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있다. 집에서 하는 버릇이나 행동이 밖에서도 똑같다는 것인데 아이가 이럴 경우 엄마들은 밖에 나가 우리 아이는~~하는 포장을 절대로 할 수 없다.
지인 B는 딸만 둘이다. 첫째는 밖에서나 안에서나 똑같아 절대로 포장이 불가능한데 반해 둘째는 안에서는 4살이나 터울이 짐에도 불구하고 언니를 때리고 땡깡도 잘 부리는데 밖에만 나가면 이보다 더 얌전할 수 없다로 돌변한다. 다른 집에 맡기기가 부담스러운 첫째에 비해 둘째는 너무 얌전하게 눈에 거슬리지도 다른 친구들과 놀 때도 전혀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 언니를 때리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땡깡을 부리건 상관없이 예쁘게 포장이 가능하다.
둘째라서 약아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어찌되었건 밖에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아서 좋다며 마음껏 포장해도 상관없어 편하긴 하다며 B가 웃었다.
필자의 딸아이는 올해 11살이 되었다. 심하게 밖에서나 안에서나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똑같은 딸아이는 절대 포장 불가다. 싫으면 싫은 것이 얼굴에 그대로 들어나고 좋으면 좋은 것이, 우울하면 우울함이 그대로 들어나는 딸아이는 겉과 속이 아주 투명하다. 밖에 나가서 우리 아이에 대해 포장을 하고 싶어도 절대 불가능하다.
등교나 하교 길에 만나는 학교 엄마들이 거의 정해져 있는 편이다. 그 정해진 엄마들의 아이들은 매일 보는 엄마들이 몇 마디라도 섞느라 시간을 지체하면서 조금씩 더 많이 보게 되고 알고 싶지 않아도 그 아이에 대해 다른 아이들보다 많이 알게 마련이다. 특히 하교 길에 우리 딸아이의 투명함은 빛을 발한다. 딸아이의 시험 성적을 모르는 엄마들은 거의 없다. 얼굴에 점수가 매겨진 듯 그렇게 아이는 얼굴로 점수를 말한다. 티없이 밝고 맑은 얼굴이면 그날은 시험 점수를 물어 볼 필요도 없이 100점이다. 조금 어색한 표정이다 싶으면 한 두개고 아주 심각하게 45˚기울어져 있으면 그 보다 더 틀린 날이다. 시험이 없는 날 고개가 45˚ 기울어져 있으면 그날은 친구들과 뭔가 안 좋았거나 선생님께 야단맞았거나 뭔가 아이 뜻대로 되지 않은 날이다. 아무리 기분이 안 좋아도 학교 엄마들이랑 헤어지고 학교 앞을 벗어났을 때 티를 내라고 1학년때부터 입이 닳도록 말했지만 소용이 없다. 천성이 숨기지 못하는 것인지 그럴 마음이 없는 것인지 4학년이 된 지금도 언제나 같다. 그러니 학교 앞에서 만나는 엄마들에게 아이의 성적을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가 없고 아이의 학교 생활이 그날 편하지 않는 날도 몽땅 들키게 된다.
같은 11살 4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들어내지 않는 내공을 가진 아이도 있다. 답안지를 눈감고 작성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시험을 못 봤고 선생님께 대단한 꾸중을 들었다는 날도 그 아이 얼굴엔 전혀 표시가 나지 않는다. 아무리 주의 깊게 살펴도 그저 엄마귀에 아주 조그맣게 뭐라뭐라 할 뿐이다. 저런 내공은 어디서 배워야 가능한 것인가 가끔은 부럽기도 하고 아이가 아이다워야지 하면서 딸아이 편이 되기도 한다.
아이가 포장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포장을 하는 엄마도 있다.
여자 아이들은 서로 때리고 싸우지는 않으니깐 그래도 덜 위험한데 남자 아이들은 이제 조금씩 과격해지고 그들의 싸움에 잘못해서 끼어들다간 새우 등터지는 걸로 끝나지 않겠다 싶을 때도 많다. 3학년 때 아주 얌전한 C를 까불기만 잘하는 D가 연필로 찔렀는지 그었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으나 C의 눈꺼풀이 찢어질 정도로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당연히 C의 부모는 병원에 다녀와 담임선생님을 만났다. 그리고 D는 담임선생님께 머리를 툭툭 맞으며 혼났다. 너무 위험한 상황이었으니 선생님도 놀라셨을 것이고 모두 그 정도의 채벌을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면 안된다는 생각때문에 좀 더 따끔하게 혼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다음 날 C의 부모가 학교를 찾아왔고 담임선생님께 엄청나게 항의 했다.
C 부모의 말씀은 아이가 장난을 잘치다보니 실수로 그럴 수도 있는데 그걸 그렇게 심하게 야단을 치면 어쩌냐...였다. C의 부모가 D의 부모한테 전화를 해서 사과를 한 것도 아니고 병원비를 대준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아이들이 장난치다 그런 것을 왜 선생님이 그러냐는 말도 안되는 억지로 모든 엄마들이 경악케 했다.
말로만 듣던 C가 올해도 D와 같은 반이 되었고 딸아이와도 같은 반이 됐다. C가 수업시간에 방귀를 끼어 손으로 선생님께 냄새를 몰아주는 행동까지 한다고 아이가 전했다. 뿐인가 아직 새학기 시작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D를 때렸다.
D 엄마의 맘 고생은 시작됐는데 C 엄마는 별 생각이 없다. 그저 "C가 장난이 심해서 그렇지 나쁜 마음은 없어요."
아이가 포장이 되지 않는다면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도 부모가 해야 할 몫이라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