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이 모이면 나누는 대화가 거의 비슷하다. 신혼초에는 남편과 시집이야기로 대화가 이어졌다면 아이를 낳은 후부터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주다.
언제 목을 가누기 시작했다느니, 언제 뒤집고, 언제 다리에 힘이 들어가 언제부터 발짝을 띄었다는 등...그렇게 시작된 아이들의 이야기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일단, 학교에 입학하면 언제 뒤집었는지, 언제 기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학부모로서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엄마들로 대화는 거의 어
떤 학습지를 시키는지, 어디 영어 학원을 보내는지, 피아노는 어딜 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진화한다.
저번 주 오랜 만에 모인 남편 친구들 모임에서 그렇게 아이들의 학원, 학습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올해 6살이 된 B의 엄마가 어색한 듯 말하는 것이다.
"우리 딸 아무래도 영악한 거 같아요."
둘째를 임신중인 B의 엄마는 학습지를 풀라고 시키고 잠깐 누워 있었는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끝냈다.
"엄마, 다 했어."
"벌써? 그래, 채점해주께"
B의 엄마는 일어나 답안지를 들여다 보며 답을 맞추는데 어이없는 답의 일색이다. 아이 수학이야 덧셈 아니면 뺄샘인데 이렇게 황당하게 답이 어긋날 수도 있나 싶었더랬다. 그런데 혹시 이 아이가?
"B야. 너 답안지 봤지?"
"…."
"봤어, 안봤어?"
"봤어."
하기는 싫고 틀리기도 싫어 나름의 머리를 굴려 답안지의 답을 베낀 모양인데 엉뚱한 답을 베낀 모양이다. 그래도 B의 엄마는 친구한테 B의 이야기를 전하면서는 딸을 포장한다고 어설픈 변명을 했단다.
"우리 애가 승부욕이 강하거든... 백점 맞고 싶어 그랬나봐.하하"
그 이야기를 전하며 혹 B가 너무 영악한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B의 엄마였다.
그러자 각각 답안지 관리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A의 엄마는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고 먹지 말라는 것과 똑같기 때문에 답안지는 본인이 아는 곳, 아이가 절대 상상할 수 없는 곳에 보관하고, C의 엄마는 답안지를 뜯어 보관은 하는데 아이와 엄마가 잘 아는 곳에 보관한단다.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나 어쩐다나. D의 엄마는 아주 자랑스럽게 그랬다. 우리 딸은 절대 답안지 안 본다고.. 따로 보관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뜯어는 놓는다는…
6살 짜리가 답안지를 베낀다는 것이 과연 영악한 것일까.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겨 놓은 꼴일까...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필자는 B의 행동이 영악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 귀엽고 그 나이다움을 가진 아이같아 더 예뻐 보였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