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A는 디스크 파열로 병원에 일주일이 넘게 입원 중이다. 주사요법으로 안돼 결국은 디스크 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는 바람에 입원기간이 1박 2일에서 일주일이 넘도록 길어졌다.
8인 병실에 입원해 있으니 입원비는 무료라서 좋기는 한데 보고 싶지 않아도 다른 환자들의 가족이라든가, 그들의 이야기, 그들이 먹는 것에 어쩔 수 없이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누가 간호를 하는지, 누가 왔다갔는지 알고 싶지 않아도 칸막이 하나 없으니 다 알게 되는 것이다.
보통 척추에 관련된 병으로 입원한 환자들이 많다 보니 거의 누워 있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일어서 밥먹고 앉아 있는 것은 극히 드물게 발생한다. 누워 인사해도 욕먹지 않는 곳이 유일하게 이 병동이 아닐까 싶다.
지인 A의 앞 침대에는 50대 정도 되는 아주머니가 있다. A를 면회 갈 때마다 아주머니를 봤는데 그 아주머니 옆에는 항시 대기하고 있는 아저씨가 있다. 부부애가 아주 좋은 부부인가 부다. 어떻게 저렇게 한시도 아내곁을 떠나지 않고 저렇게 병상을 지킬까 싶어 부럽기도 했다.
일을 하시지 않는 듯 아저씨는 평일이고 휴일이고 언제나 같은 복장으로 아주머니 곁을 지켰다. 근데, 그 부부의 모습이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되갈 수록 점점 아름다워 보이기 보다는 아저씨의 모습에 안타까움과 아주머니의 거침없는 행동에 조금은 의아스러워졌다.
일단, 부부의 목소리의 강도는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난다. 그 아주머니는 8인 병실이 들썩일 만큼 큰 소리로 말하는 반면 아저씨는 독서실에서 말하는 톤으로 말씀 하신다.
"어디가 아프세요?"
지인 A의 질문에 아저씨는 누가 들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아주 조용하게 말씀해주셨다.
"염증 때문에 8CM도 넘게 절개하고 8시간도 넘게 수술했어요."
수술을 하고도 통증이 심한지 아주머니는 무통 주사를 맞고 있었다. 물론, 아프니깐 짜증스러운 것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24시간 병상을 지키는 아저씨도 힘들어 보이던데 너무 함부로 한다는 것이다. 허리 병으로 입원한 환자는 바로 누웠다가 옆으로 돌아 눕는 것조차 쉽지 않다. 옆에서 도와줘야 돌아 눕기도 가능한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잠든 밤, 그것도 병실에 수시로 들락거리는 간호사님 덕분에 제대로 숙면을 취하기도 쉽지 않은 밤, 뿐인가 8인실을 사용하다 보니 아픔이 중한 사람이라도 있을라치면 그 날밤은 잠을 설치게 된다. A는 간이 침대에서 자는 남편이 안스러워 돌아 눕고 싶어도 참았다는데 그 아주머니는 너무 당당하게 남편을 깨운다는 것이다. 아니 깨울 필요도 없이 아주머니 헛기침만 해도 자동반사로 일어나 아주머니를 살핀단다.
거기다 욕쟁이 할머니도 아니고 어찌나 욕을 잘하는지 그 걸걸한 목소리로 핸드폰으로 통화하도 할라치면 TV 소리가 안들릴 정도다. 거기다 놀라웠던 것은 그 아주머니의 식탐이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는 것 말고는 하는 운동도 없는 환자들이니 밥맛이 좋을리가 없고 밥맛이 있어도 누워 있으니 소화가 안되 많은 양을 먹을 수도 없다. A는 일주일 넘게 입원해서 먹은 밥이 밖에서 하루 먹은 양도 되지 않을 꺼라고 할 만큼 거의 먹지 못했는데 그 아주머니는 무통 주사가 떨어지지 않으면 하루 종일 먹는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먹는다.
병원밥이 특별히 맛있을 수가 없으니 지인들로부터 가족들로부터 음식을 공수 받는 모양이다. 친정 어머니께도 전화해서 알타리 김치가 먹고 싶으니 담궈 오라고 하고, 누군가에겐 떡을 사오라고 하고, 누군가에겐 청포도를, 꽂감을 ….그렇게 쉬지 않고 먹어 댄다. 아저씨는 식사 때마다 더 바쁘다. 과일 씻어오랴, 공수 받은 음식 데워오랴, 한상 그득히 차리고 아주머니는 정말 아구아구 먹는다. 그렇게 먹고 이번에는 자식들이 와 보지 않는다고 핸드폰으로 통화한다.
그것도 예쁘게 '엄마 보러 와'가 아니다. '이놈의 종자들이~~~'시작되는 거친 말은 거칠게 통화를 끝맺는다. 그러면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아들이, 중학생으로 보이는 딸이 병실에 온다. 공부하는 학생들임에도 불구하고 4~5시간은 기본으로 병실에서 있는다.
완벽하게 아주머니한테 쥐어 사는 아주머니 반쪽 밖에 되지 않는 스키니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아저씨는 오늘도 조용조용 병상을 지키고 있다.
오늘 A가 퇴원해 더 이상 그 아저씨와 아주머니를 볼 수는 없겠지만 너무 잡혀 사는 아저씨의 모습이 뭐랄까. 기죽은 멍멍이들이 꼬리를 다리 사이에 감추고 불쌍하게 있는 모습과 흡사하달까. 아주머니의 너무 당당함에 완전 기죽은 아저씨의 모습이 안스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