그보다 심각한 것은 아무데나 널부러져 있는 노점상이었다. 인도를 자신들 마음대로 차지하고 지나다니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고 물건을 쌓아놓기까지 하니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이라도 있을라치면 그 옆을 지나가기 버거울 정도였다. 물론, 그 사람들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조금은 인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배려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노점상이 점령하지 않은 도로가 없고, 하다못해 옷 매장을 갖고 있는 곳도 밖으로 행거를 진열하고 옷들을 걸어놓아 노점상에 매장에서 진열한 옷까지 인도를 차지하니 결코 좋은 거리의 모습은 아니었다.
이상은 딸아이 숙제를 하느라 어쩔 수 없이 관찰하게 된, 평상시는 무심하게 지나쳤던 우리 고장의 모습이었다. 좋은 모습과 나쁜 모습 모두 관찰카드로 만들고 싶었으나 생각보다 나쁜 모습이 사진에 담기 쉬웠던 반면 의외로 좋은 모습은 사진에 담기 어려웠다.
모두 어우러져 사는 고장이 큰 대의를 품지 않더라도 서로서로 조금씩만 배려하면 지금보다는 나은 모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쉬웠지만 딸아이 숙제를 통해 우리 고장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잊고 살았던 더불어 사는 삶에 조금은 각성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