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의형제' 삶의 체험같은 리얼한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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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의형제'는 밝은 영화는 아니다. 우리네 삶이 그런 것처럼 행복한 날보다 흐린 날이 더 많은 것처럼 그렇게 시련도 많고 말 그대로 생계를 위한 그들의 삶이 이념과 통념을 넘어 많이 힘들고 버겁다. 하지만, 영화는 삶의 체험 현장처럼 그렇게 리얼하면서도 잔잔한 재미가 있다.

송강호의 존재감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그의 존재감에 자칫 강동원이 묻히지는 않을까 싶었던 우려는 어울리지 않는 그들의 적절한 조화로 인해 말끔했지만 그럼에도 송강호의 모노드라마라도 되는 듯 그렇다. 전직 국정원 요원이었지만 작전 실패 후 일반인이 되버린 가장, 이혼하고 혼자 살며 딸아이 양육비를 위해 돈을 벌고 월세 오피스텔에서 사는 깝깝한 중년이다. 그닥 즐거울 일 없을 것 같은 이 사람에게 직장을 잃게 만든 남판 공작원에 대한 집념은 삶의 목적과 같다. 하지만, 사는 것이 만만치 않은 것처럼 남파 공작원을 쫓는 일도 남파 공작원을 잡는 일도 현상금이 걸린 브로커를 잡는 일도 쉽지는 않다. 그저 삼시새끼 먹고 살며 일에만 매달리는 불쌍한 중년의 이한규(송강호)다. 버림받은 남파 공작원(강동원)은 배신하지 않았지만 배신자로 낙인찍혀 북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딱한 남파 공작원인 이  남자를 지탱하는 것은 북에 있는 가족이다.

전혀 동거가 될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만남은 폭소를 터뜨리지는 않지만 키득키득까지는 가능하다. '인간적인'을 좋아하고 많이 말하지 않아도 그냥 곧아 보이는 남자 송지원과 전직 국정원 요원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일반인으로 완벽하게 적응한 남자 이한규의 어울리지 않는 동거는 웃음을 자아내고 사람이 사람을 만나 정을 쌓고 믿음을 쌓는 것이 그닥 어렵지 않은 일임을 보여준다. 물론, 그 믿음의 기본에는 서로를 알게 된다는 것, 측은지심이라는 것이 바탕이 되고 그로 인해 서로는 정 반대의 입장임에도 서로가 서로에게 믿음을 주는 감동을 준다.

의형제 - 맥스무비

이한규역의 송강호 - 맥스무비

서로를 모르는 척 하는 그들의 동거 - 맥스무비

어색한 그들이 점점 가까워진다- 맥스무비

송지원역의 강동원 - 맥스무비


영화는 아주 재밌다. 아주 웃기다를 넘어 그냥 좋다. 보기에 부담없고 그렇다고 엄청나게 스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로맨틱하지도 않다. 그저 서로가 서로를 아는 남자 둘이 친해지는 것을 보는 인간적인 이야기에 굳이 재미와 반전과 사랑이 없어도 충분한 뭔가가 있다.

송강호는 '우아한 세계'의 2인자 조폭의 삶과 너무나 비슷하다. 2인자 조폭으로 아내한테 구박당하고 아이들을 위해 기러기아빠까지 서슴지 않는 그의 삶이 조폭이든, 일반 회사원이든 상관없이 40이 넘은 나이에 남자들, 아빠로 남편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뒷 모습을 보는 듯해 많이 안타깝고 마음이 무거웠다. 그 무거운 마음을 다시 송강호는 아주 가볍게 '의형제'에서 재연했다. 하지만, 그래도 그때보다는 덜 마음 아프고 뭐랄까. 그의 삶의 질이 나아진 것은 아닌데 그래도 조금은 어깨가 덜 무거워 보이는 남자, 가장의 모습이라서라기 보다는 덜 외로워 보이는 모습때문에 그럴까...그랬다.

강동원은 '전우치'의 천진난만한 악동 전우치에서 너무 무게감있는 캐릭터로 돌아와 조금은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그의 맑디 밝은 얼굴이 그늘로 드리우고 무거워진 그의 입만큼이나 송지원이란 캐릭터를 잘 살렸다. 촬영내내 강동원이 생각이 많아 영감이라고 불렀다는 송강호의 인터뷰가 생각될 만큼 그는 생각이 많은 무거운 남자로 심지 굳은 아이 아빠로도 꽤 괜찮았다.

그런 두 남자가 만든 영화 '의형제'는 단 몇 개월만에 이렇게 믿음을 갖고 의형제까지 갈 수 있을까 싶은 의심은 접어두고 그저 이야기의 흐름에 몰입하면 그들의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할 수도 있고 웃을 수도 있다. '의형제'는 가볍게 보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다. 그저 우리네 삶에 이런 인간 관계의 회복도 지켜볼 만 하고 나름 감동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