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제주 무인까페, 양심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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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제주시 해안 도로에 눈에 띄는 까페가 하나 있다. 무인 까페라고 되어 있는 그곳의 이름은 '노을00' 이다. 무인 까페라면 커피는 어떻게 내려준단 말인가. 원두 커피가 아니라 믹스 커피를 타먹을까, 그럼 돈은 어떻게 낼까….
결국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들어갔다. 무인 까페는 의외로 손님도 많았고 주인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손님들은 처음이 아닌 듯 익숙하게 움직였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돈을 지불하는 통과 커피가 가득가득 채워진 커피머신, 그리고 냉장고 안의 각종 음료수와 맥주, 그리고 간단하게 맥주 안주가 가능한 과자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익숙하지 못한 우리 가족은 음료수를 선택하고 창가자리에 앉았다. 통유리로 되어 있는 건너편은 해안도로, 그리고 파도가 치는 바다가 바로 보이는 아주 전망 좋은 자리가 노을이 지는 것까지 덤으로 꽤 괜찮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근데, 문제는 지불이었다. 우리 가족이 먹은 음료수를 계산했더니 8000원인데 잔돈이 없는 것이다. 돈 통옆에 잔돈이 준비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양심에 맞게 돈을 넣으라고만 되어 있으니 없는 잔돈을 만들어 넣을 수도 없고 잔돈을 받지 않으려니 2000원이란 돈이 적은 액수가 아니라 고민하고 방황했다.

까페에서 보이는 풍경

까페 내부

까페 메뉴

맥주 안주로 준비된 과자 - 1000원

커피머신에 가득 담긴 커피

식기건조기, 티 종류 준비되어 있다

주인은 없어도 이런 문구들은 곳곳에 있다

설거지를 유도(?)하는 주인장의 문구

무인까페 노을언덕

그때 나이 지긋한 아저씨 한 분이 그런 우리가 안됐었는지 말을 걸었다.
"왜 그러세요?"
"아, 네...잔돈이 없어서요."
"명색이 무인 까페이니 제가 돈을 거슬러 드릴 수도 없고….그냥 모자라면 모자른 대로 넣으시고 남으시면 남는대로 넣으세요. 그리고 나중에 와서 그 만큼 드시고 덜 내시면 됩니다."
아주 인자하게 말씀하셨지만 우리는 관광객이고 다시 까페를 찾는 날을 기약할 수 없는 터라 난감했다.
결국 우리 가족은 2000원을 채우기 위해 음료수(2000원) 반을 리필하고 과자(1000원)를 다시 리필할 수 밖에 없었다.

무인까페는 주인이 없어도 아주 깨끗했다. 주인이지만 주인이 아닌 척 하고 있는 아저씨같은 분이 있어서 그런 것일까 싶기도 했지만 손님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먹은 컵은 설거지하고 식기건조대에 예쁘게 엎어 놓는 것까지 했다. 주인이 없어도 잘해요를 실천하기라도 하듯 화장실도 깨끗하게 사용하자는 손님들 덕분에 까페는 아주 잘 운영되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