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이웃집 웬수' 충분히 공감되는 재미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 배너

수다가 좋다

이혼율이 높아지는 만큼 재혼 가정도 그만큼 늘어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재혼가정의 이야기가 드라마의 소재로 다뤄지는 것은 어쩌면 현실을 반영한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SBS 주말 드라마가 모두 재혼가정의 이야기다. 각자의 자식을 데리고 다시 가정을 꾸리며 산다는 것이 보통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것 같고 오히려 입양해서 키우는 것보다 더 힘들지 않을까 싶은 보편적인 생각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속 그들은 행복하게 그려질 모양이다.

'이웃집 웬수'가 먼저 스타트를 했다. 자식을 잃고 이혼 한 김성재(손현주)와 윤지영(유호정)의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이 갈 뿐 아니라 김성재에게, 그 어머니 이정순(반효정)에게 반감이 생길 정도로 완전한 몰입도 가능했다.
결혼 7년 동안 남편 월급봉투 한번 못보고 시어머니께 생활비 타 쓰며 남매를 낳아 키우고 살던 윤지영에게 어느 날 둘째를 잃는 사고가 생겼다. 사고 이후 더 이상 삶의 의미도 애써 살아왔던 모든 것을 버리고 싶은 그녀의 마음을 아무도 보살펴주지 않았고 감싸주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가 선택한 이혼은 아주 당연했다. 응원하고 박수를 보낼 수 있었는데 그녀는 그 집에서 탈출하는 것만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앞으로 어떻게 은서를 키우며 살아야 할까에 대해서 조금도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그냥 이혼만 급급했다. 패닉 상태였던 그녀를 위해 주변에서라도 위자료를 챙겨주는 센스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그녀는 7년간의 결혼생활을 정리했음에도 무일푼이다. 그렇게 무일푼으로 아이를 키우겠다는 그녀에게 양육비를 제대로 보내지 않는 X남편, 그리고 이혼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못마땅해 어쩌지 못하는 시어머니 이정순이다.
이혼 후 그녀는 새벽에 우유 배달하고 전단지 돌리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갈 뿐 아무런 대책도 없고 그저 아이와 함께 새어머니 이선옥(정재순)의 이해와 자상함과는 거리가 먼 아버지 윤인수(박근형)의 그늘 아래 1년을 살았다. 그렇게 1년을 살면서 그녀에게 남은 것은 그렇게 살 대책도 없으면서 왜 이혼했니란 주위의 시선이다. 그 주위의 시선도 힘든데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질 뿐이다.
그녀의 이혼은 충분히 이해가 됐고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응원은 할 수 있지만 아무도 그녀를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그녀는 이제 아버지의 퇴직으로 독립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웃집 웬수 - mydaily

사람이 못나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동물원의 동물처럼 그렇게 사육되어 있다가 어느 날 자연으로 돌아가면 적응하고 살기 어려운 것처럼 그렇게 윤지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결혼과 동시에 회사를 정리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나은 생활을 할 것이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그녀가 결혼하고 회사를 다닌다는 것은 아주 전문직이 아닌 이상 언제나 정리해고의 대상이라는 것이고 그렇다고 아이 둘을 낳으면서 충분히 회사를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닥쳤을 것이고 좀 더 늦게 전업주부가 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이혼 후 그녀의 삶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이혼을 위해서 매일매일을 준비하며 살 수는 없는데 위자료 한 푼없이 그렇게 쫓겨나듯 이혼한 그녀에게 삶은 많이 녹녹치 못하고 보기 답답할 지경이다. 필자가 지금 이혼해도 윤지영과 별반 다르지 않는 생활이 될 것이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답답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면서도 양육비 재촉하는 전화 하기 싫은 그녀의 자존심도 다른 사람한테는 몰라도 X남편한테는 초라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는 그녀가 충분히 이해되고 공감된다.

공감되는 인물은 윤지영외에도 많다. 어쩔 수 없는 어설픈 효자 김성재(손현주)의 사별한 강미진(김성령)모자를 보살피며 잃어버린 아들에 대한 보상을 하려는 그도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자료 한푼 안주고 양육비도 까먹는 그가 밉긴 하다. 아무리 어머니가 뭐라고 했어도 7년이나 같이 살았는데 위자료는 당연히 챙겨줬어야 했고 양육비는 자동이체를 해놓으면 까먹어도 상관없는 일인데 싶으면서도 이혼하면 양육비 제대로 보내는 X남편이 없다는 현실을 보면 그닥 이해못 할 일도 아니다 싶다.

이토록 '이웃집 웬수'는 이혼한 X남편, X아내로서 삶에 충실하며 현실적으로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로 충분한 공감을 얻으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그들이 앞으로 어떻게 삶을 정리하며 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흥미롭고 공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