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안 좋아 고생을 많이 한 필자는 딸아이한테는 그런 고통을 남겨주기 싫어 아기 때부터 열심히 관리했다. 우유 먹고 물로 헹구는 것은 기본, 백일 지나고 부터는 손가락에 씌우는 실리콘 칫솔 비슷한 것으로도 열심히 아이 입안을 닦았다. 그렇게 유치부터 철저하게 관리했지만 아이의 이는 엄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충치가 생겼다. 엄마 닮으면 불소막을 씌워도 소용없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어린이 치과를 정해놓고 3개월마다 정기검진으로 관리하며 충치가 생기기가 치료한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 치과는 예약제다. 그냥 말로만 예약이 아니라 거의 약속된 시간에 진료를 볼 수 있는 장점도 그렇지만 어린이 치과라 그런지 의사선생님이 좋다. 아이 눈높이에서 말씀하실 뿐 아니라 진료를 엄마가 지켜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아이들이 진료 받는 동안엔 만화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천장에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다. 무선 헤드폰을 쓰고 만화 영화를 보면서 치료를 받아서일까. 친절한 의사선생님의 배려때문에 그럴까 아이는 치과에 가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 예약 시간에 진료를 보니 예약 시간을 잘 지키게 되는 것도 물론이다.
정기검진 날 딸아이와 함께 치과를 찾았다.
치과엔 앉을 자리가 한 자리도 없을 만큼 대기자가 많았다. 한 두명 대기자가 있는 것이 보통인데 뭔일인가 싶었다.
진료실에선 돼지를 잡는지 엄청난 울음 소리가 들렸고 그 울음소리와 땡깡소리에 밖에서 기다리는 어린 환자들에겐 조금씩 고통이었다. 그렇게 울음 소리가 간간히 들리고 의사 선생님의 달래는 목소리와 간호사의 목소리가 언뜻언뜻 들리는가 싶은데 상황은 종료되지 않았다. 그렇게 실랑이 하는 시간은 20분에서 30분, 그리고 40분까지….예약한 시간은 이미 30분이나 지났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있어야 하나 싶은 마음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그때 진료실 문이 열리며 초등학교 3학년쯤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와 양복을 입은 남자가 나왔다. 그냥 양복을 입은 평범한 남자가 아니라 아무리 봐도 깍두기 같은 인상이 완전한 남자였다. 그 남자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아이를 달래며
"마취했을 때 뽑아야 하는데…좀 참아보지 그랬어"
"싫어,싫어"
아이는 싫다고 여전히 땡깡이었고 그 남자는 아이를 어찌하지 못한 당황한 모습이었다. 모습만 깍뚜긴가 싶었는데 그때 치과 문이 열리며 트레이닝복을 입었지만 더 아이와 함께 있는 깍두기보다 더 윗분 같은 모양새였다.
"뭐야!"
말하는 포스에 눌려 40분을 넘게 기다리고 있던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조용히 숨을 죽였다.
"아, 예...형님. 아직 뽑지 못했습니다."
"뭐, 이런 XX같은 놈. 남자자식이 이 하나를 못 빼?"
트레이닝복의 남자는 눈을 부라리며 아이를 욱박질렀다.
그러자 아이는 깍두기 양복 남자 뒤로 숨었다.
어찌되었건 40분이 넘게 기다렸으면서도 그 누구도 불평 한마디 못하고 그 분위기에 눌려 숨죽였다. 그렇게 깍두기 아들로 인해 밀렸던 예약 순서는 거의 1시간이 지체되고서야 예정대로 진료가 시작됐다. 깍두기 아들은 진정되면 이를 뽑겠다고 간호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딸아이와 진료를 받고 나오는데 깍두기 아들은 깍두기 남자 뒤에서 칭얼되고 있었고 트레이닝복 남자는 왔다갔다하며 화를 삭히는 모습이었다. 어찌되었건 진료가 끝난 우리 모녀는 치과를 나서며 안도의 숨을 쉬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