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학년이 된 딸아이 담임선생님은 올해 처음 임용된, 선생님한테도 신입이라는 말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 초짜 선생님이다. 처음엔 딸아이 반 담임선생님을 확인하고는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아이들에게 실제로 어떻게 적용할까, 억새고 드센 아이들을 잘 다루실까 싶어 걱정도 됐다.
첫 날 학교에 다녀온 딸아이한테 담임선생님이 어떠냐고 물었다.
"선생님? 아주 차분하셔.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잘 못 들어."
딸아이 말로는 아주 차분하면서도 친절한 이상적인 선생님인 듯 했다. 그러면서 선생님 수업은 너무 차분하고 조용해서 자꾸 끝나는 시간이 언제인가 체크하게 된다고도 했다.
며칠이 지난 후 딸아이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엄마, 오늘 국어 시간에 장래 희망에 대해서 발표했는데 A가 대통령이래."
"그래?"
"근데, A가 수업시간에 책상 밑에다 만화책을 넣고 읽다가 선생님께 걸렸어."
"4학년 짜리가 벌써 책상 밑에 만화책을 깔고 본단 말야?"
"근데, 선생님이 뭐라셨는 줄 알아? '각하! 수업시간에 만화책 보면 안돼요' 했다"
너무 순화된 야단에 아이들은 한바탕 웃었단다.
다음 날 A가 또 책상 밑에 만화책을 숨기고 봤다. 옆자리의 B가 냉큼 일어나 선생님께 일렀다.
"선생님, A가 만화책 봐요."
그러자 선생님은 아주 조용하게 쳐다 보시더니
"선생님은 이르는 거 안 좋아해요. B가 A한테 보지 말라고 이야기해 보고 그러고도 안되면 그때 선생님한테 말해 주세요."
그리고 만화책을 본 A는 쉬는 시간에 선생님과 짧은 면담을 했다.
역시 신입 선생님은 달라도 뭐가 다르구나. 아이들은 무조건 욱박 지르지도 않고 소리지르지 않으심에 아이들은 우리 선생님 친절하다며 웃음꽃이 피었다.
그렇게 2주가 지나면서 말썽쟁이 아이들이 한 둘씩 튀기 시작했다.
그 중 C란 남자 아이는 수업 시간에 방귀를 끼고 손으로 그 냄새를 선생님께 몰아주는 더러운 장난부터 수업과 전혀 상관없이 자리를 이동하기도 하고 수업에 집중하지 않으면서 선생님의 지적을 좀 받은 모양이다. 쉬는 시간에 A가 했던 것처럼 그렇게 선생님과 단둘이 면담도 자주 했다.
이제 3주가 접어 들었다. 하교 길의 선생님은 첫 주가 다르고 둘 째주가 다르다. 점점 피로가 누적이 되는 듯 생기 있던 낯빛은 피로해 보이기 시작했고 다크 서클로 줄넘기라도 할 것 같았다.
그러더니 어제 하교 한 딸아이가 놀라운 사건을 접한 듯 말했다.
"엄마, 선생님 오늘 소리질렀다."
딸아이한테 들키지 않고 웃느라 혼났다. 아무리 신입 선생님이라고 마음을 다잡고 인성적으로 가르치려고 했겠지만 아이들은 절대 이성적으로만 대할 수 없다는 것을 소리지르지 않고서는 제제를 가할 수 없다는 것을 3주 만에 선생님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렇지~~ 요즘 아이들이 어떤데...아이들이 억새지는 만큼 선생님도 드세져야 그 아이들을 컨드롤 하지 않겠나. 너무 착해 아이들한테 휘둘리는 선생님이 되지 않을까 싶어 내심 걱정했던 필자에겐 당연한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필자가 처음 엄마가 됐을 때 나도 교과서적으로 이론적으로 아주 상냥하고 친절한 엄마가 될려고 했다. 처음부터 소리지르고 성질부리는 엄마이길 희망하는 엄마가 이 지구상에 어디 있겠는가. 친절하고 단호하면서도 아이한테 멘토같은 엄마이고 싶었지만 어느 사이 나는 친정엄마와 같이 아이한테 소리지르고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멤메도 하는 그런 엄마가 됐다. 필자도 처음부터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 담임선생님도 마찬가지 아닐까. 처음 교편을 잡고 처음 맡은 아이들한테 선생님은 이론적으로 이상적인 담임선생님으로 기억되길 바랬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선생님의 바램에 절대 못 미쳤다는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고 선생님이 3주간이라도 오래 참으셨다. 선생님의 노고를 충분히 알기에 선생님의 변화가 싫지 않은 필자다. 근데, 선생님의 변화에 자꾸 웃음이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