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A는 식탐으로 꽤 고생한다. 나이가 들수록 기초대사량이 줄어 음식물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은 분명 하는 사실이지만 절대 음식을 눈앞에 두고 남길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식탐의 끈질긴 유혹에 언제나 굴복하는 편이다. 위하수체로 소화를 잘 시키지 못하면서도 눈앞의 음식을 거부하지 못하는 2% 부족할 때 숟가락을 놔야 하는데 100%를 채우고 식도까지 찼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야 포만감을 느끼니 어쩌냐고 언제나 하소연이다. 소화를 잘 시키면서 그렇게 먹으면 상관이 없는데 소화력도 약하면서 그렇게 먹으니 소화불량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이 좀 심해지면 병원에 가기도 하고 위내시경도 1년에 한번씩 꼬박꼬박 날짜 맞춰가며 하면서 관리를 하는데 식탐을 관리가 안되는 것이다.
한번은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께 심각하게 여쭤봤단다.
"선생님, 음식을 보면 배가 아픈 것도 잊어 버려요."
의사 선생님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고 A는 바로 질문을 이었다.
"식욕 떨어지는, 식탐을 떨치는 그런 약은 없을까요?"
아무리 속이 안 좋아도 음식을 보면 잊어 버리는 것은 분명 병이 아닐까.
누가 누굴 뭐라고 하겠는가. 필자도 식탐으로 꽤 고생하는 편이다. A와 같은 위하수체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조금씩 하루 6끼를 먹어야 탈나지 않고 소화시킬 수 있다고 하셨음에도 언제나 음식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그러고 후회한다. 누가 좀 말려줬으면~~하지만, 먹는 것 못 먹게 말리는 것 만큼 마음 상하는 것도 없지 않나. 문제는 식탐과의 싸움은 어른한테만 국한된 것은 아닌 듯 하다.
딸아이는 3.3.kg으로 태어났다. 모든 육아 책의 기본 몸무게라 아이의 우유 섭취량을 계산하는 것도 아주 쉬웠다. 몇 시간 마다, 몇 CC를 주어야 하는지 초보 엄마인 필자는 책에 나온 그대로 지키려 했다. 근데, 아이는 책에서 제시한 용량을 섭취했고 다시 섭취해야 할 시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주 울었다. 기저귀를 봐주고 뭐가 불편한가 싶어 안아도 주었지만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친정어머니는 아이가 배가 고파서 그러는 것이라고 우유를 주라고 하셨지만 필자는 육아 책에서 본 대로 시간을 지키려 했다. 하지만, 결국 아이의 울음에 포기했고 아이가 먹고 싶어 할 때마다 우유를 주게 됐다. 그리고 태어나 처음 맞는 예방 주사를 태어난 지 21일만에 소아과에 갔을 때 아이를 진찰하던 선생님이 그러셨다.
"얘는 뱃고래가~~" 더 이상 말을 잇지는 않으셨는데 그닥 그 다음 말을 듣고 싶지도 않았음이다.
그 딸아이는 올해 11살이 되었다. 여전히 잘 먹는다. 필자가 절제를 시켜주지 않는다면 아이의 체중은 아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을 것이다. 뚱뚱한 것을 볼 수 없는 엄마의 통제 속에 아이는 적정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할 정도다. 그 아이가 엄마의 통제를 벗어나 마음 껏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여행중일때, 엄마가 친구들 모임으로 외출할 때다.
이번 여행 때 아이는 오랜만의 자유를 만끽하며 마음 껏 먹었다. 여행 마지막 날 그렇게 많이 먹었다고 생각지 않았는데 얹힌 모양인 듯 배가 아프다고 이동 내내 아파했다. 결국 소화제를 복용시켰고 우리 가족은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를 타고도 여전히 배가 아프다면서도 딸아이는 승무원이 주는 주스까지도 마셨다. 그리고 얼마 후 앉은 자리에서 폭포수처럼 오바이트를 했다. 그렇게 시작된 오바이트는 비행기에 내려서도 계속됐고 그날 새벽까지 계속됐다. 그러면서 딸아이 하는 말이라니…
"엄마가 좀 말려줘야지. 먹지 못하게 말려줘야지…"
하도 기가 막혀서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그 딸아이는 며칠 동안 죽만 복용하라는 의사선생님의 처방을 받았다. 아니, 지금은 죽도 잘 먹지 못할 만큼 고생하고 있다.
어른이나 애나 문제는 식탐이다.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식탐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