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A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40을 넘기고도 미혼에 부모님과 함께 사니 그만큼 지출이 많은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듯 하다. 하지만, 그 지출을 부모님이 너무 가볍게 쉽게 본다는 것이 가끔은 A를 짜증스럽게 만들기도 하는 모양이다.
저번 주 토요일 일주일 동안의 피로를 풀겠다고 늦잠을 자고 시체놀이 할까 싶었는데 엄마가 친척 어른 칠순잔치에 가야 하는데 입을 옷이 없다며 같이 백화점을 나가자고 했다. 피곤한데, 쉬고 싶은데 부모님과 함께 산다는 죄(?)로 어쩔 수 없이 따라 나섰다.
백화점, 특히 어른 옷은 매대에 있는 옷이어도 비싸긴 매장의 옷이나 마찬가지다. 어찌나 화려하고 어찌나 가격이 만만치가 않은지 쉽게 고를 수가 없기도 했지만 엄마의 지갑이 원인이기도 했다. 엄마는 지갑에 현금 7만원만 넣고 백화점에 왔다. 아무리 딸과 함께 쇼핑을 나오긴 했지만 어떻게 7만원으로...결국은 40만원이 되는 돈은 A가 결제했다.
"어머, 어쩌니….다음 달 엄마 생일이니깐 그냥 이걸로 받은 걸로 하께."
무슨 생신선물은 몇 십만원이나 박봉에…. 그래도 할 수 있나 이미 결제한 것을!
"엄마, 잠깐 기다려. 위에 올라가서 상품권 받아 올께."
"상품권? 얼마 주는데?"
"20만원에 1만원."
"에게...겨우 그걸 받으려고?"
정말 내 엄마만 아니었으면...했더란다. 40만원이면 2만원 상품권인데 그걸 에게라고?
필자의 친정엄마도 그닥 다르지 않다. 친정엄마의 문화생활을 위해 백화점에서 하는 문화공연을 되도록 많이 볼 수 있도록 매달 노력하고 있다. 처음엔 노력이라고까지 할 것이 없었는데 좋은 공연을 많이 하면서 예매하겠다는 사람도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 30분 줄서서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 됐다. 젊은 사람들보다는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이 많으시니 예매하는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이거, 해줘요."
"몇시로 해드릴까요?"
"몇시 있는데?"
"11시, 3시 있습니다."
"그럼,,,,어떡할까. 우리 몇시에 보까?"
뭐, 이런 식이다. 친구분과 시간을 맞추고 예매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줄부터 서고 예매하면서 모든 걸 맞추려니 얼마나 시간이 지체되겠는가. 그런 줄을 기다려 단지 엄마의 문화생활을 좀 더 저렴하게 해드리기 위해 40여분을 기다려 4월 문화공연을 예매해드렸는데 그 중 '하모니'가 포함됐다.
"엄마, 하모니 무지 슬퍼. 우리 세 식구 극장에서 보고 눈이 벌게져서 나왔잖어. 얼마나 끅끅 거리면서 울었는지…"
"그래? 수건이라도 챙겨가야겠다."
"재밌게 보고 오세요~"
그렇게 오전에 통화를 했는데 영화를 본 엄마께서 오후에 전화를 했다.
"얘, 그게 뭐가 슬프니?"
"엉? 연세들이 있어서 눈물이 매말랐나?"
"눈물 한방울도 안나더만...니네 식구 다 울었다면서. 극장에서 나오는 사람들 봤는데 다들 말짱하던데..무슨"
"…."
"그래도 재밌긴 하더라."
뭐, 이렇다. 그냥 재밌게 보고 왔으면 됐지 뭐, 그렇게 말씀하시나 싶은 그런 거 있다. 필자도 나이를 먹고 그 나이가 되면 지인의 엄마처럼, 우리 엄마처럼 그렇게 될지 알 수 없으나 어찌되었건 우리 엄마니깐….

