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추노' 이 정도는 되야 반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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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드라마가 시작부터 시청자를 몰입시키긴 쉽지 않다. 처음부터 웃음을 유발하고 자리를 잡기엔 등장인물에 대한 익숙함도 필요하고 그 이야기를 이해하고 공감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추노'는 처음부터 너무 가파르게 시청자를 사로 잡았다. 그들의 꿀복근을 보는 것 만으로도 그저 허허실실이 되는데 그것도 모잘라 복근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가 들여다보지 않은 도망 노비, 그 노비를 잡는 추노꾼들의 이야기에 신선함을 더하고 뿐인가 언년이를 사랑하는 거친 남자 이대길의 순정에 눈물짓기까지 했다.
눈물 지었다 웃었다 하면서도 그들은 열심히 쫓고 쫓아 이제 종영을 앞뒀다.

소름이 좀 돋아주고 깜짝 놀라는 맛이 있어야 반전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지붕뚫고 하이킥'의 반전은 PD가 주장하는 반전이다. 아무도 반전이라고 생각지 않는 허무하고 지금까지 거침없이 하아킥이 보여준 웃음에 찬물을 확 끼얹는 냉소적인 결말이었다.
노비난의 핵심 '그분'이 좌의정과 손잡은 그렇고 그런 양반네였다는 것이 밝혀졌을 때의 충격은 '식스센스'의 브루스윌리스가 귀신이라는 것 만큼이나 깜짝 놀랬다.

'그분' 의 배신 - 마이데일리

놀라운 반전에 소름 좀 돋아주고 적에서 동료도 아닌 애매모호한 관계를 설정한 이대길과 송태하의 동행이 주는 재미에 빠졌다.  이대길이 언년이를 위해 세상을 바꾸려고 했던 양반일 때 송태하를 만났다면 분명 그들은 그냥 스쳐 지나갈 인연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지금 추노꾼과 노비로 만나 사랑했던 여인을 사이에 둔 묘한 사이가 되고 보니 공통 분모가 생겼다. 송태하는 원손을 안전하게 보호함과 동시에 아내인 김해원까지 어우르려는 것이고 이대길은 언년이가 안전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에 원손과, 송태하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손을 청나라도 무사히 보내고자 송태하와 동행했다. 어쩔 수 없는 그들의 동행이 반말 찍찍하는 이대길과 끝까지 '그대'라는 호칭을 쓰며 최선을 다해 깍뜻한 송태하와 묘하게 궁합이 맞아 눈빛만 봐도 손발이 척척 맞는 사이가 됐다.

짐승남들 사이에서 이도저도 아닌 캐릭터로 분했던 언년이는 완전하게 자리잡았다. 너무 늦게 존재감을 갖게 된 것은 아닌가 싶어 안타깝기도 하지만 '추노'에 여성이 할 수 있는 존재감이라는 것이 언년이 정도일 수 밖에 없다는데는 인정한다.

종영을 앞두고 가장 안타까운 인물들은 역시 왕손과 장군이다.
도대체 그들은 왜 다시 살렸나? 어떻게 그들이 살았는가에 대한 그 어떤 답도 없이 그저 그들은 다행히 살았지만 짐승남의 모습은 전혀 볼 수 없는 이빨 빠진 호랑이로 만들어 산채에 가둬놓고 끝이다. 엑스트라도 아닌데 심하게 허무하게 죽는 것이 아닌가 싶어 안타깝게 하더니 그들이 구사일생으로 어찌 살아놨는지 모르게 살아났는데 안타깝게 죽었던 것보다는 낫지만 그들의 활약이 너무 미비해 죽기전보다 오히려 못해졌다. 원손을 구하고 청나라로 무사히 보내는 일에 그들이 할 수 있는 뭐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축소된 존재감에 조금은 안타깝다.

이제 '추노'는 막바지다. 노비난은 '그분'의 반전으로 종결됐고, 업복이는 주인 양반을 죽였고, 송태하와 이대길이 무사히 원손을 청나라로 보내기에도 적이 너무 많아 쉽지 않고, 월악산의 산채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모든 것이 안전하지 않고 행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새드 엔딩이 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갖춰졌다. 마지막회를 보는 동안 가슴이 먹먹하겠지만 그럼에도 마지막회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