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산부인과' 너무 잘난 의사들, 왜 거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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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본방사수는 못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투자하며 챙겨보는 드라마가 있다. '산부인과'다.
산부인과에 별다른 이야기가 있을까 싶었는데 있다. 찐한 감동도 있고 웃음도 있고 거기다 얼핏얼핏 사랑도 있다. 사랑하자고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마음이 움직여 사랑이 되는 그런 사랑이다. 근데,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너무 심한 엄친아, 엄친딸이라는 것에 대해선 좀 불만이다. 공부잘했지, 외모 바람직하지 그것도 모잘라 집안까지 그냥 괜찮은 것도 아니고 빵빵하다. 거기다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서혜영을 좋다고 하는 남자가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되니 거 참, 인생 불공평하다.

이상식(고주원)은 오지랖 넓은 저런 의사 있는 병원 찾아가고 싶을 만큼 다정다감하고 진심으로 환자를 위하는 의사다. 그 의사의 형이 장애인이라 저런 인성이 만들어진 것일까 하면서 어려운 집안에서 형과  함께 자라며 남을 더 많이 돌아볼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했는가 추측했다. 근데, 드디어 등장한 장애인 형은 다리를 못 쓴다 뿐이지 아주 넓은, 그냥 넓은 것도 아니고 축구를 해도 될 만큼 넓은 집에서 사는 전문직으로 참한 아내와 아들 딸을 키우는 아빠로 전혀 불우하지 않았다.
꼭 형이 못살고 불우하길 바랬던 것은 아니지만 뭐랄까. 이건 아니다 싶은 느낌은 확실했다.

뿐인가. 워커홀릭인 능력있는 서혜영(장서희)은 어떤가. 교수가 되기 위해 유부남인 능력있는 남자를 붙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살짝 의심이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잘나지 않은 평범한 집안의 딸일 것이라 마음대로 생각한 것이 잘못된 것일까. 그녀는 음대 나온 엄마에 능력 있는 아빠를 부모로 가진 꽤 괜찮은 집안의 딸이다. 말 그대로 엄친딸이다.

30년지기 친구 왕재석(서지석)도 정체가 들어나니 왠지 모를 배신감이 든다. 서혜영의 엄마가 왕석현에 대해선 궁금해하지도 않고 그저 친구로만 여기길래 쟤네 집은 평범한가 싶었는데 그 아버지는 한국병원 재단에 관계된 아버지에 형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마음의 평화를 얻을 것 같은 신부님이다. 그저 어머니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 문제일까.

산부인과 - 뉴스엔

잘난 집 여자를 만나 결혼하려는 안경우(송중기)한테 궁합이 안좋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김영미(이영은)도 그렇다. 평범한 집안의 간호사라는 것에 거부당했던 그녀는 안경우 엄마가 찾아와 결혼하자고 말하게 됐다. 알고 보니 김영미집이 토지 보상금을 받아 벼락부자가 됐다나, 뭐라나…

도대체 어떻게 주인공이 하나같이 잘난 집안의 엄친아, 엄친딸일 수가 있나.. 아니, 뭐 그게 꼭 문제라기 보다는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로 배경까지 좋은 그들이 질투난다.

'산부인과'는 산부인과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매회 새롭게 진행하면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살짝 얹는 독특한 구조도 그랬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웃음과 감동, 거기다 눈물까지 있어 많이 훈훈했다. 그 훈훈함에 재미까지 얹었는데 그들의 배경이 하나하나 밝혀지자 뭐랄까. 너무 잘난 그들이 만든 감동이 그닥 와닿지 않는다.
아니, 어패가 있을지 모르겠다. 진실되지 않은 것까지는 아니고 너무 잘난 그들에게 환자들의 아픔이나 고통은 그저 불우 이웃 돕는 그런 마음이지 않을까 싶은 가진 자의 여유라고 해야 할까. 개천에서 용나는 시절은 지나갔다고는 하지만 잘난 집안에서 잘나게 큰 그들이 그렇게 친근하지 않다. 그들의 정체가 드러나자 뭐랄까. '산부인과'에 감동은 사라지고 엄친아 엄친딸만 남은 듯 하다.

잘난 집안의 엄친딸이 아닌 필자가 너무 꼬였다고 해도 할말은 없지만 그래도 그들의 잘난 정체가 밝혀지기 전이 훨씬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