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A가 동료들과 함께 커피타임을 갖고 있을 때였다. 그 중 한 사람의 핸드폰이 울렸다.
액정 화면에 '애인'이라고 뜨며 벨이 울리는 것이다. 통화가 끝나고 지인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애인? 누구야~~~"
"애인? 와이프!"
저번 주 종용한 착한 드라마 '그대 웃어요' 는 이상적인 가족 이야기다. 그 어떤 엄친아보다 더 엄친아같은 아들 현수, 속깊고 맑은 며느리 정인이의 알콩달콩함까지 재미를 더하는데 그 둘의 호칭법이 색다르다.
보통은 결혼하면 모든 드라마에서 '여보'를 연습한다. 어색하게 '여~~보'로 시작했다가 '여보야'로도 했다가 아이 낳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여보'란 호칭을 쓴다.
그렇게 결혼한 사람들에겐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이란 호칭대신 집사람이며 여보라는 호칭을 쓰며 00엄마일 뿐이다. 그런데 그들이 호칭을 새롭게 바꿨다.
애인이다. 애인은 사전적인 의미로 '이성간에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호칭 '애인' 얼마나 오랜만에 듣는 단어인가.
분명 우리도 썼던 호칭이다. 지금은 남친이란 호칭을 더 많이 사용하지만 10년전 필자가 결혼하기 전만해도 남친이란 호칭보다는 애인이라는 호칭을 더러 사용 했다. 미혼일 땐 애인이란 호칭이 그대로 사전적인 의미만 생각하면 됐었지만 결혼하고 기혼자가 되고 부터는 '애인'이란 단어를 사전적인 의미만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혼자에게 애인이란 절대 아내라고 연관 짓지 못하고 내연의, 불륜의 사람쯤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니 핸드폰 액정에 '애인'이라고 뜨니 의심의 눈길을 보낼 수 밖에!
필자의 핸드폰에 남편은 1번 단축키로 '내사랑 우주의 남편'로 저장되어 있다. 처음 결혼하고는 분명 신랑이거나 남편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방송한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을 남주인공이 당신은 우주보다 더 사랑한다고 했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남주인공의 핸드폰에 그녀는 '내사랑 우주'로 저장되어 있었다. 그걸 보고 필자가 얼마나 사랑하면 우주보다 더 사랑하겠느냐, 저런 사랑을 받는 여자는 참 좋겠다고 했더니 남편이 '내사랑 우주'로 필자를 편집했다. 그 후로 남편 번호를 '내사랑 우주의 남편'으로 편집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거의 8년이 넘게 내사랑 우주의 남편으로 저장되어 있다. 가끔은 지인들과 함께 있을 때 남편한테 전화가 걸려오면 모두 의아해 한다. '내사랑 우주의 남편'이 뭐냐면서 말이다.
오늘 '그대 웃어요'는 이제 막방만을 남겨두었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훈훈하고 짠한 '그대 웃어요'를 기억하는 기념으로 거의 8년 만에 '내사랑 우주의 남편'을 '애인'으로 편집했다.
남편이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까지 잊고 산 시간이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새롭게 '애인'으로 등록했으니 앞으로 남편한테 전화 올 때마다 '애인'한테 전화오는 것처럼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당분간은 받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남편과 전화통화하는 것처럼만 통화를 하면 한달 통화료를 아주 많이 절약할 수 있을텐데 농삼아 말했었는데...정말 애인하고 통화하는 것처럼 길게는 힘들겠지만 짧게라고 예쁘게 말해볼 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