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왕따'가 나쁘다면서 왕따를 만드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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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지인 A는 딸아이 공개수업에 갔다. 4학년이나 됐는데도 공개수업에 꼭 참석해야 하는 마음으로 학교에 갔는데 수업내용이 마음에 들어 참석하길 잘했다고 했다. 국어 수업이었는데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수업을 진행하시는 것이 아니라 주제를 가지고 아이들이 토론하고 결론내는 수업방식이 독특했을 뿐 아니라 그 독특한 수업방식에 아이들이 제대로 된 토의를 하는 모습이 의젓해 보이기도 했고 인상적이었단다.
 
주제는 '왕따' 였다. 누구나 왕따가 될 수 있고, 왕따라고 해서 그 아이가 특별히 나쁘거나 한 것은 아니라는 것, 그 아이한테는 왕따라는 문제가 너무 심각해 자살까지 이를 수 있다는 사회적인 문제까지 들먹이며 아이들은 심도있는 토의를 했고 휩쓸려 아이들과 왕따를 만들기 보다는 나부터 그 아이와 같이 놀기를 실천하면 좋겠다는 결론까지 내며 아이들은 토의를 끝냈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반에는 왕따가 생겨나고 있다는 말은 초등학교 입학할 때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이야기다. 수업을 방해하거나, 다른 아이들을 이유없이 못살게 굴거나 하지 않아도 특별한 이유랑 상관없이 왕따를 당한다니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로서 걱정이 안될 수 없다. 내 아이만 왕따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누가 자신할 수 있겠는가. 공부를 잘해도 왕따로 고민하다 급우를 칼로 찔렀다는 끔찍한 뉴스도 보고, 왕따라는 이유로 자살한 아이도 간간히 뉴스에 나오는 걸 보면 이유있는 왕따란 없는 듯 하다. 그런데 아이들의 토론을 보면서 이렇게 반듯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니 우리 반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며 A는 안도했다.

근데, A의 딸반에서 왕따가 생겼다. 아니, 선생님이 국어 시간에 일부터 '왕따'에 대한 주제를 잡고 아이들로 하여금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 것은 선생님이 이미 왕따를 인식하고 계획된 수업이었던 듯 하다. 아이들이 생각을 토론하며 자신들이 만든 왕따에 대해 반성하고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깊은 속내였다.

MS PowerPoint ClipArt

3월 한 달을 보내고 4월 1일은 아이들이 짝꿍을 바꾸는 날이었다. 선생님이 지정해주신 짝꿍과 앉느라 어수선할 때 C가 울었다. 그냥 눈물만 뚝뚝 흘렸다면 어수선한 상황에서 아이들이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
"선생님, 전 D랑 앉기 싫어요. 자리 바꿔주세요. 전 D 싫어요!!"
공산당이 싫어요도 아니고 어떻게 짝꿍이 싫다고, 자리 바꿔달라고 울까 싶었는데 선생님은 그냥 그대로 앉혔다. 그리고 선생님은 D를 왕따시키는 주동자들을 일으켜 세우고 절대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고 타이르고 반 아이들한테도 단호하게 그러면 안된다고 했다. 그런데 담임선생님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C만 그렇게 D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은 은근히 D를 피하고 그 아이가 하는 말을 따라하며 무시하는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담임선생님과 있는 교실에선 그 티를 덜 내고 이동 수업 땐 담당 선생님이 눈치챌 정도로 심각했다.

컴퓨터 시간에 아이들이 실습하고 있을 때였다.
"선생님, 이거 잘 안되는데요."
D가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그러자 선생님이 뭐라고 말씀을 해주기도 전해 아이들은 메아리라도 되 듯 '안되는데요~' '안되는데요~~'하며 아우성이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D가 했던 말을 따라했다.
갑자기 반 분위기가 한 아이를 몰아세우는 듯 그렇게 흘러가자 담당 선생님은 당황하며 아이들을 저지했다.
"얘들아, 니들 뭐하는 거야? 왜 D를 몰아세우니..그러면 안되는 거야."
그제서야 아이들의 메아리가 진정 됐다.

컴퓨터 시간에 있었던 이야기를 전하던 딸아이는 A에게 물었다.
"엄마, 근데 애들이 왜 D를 싫어하는지 모르겠어."
"혹 D가 수업 방해할 만큼 장난이 심하니?"
"아니"
"그럼, 아이들을 때리거나 그래?"
"아니"
"그럼 도대체 왜 그런다니…D는 어쩌라구. 넌 그러지 마"
왜 아이들이 D를 싫어하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싫어해서 그저 왕따를 시키는 걸 지켜보는 딸아이한테 더 이상은 겁나서 말을 못했다. 담임선생님의 말씀에도 끄떡하지 않는 아이들이니 혹 왕따를 말리다가 그 불똥이 아이한테 튈까봐서..말이다.

왕따가 얼마나 나쁜지에 대해서 그렇게 똑똑하게 토의하던 그 아이들이 한 아이를 왕따로 만들고 있다. 자신들이 했던 토의를 그들은 잊었을까. 토의는 토의란 말인가. 아이들이 아이들이 아닌 듯 하다. A는 아이들이 무서워서 학교를 마음놓고 보낼 수 있겠냐며 불안해했다. 그 말을 전해듣는 필자도 같이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아이들은 왕따가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한 아이를 그렇게 몰고 있을까. 자신들이 벌이는 행동은 왕따가 아니라고 생각할까. 교실 안에서 누구보다 행복해야 할 아이들인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D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