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같은 이야기에 같이 동화되고 공감되어 즐기기엔 너무 나이를 먹었나 싶을 정도로 '이상한 나라 앨리스' 에 처음부터 몰입해서 보긴 힘들었다. 애니매이션이 아닌 배우들이 등장하는 말 그대로 영화로 동화를 그린다는 것이 가능할까. 뭐, '아바타'도 가능했는데 이상한 나라 앨리스 정도는 완전하게 가능할 것이고고 분명히 예쁘고 화려한 화면으로 빨려 들어가 우리도 이상한 나라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하며 보게 되지 않을까 싶었더랬다. 하지만, 그들의 연기와 그들이 사는 이상한 나라에 대한 동경과 환상보다는 지루함이 엄습했고 그 지루함을 이겨내기 위해 팝콘을 겁나게 먹어댔음이다.
하지만, 11살 딸아이는 아주 흥미로워했을 뿐 아니라 무지 재밌어 했다.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둥, 빨간나라 여왕이 웃기다며 그녀의 행동이나 말투를 흉내내고, 모자장수의 으쓱 촐싹 춤을 한번 춰보고 싶다는 등….영화를 보고 아이는 한시도 입을 다물지 않고 '이상한 나라 앨리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했다.
이상한 나라로 가기엔 너무 나이를 먹은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앨리스는 19살 앳뗀 처녀가 되어 청혼을 받고 이상한 나라로 갔다. 원더랜드의 모든 구성원은 딱 집어 이야기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 진짜 앨리스와 거리가 있다라는 에매한 답변으로 앨리스인지 아닌지 확신을 주지 않으면서도 보는 이로 하여금 앨리스 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언제나 영웅은 태어날 때부터 영웅이 아니라 그렇게 만들어 진다는 것을 우리는 또 다시 배운다.
앨리스의 가장 큰 마법같은 묘약 작아졌다, 커졌다를 반복하는 약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한입만 먹었어야 했는데 두 입 먹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커져 거인이 되버리기도 하고 너무 많이 마셔 작아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 덕분에 그녀는 변화 무쌍한 앨리스에 변화 무쌍한 드레스 코드까지,, 눈이 즐겁다.
붉은 나라 여왕의 머리는 보면 볼수록 재밌다. 분장하는데 3시간이 넘게 걸렸다는데 그래서일까. 정교하기가 이를 데 없다. 아주 정교한 모여라 꿈동산 머리를 한 붉은 여왕의 메이크업 또한 압권이다. 아이쉐도우는 눈썹까지 퍼러둥둥하게 칠하고 펭귄 입술모양 붉은 립스틱을 바른 그녀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오는데 그녀의 카리스마가 또 대단하다. 그녀의 카리스마는 영화 마지막까지도 빛을 발한다. '쟤가 날 죽이려고 했어요….' 이건 영화를 꼭 봐야 아는 대사의 묘미다.
하얀 나라 여왕은 아주 하얗다. 그렇게 하얀데 립스틱과 손톱의 색상을 붉은색으로 칠해 더더욱 하얗게 보이는데 이 아름다운 여왕이 좀 백치미가 있다. 일단, 두 팔을 펴고 걷지 않는다. 두 손을 접은 상태로 아양을 떠는 모양이라고 해야 할까. 붉은 여왕의 카리스마와는 별도로 그녀는 그렇게 친근한 여왕이며 백치미를 겸비했으며 강요는 하지 않지만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조용한 카리스마를 가진 여왕이다. 너무 커진 앨리스를 작게 만들어 주겠다고 시약을 만드는데 마지막으로 '퉤'하ㅕ 자신의 침까지 가미한 약을 조제해 아주 밝은 미소를 띄며 내민다.
모자장수 또한 매력적이다. 4차원 같은 그의 말투는 으쓱 촐싹 춤으로 완전하게 마무리를 지으며 또 다른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너무 환상적인 분장과 어디에서든 앨리스를 이끌어 주는 견인 역할을 제대로 하면서 '이상한 나라 앨리스'를 더 환상적으로 더 동화적으로 만들었다.
이상한 나라 앨리스에 또 다른 앨리스를 기대한다거나, 어떤 환타지를 기대하는 것보다 등장 인물 하나하나의 캐릭터에 집중하고 본다면 좀 더 감칠맛 나는 재미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의 간결하면서도 허를 찌르는 듯한 대사에 주의를 기울이면 재미를 더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